[Review] 내 아이야, 우리아가. < 내 아이에게 > 리뷰

글 입력 2016.04.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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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추모 연극
<내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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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

저번 주였던가, 학교 앞에서 노란 리본을 나눠 주고 있는 걸 봤어요. 학생 두 명이 작은 가판대를 세워놓고 “노란 리본 받아가세요” 외치는데, 눈도 마주쳤던 것 같은데, 

피했어요.

노란 리본, 그거 받고 가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이라고. 노란 리본, TV에서 너도 나도 보란 듯이 달고 나오는데 낯선 사람들이라 불편했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극성부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너무너무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정말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이만하면 되지 않았나

는 마음이 아주 못된 마음이 알게 모르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피하고 그 노란 리본을 피하고 청년들을 피하고… 결국은 진도 앞바다에 맥없이 수장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 모두를, 결국 당신을 그리고 당신의 아이를 외면한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연극 <내 아이에게>를 보기 위해 대학로로 가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평소때면 즐거운 마음으로 갔겠지만 이번은 사뭇 달랐습니다. 기대라기 보다는 의심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한 편의 연극에 그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심, 내가 과연 이 연극을 봐도 되는 걸까, 하는 걱정.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지익지익 끌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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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한 켠에 마련된 쉼터. 떠나간 넋을 기리는 곳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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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단출했습니다. 사다리 두 개, 의자 하나


막이 올라가고 
당신의 사무친 편지가 낭독되기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이 분노할 때 관객도 분노했고
당신이 통곡할 때 관객도 울었습니다.

너무도 생생한, 그래서 잊기 힘든 연극이었습니다.



막이 내리자 들었던 생각은 세상이 2년 동안 헛수고만 했다는 것입니다.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얼마나 정치적으로만 다뤄왔던가요. ‘사건파일 20140416’으로 명명되어 너도 나도 파헤치고 분석하고 추측하기 바빴습니다. 특정 정당이나 인물과 연관 짓고 좌파니 우파니 정치 쇼니 그런 말들이 자꾸 붙으니까, 점점 사람들은 쉬쉬하고 되려 희생자 가족들을 매도하고… 보상금이니 있는 말 없는 말 다 갖다 붙이다 아픔은 눈물은 온데간데 없고 사회적 논란거리로만 남은 것입니다. 

어머님, 우리는 정작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당신의 마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서로 책임 운운하면서 남의 장례식장을 싸움판으로 만드는 격이 된 것입니다. 비록 연극 속 배우를 통해 전해 들은 것이지만, 당신에게 그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전부라고 말해도 모자란 아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물에 퉁퉁 불린 시신이라도 찾게 해달라고 손이 발 되도록 빌고 또 빌었던 당신의 간절함을 모르고 우리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라고 감히 타일렀습니다. 일상이 송두리째 사라졌는데 일상으로 돌아가라니요. 참으로 무책임한 말일 수 없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뻔뻔하게 만들었나요. 304명의 사람이 한 순간에 바닷속에 수장된 일이 마치 나와는 상관 없는 일,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여기는 교만함 때문입니다. 내 동생일 수 있었습니다. 내 부모님일 수 있었습니다. 내 아이일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아이는 곧 우리의 아이였던 것입니다.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의 가족이라면’ 질문을 던져봅니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내 가족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밝혀달라고 소리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었습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고 마땅한 권리 행사였습니다. 

2년이 되는 날은 간만에 비가 참 많이도 쏟아졌습니다. 비가 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슬픈 사람은 더 슬펐을 것입니다. 슬프지 않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늘을 통해 이것이 위로임을 배웠습니다. 내 일 아니라고 도망가지 않고 어미의 마음으로 아비의 마음으로 잊지 않고 울어주는 것임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울고 기억하는 사람들, 극단 ‘종이로 만든 배’와 연극 <내 아이에게>를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꼭 들어야할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듣지 않아도 될 말들을 너무 많이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보고 듣고 알아주세요. 그 아이가 바로 나의 아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이렇게 불러보면 좋겠습니다. 

나의 아이야,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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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엔딩.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9명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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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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