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슈베르트보다 작곡가 박종훈이 돋보였던 'Super Schubert'

글 입력 2016.04.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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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고민스럽습니다. 저는 음악에 그리 대단하게 박식하지도 못한데 리뷰를 쓴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는만큼 보이는 건 음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서요. 제 취향이란 것도 알량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많은 전시회나 음악관련 공연을 보고 나면 뭔가 마음이 복잡합니다. 엑스맨의 자비에 교수님처럼(!),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처럼(!) 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의도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의사소통의 장애물이자 매력은 내가 이렇게 표현해도 상대가 의도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라던데, 전 아직도 음악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갈 길이 멀구나 하는 부담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2016 박종훈의 슈퍼슈베르트 포스터.jpg

 
  지난 금요일 LG아트센터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 super schubert >를 보고 왔습니다.공연이 끝나고 나니 역시나 제가 갖고 있는 그 고민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공연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슈베르트와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어떻게 다른가'였는데 슈베르트도 잘 모르고 피아니스트 박종훈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니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슈베르트의 곡과 박종훈의 '슈베르티아나'의 곡의 느낌이 참 달랐다는 점입니다. 또 제가 곡을 들으면서 느꼈던 점이 저만의 생각만은 아니었다는 점도요. 

  슈베르트의 곡은 공연의 첫 곡이었던 피아노 소나타 가단조와 인터미션 후 이어진 악흥의 순간들, 이렇게 두 곡입니다. 첫 곡을 듣고 왠지 슬프고 고통스러움이 시종일관 이어지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희망의 실마리가 보이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연주가 끝나고 나서 박종훈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피아노 소나타 가단조가 가장 슈베르트스러운 곡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곡이 슈베르트가 말년에 몸이 아파 고통스러울 때 쓴 곡이라 곡에도 그런 모습이 드러나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속으로 '옳거니!'를  외쳤답니다. 악흥의 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곡이기도 하지만 통통 튀면서 이리 저리 날아다니는 느낌에 같이 간 친구와 함께 악흥의 순간이란 제목 한번 잘 지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실제 이 제목은 슈베르트가 지은 것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지어준 것이라고 하죠. '슈베르트스러움'이 무엇인지, 무엇을 정확히 표현하려 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느낌이 전달됐던 건 그런 마음을 담아 곡을 썼던 작곡가 슈베르트와, 그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노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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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의외로 기억에 남는 곡들은 슈베르트의 곡들보다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슈베르트에게서 영감을 받아 'Schbertiana'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세 곡과 프란츠 슈베르트를 위한 오마쥬 소나타 곡이었습니다. 저는 그 중 Schubertiana No.4 라는 곡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뭔가 단조같지만 리듬감있는 멜로디가 반복되어서 약간 탱고나 재즈같은 느낌이 묻어나는 것 같았거든요. 사실 슈베르트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전혀 슈베르트와 관계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 낭만파였던 슈베르트의 곡을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슬프지만 섬세하고 쉽게 깨질 것 같은,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슈베르티아나'는 불협화음이나 자유로운 전개때문인지 까칠하고 자신만의 환상과 열정에 빠져있는  까칠한 사람일 것입니다. 전체적인 구성으로는 처음의 멜로디가 변주가 되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겠만 일부러 예상보다도 한 번 더 비틀렸고 복잡하게, 힘있고 유려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곡의 매력과는 별개로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다양한 반전매력을 볼 수 있었던 점이 인상깊습니다. 무대에서는 힘과 열정, 까끌까끌한 느낌이 넘쳤지만 마이크에서 목소리가 나오면 부드럽고 조용조용한 말투였고, 작곡가로서는 처음 발표하는 소나타를 밤새 고치고 고치면서 긴장된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이 반전같은 매력이었습니다. 자신의 소나타를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람들이 앵콜만 기억하지 않도록 앵콜을 하지 않겠다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그 말씀이 맞는지, 정말 이번에는 마지막에 들었던 그 소나타 이야기가 더 기억에 잘 남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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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장을 돌아나오면서 어쩌면 공연의 이름을 'Super Schubert'라고 지은 것이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미가 있는 건, 뮤즈이자 멘토, 스승님으로서 슈베르트에게서 늘 배워나가고 자신만의 색깔로 계속 표현해나가는 작곡가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와 마음가짐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건, 굳이 슈베르트를 꼭 함께 두지 않아도 이미 작곡가 박종훈 자체의 색깔로 무대를 꽉 채우기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혹시 다시 만나게 되면 또 어떤 자작곡을, 어떤 구성으로, 어떤 제목이 공연으로 준비되어있을지 궁금해지는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 super schubert >였습니다.


-이 리뷰는 문화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ARTinsight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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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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