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네, 빛을 그리다 展

글 입력 2016.04.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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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미누아트>의 전시 안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당시 전시되어 있던 것들이 그림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들이었는데,
이후 비슷한 작업을 시도하는 스튜디오나 회사들이 상당히 많고,
그러한 전시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컨버전스 아트에 대한 시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것.
<모네, 빛을 그리다 전> 역시 그러한 컨버전스 아트를 시도한, 상당히 큰 규모의 전시였다.


그러나 이 전시를 보고 이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에 더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아직은 컨버전스 아트는 갈 길이 너무나도 멀다는 것이었다.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과,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영상은 이미 전달하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접한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고흐의 <까마귀가 있는 밀밭>등을 보러
굳이 해외에 있는 유명 미술관들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유명한 작품을 실물로 보기 위해서- 일 수도 있겠지만,
실물, 캔버스 위에 칠해진 물감의 마티에르가 주는 고유의 그 느낌은
실물로 보지 않으면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시를 보러 갈 때, '기대하는 바'를 갖고 가기 마련이다.
가령, 피카소의 전시를 보러 간다면 입체파 특유의 그 느낌, 거기서 나오는 경탄을 느끼러 간다.
그렇다면 모네의 전시를 보러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 란 과연 무엇일까?
모네 특유의 색채. 그리고 인상파 특유의 환상적인 빛의 표현.
덧발라진 물감에서 뿜어져나오는 풍광의 에너지.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나와 전시를 함께 본 친구는 그러하다.
물론 컨버전스 아트 전시라는 것을 모르고 간 것이 아니기에
실물을 봤을 때와 같은 감탄을 느끼려 한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모네'라는 작가를 그 원본으로 삼았을 때는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전시는 다소 아쉬운 면이 많지 않은가 싶다.
과연 이 전시를 위해 영상을 제작한 사람들이
'모네'라는 작가에 대한 충분한 경외심과 소위 '덕심'이 있는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누군가의 작품을 원본으로 삼고 그것을 오마쥬하든, 패러디하든, 재구성하든, 콜라보레이션하든
그 모든 것은 '덕심'을 기반으로 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
어떻게 하면 이 원본의 장점을 훼손하지 않고,
내 작업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 아름다움을 전달할까.
그러한 마음을 기반으로 했을 때, 작업물은 '망치기' 힘들다.
아니, 설사 망치더라도 그의 '덕심'은 그 망한 작업물 속에서도 전달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전시에서는 그런 작업자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내가 잘 못 감상한 것일까.
하나하나 포인트를 잡아 섬세하게 움직인 게 아니고
그저 흔들리는 이펙트만 입힌 것 같이 부자연스럽게 흔들리는 나무,
그리고 풍경의 섬세한 붓터치와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게임 그래픽같은 인물들.
그나마도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운.
솔직히 이 두 가지 부분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컨버전스 아트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이다.
나 자신이 '영상'이라는 매체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앞으로 충분히 발전할 가능성이 많고 새로운 형식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두 가지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원작의 장점, 원작에서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것.
둘째,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영상'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것.
두 가지는 어찌 보면 완전히 반대로,
모순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두 가지 중
그 어느 하나라도 되지 않으면 감동을 줄 수 없다.
사람들이 원작에서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키되,
원작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영상'이라는 매체로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것은 비단 컨버전스 아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원작이 있는 모든 재구성물에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책을 영화로 만든다 하면, 거기에는 '재가공'이라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된다.
너무 책과 똑같이 만들어도, 너무 다르게 만들어도 사람들은 외면한다.
그들이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 중요한 부분들은 다 살리면서,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을 살려야 한다.

컨버전스 아트 역시 이 과정과 다를 바가 없다.
앞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어낼 분야이니만큼, 더욱 더 깊고 새롭게, 선보여졌으면 좋겠다.
그 어떤 과정에서도, '덕심'을 잃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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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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