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 보도지침 > 리뷰

글 입력 2016.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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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 지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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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무대 위에 마련된 법정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많이 접했지만 연극으로 법정 공방을 접해보기는 처음이라 어떨까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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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극에서 볼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

기존 연극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엿보였다. 여타 연극에서는 막이 올라간 후 사진 촬영을 금지하지만, 막이 올라간 후 보이는 첫 장면은 기자회견. 관객들은 공식적으로 기자가 되었다. 오히려 사진 찍기를 독려해 극적 효과를 연출하고 관객은 연극에 참여할 수 있어 더 몰입되는 기분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재판의 과정만 계속 보여줬다면 지루했을터, 극중 인물들의 대학 시절로 돌아갔다 다시 현재의 법정으로 오는 형식으로 사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극적으로 파악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 밖에도 A4용지 같은 작은 소품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해 현장감을 살린 것, 배우들의 개성 있고 유쾌한 연기로 중간중간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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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하기엔 조금 멀었던 당신

기존 연극에서는 보지 못했던 참신한 시도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내리고 싶지만 몇 가지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재판과정을 중심으로 다루기 때문에 인물들의 대사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연극 초반부터 어렵고 딱딱한 법정 용어들이 줄줄 나와 집중하기 다소 어려웠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사전 지식 없이 온 관객들에겐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극중인물들간 긴밀한 관계 설정을 위해 대학 연극 동아리라는 상황을 설정했고, 그 속에서 연극 정신을 앞세운 의도는 알겠으나 일반 사람들이 공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상황설정이 아니었나 싶었다. 관객들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연출이 필요할 것 같았다.



연극 <보도지침>이 가지는 의미

본 연극을 보기 전까지는 보도지침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과거 언론탄압은 역사 수업시간에 들어서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던 것 같다. 언론통제? 그런가 보다,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쉽게 생각하고 일순 과거의 일로 판단하고 말았다. 그런데 주인공과 친구들이 독재 정부에 대항해 무모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것은 보도지침 사건이 옛날 일로 한 개인의 역사로만 묻힐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개인의 소신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글 쓰는 기계, 국가에 충성한 타자기가 되어 시키는 대로만 할 수밖에 없던 현실. 국가에게 개인은 휴짓장만도 못한 존재였기에 인생을 담보로 시작한 소송이자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억울하게 죽음으로 내몰린 당대의 젊은이들을 위해 글 하나 마음대로 실을 수 없다는 것은 한 사회 구성원으로써,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자로써, 한 아이의 아버지로써 허락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극중 인물들의 갈등을 이렇게 극을 통해 생생하게 보지 않았다면 보도지침 사건의 가치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연극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일들을 다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는 시간이었다. 



[윤정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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