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리의 문화, 거리의 예술 [문화전반]

거리 예술은 저렴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된다.
글 입력 2016.03.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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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문화, 거리의 예술


유럽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골목골목에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거리 예술은 버스킹일 것이다. 유럽 거리의 버스킹은 장르도 다양해서, 클래식 음악부터 시작해서 민속음악, 재즈, 팝까지 골고루 들을 수 있다.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서 수업을 듣던 2014년 초여름, 부활절 방학을 맞아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떠났던 날,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저녁에 나를 반겨주던 부드러운 음악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버스킹은 이제 유럽을 넘어 미국, 아시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홍대와 신촌, 대학로 주위를 거닐다보면 엠프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사람들, 기타를 치거나 디제잉을 하고 있는 음악가들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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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버스커들과 관객들)


버스킹, 플레시몹, 그래피티 등 거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예술 활동 가운데서도, 버스킹은 그 뿌리를 찾아 올라가보면 상당히 오래된 거리 예술 중 하나이다.



버스킹-busking은 '찾다, 구하다'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 'buscar'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거리에서 고용인이나 물주를 찾으며 공연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를 buscar라고 하였고, 그것이 거리 공연의 뜻으로 확장된 것이다.(1)



거슬러 올라가보면 음유시인, 집시 등이 '버스커'들의 조상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비유해보자면 '각설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버스킹'에는 이 'buscar'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직접적으로 수금통을 두고 돈을 받거나 연주를 들려주며 즉석에서 자신의 앨범을 판매하기도 하고, 당장 돈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활동명이나 SNS계정, 개인 홈페이지 등을 홍보하며 팬, 팔로워, 즉 '후원자'를 찾기도 한다.

실제로 리스본에서 만났던 바이올리니스트는, 극장 관련자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아 시내의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연주하다가 실력을 인정받으면 실제 무대에 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유럽에서는 거리에서 공연하고 돈을 받는 것에 대해 시청에 등록하고 허가를 받는다. 





거리에는 귀로 듣는 예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바로 이것이다. 행위 예술과 미술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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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의 특징은, 평소에는 동상인 척 하다가 누군가 돈을 넣어주면 비로소 살짝 움직여주며, 돈을 낸 사람에 한해서만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 굳이 돈을 낼 필요성을 못 느끼는 관객들은 멀쩡히 서 있는 모습이나, 다른 사람 때문에 움직이는 모습을 찍어가기도 한다. 이분들도 마찬가지로, 시청에 신고해야만 이곳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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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증서가 없다면 허가 없이 활동하는 분들이라, 경찰아저씨가 등장하면 도망가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나는 단속에 걸리는 분들은 본 적이 없다. 복장이나 소품을 준비하시는 데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 시청에 허가는 꼭 받고 하셔서 벌금 물거나 쫓겨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거리 예술에 대해 딱딱한 규제는 없는 것 같다. 아래 사진은 홍대 거리에서 만난 배트맨 아저씨.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모금 활동을 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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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무대로 펼쳐지는 예술이 항상 대가와 함께 다니는 것은 아니다. 여기 신생 거리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래시몹이 그 예이다.



특정 웹사이트의 접속자가 한꺼번에 폭증하는 현상을 뜻하는 ‘플래시 크라우드(flash crowd)’와 뜻을 같이하는 군중이란 뜻의 ‘스마트몹(smart mob)’의 합성어로, 미국 사이버 사회학자이면서 과학전문잡지 편집자인 하워드 라인골드의 저서 <스마트몹(Smart Mob)>에서 따온 용어다. 불특정 다수의 군중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약속한 특정한 날짜, 시각에 약속장소에 모여 아주 짧은 시간에 주어진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진다. (2)



플래시몹은 버스킹에 비하면 아가라고 할 수 있다. 그 첫 시작은 2003년  6월 미국 뉴욕으로, 우리가 많이 접한 오케스트라나 댄스팀의 플래시몹과는 조금 다르다.



오후 7시 18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언덕에 20~40대의 남녀 300여 명이 모였다. 서로 일면식이 없는 이들은 이메일과 핸드폰으로 지침을 전해 듣고 이곳에 모였으며 정확히 3분 뒤 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이후 2분 간격으로 새소리를 흉내 내다가 "새 소리(bird noise)"라고 중얼거리더니 “여기 와서 자연을 만끽하라”고 외쳤다. 그리고 20초 동안 “자~연(na~ture)”이라고 화음을 넣어 부르고 환호성을 지른 뒤 곧바로 흩어졌다. (2)



플래시몹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황당했을 것 같은 퍼포먼스다.

이 신생 거리 예술이 이전까지 있어왔던 거리 예술들과 차별되는 점은,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함께 퍼포먼스를 한 후에 쿨하게 헤어지는 플래시몹의 기본적인 목표는 '퍼포먼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더 나아가 그 퍼포먼스에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이 영상은 익스트림 태권도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미르메'에서 삼일절을 맞아 기획했던 플래시몹이다.
삼일절에 맞는 스토리가 삽입되어 더욱 감동적이다.

돈을 받느냐 안 받느냐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어떤 예술 장르가 더 우월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모두 '거리 예술'이라는 것이다.

거리 예술은 저렴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된다. 평소 연주회를 보러 갈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이 길을 걷다 오케스트라의 플래시몹을 보며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화가지망생이 거리에서 스프레이 아트를 하는 사람의 작업 과정을 보며 감탄할 수도 있다. 예술가나 예술지망생의 입장에서는 인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홍보할 수도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공연, 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가까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거리 예술이 더욱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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