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은 과유불급, 앙상블에게 박수를-뮤지컬 < 꽃순이를 아시나요 >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3.2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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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순이_섬네일 이미지.png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보고 왔습니다.
느낌은 좋은 점 반, 아쉬운 점 반이었습니다. 
반쯤 즐겁고 감동스럽다가 반쯤 아쉽고 안타까움이 느껴졌던 공연이었습니다.

사실은 리뷰를 쓸 때 칭찬만큼 아쉬운 점이 함께 많이 남을 때 참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는 그 작품의 결과물을 주관적으로 볼 뿐,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열정과 노력의 과정들을 알지 못합니다. 예상만 할 뿐이죠. 좋지 않은 소리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뭐가 그렇게 좋았다 나쁘다 평가할 만한 대단한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리뷰를 하는 건 그만큼 그 작품에 기대를 많이 했던 입장에서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때문이라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소리를 먼저 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프리뷰에도 쓴 바와 같이 정말 많은 7080 노래들이 나옵니다. 그 곡은 하나하나 너무나 좋은 곡들입니다. 언제 들어도 멜로디와 가사 무엇하나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줄거리가 노래에 이끌려다니는 느낌이 자주 듭니다. 그 노래 가사들이 오히려 대사를 대체하고 있는 구조가 되어버려서 관객은 따라가느라 바쁘고 배우들은 소화하느라 바빠서 충분한 여유를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흐름이 부드럽지 못하고 뚝뚝 끊기는 순간이 자주 찾아옵니다. 오히려 건반이나 첼로 같은 악기로 처리하는 곡들의 비중을 조금 더 높이고 좀 더 스토리 상 중요한 노래들에 집중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기.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가 좋았던 건 단촐하지만 소소한 매력으로 빛나기 때문입니다. 공연 내내 이렇다 할 음향 효과도 나오지 않습니다. 스크린도 그렇게 많이 쓰이는 편도 아닙니다.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줄곧 배우진들이 노래와 악기 연주로 극을 채워갑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연주하는 기타와 첼로소리로 귀가 즐거웠습니다!) 또 제한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지하철이 움직이는 것을 배우들이 직접 구조물을 앞뒤로 움직이면서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배우들이 대사와 노래는 물론 악기 연주와 배경 모두들 담당하는 입장에서 정말 대단했고 그만큼 서로 더 자연스러운 앙상블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호흡이 빠르고 여유가 적은 공연이었던 걸 고려해본다면 앙상블이 공연의 균형을 잡는데 일등공신이었을 것입니다.

  내용면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김 순(별명 꽃순이)이의 노년까지의 일생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중장년층 관객들이 공감을 할 수 있던 요소가 많았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함께 공연을 보러갔는데 극 중 버스에서 "오라이!"하면서 껌을 깔짝깔짝 씹고 있는 버스 안내양을 보면서 무척 반가워하셨습니다. 중간중간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부르시는 분들도 많았구요. 저는 비록 그 시대를 책으로만 배운 세대이지만 7080노래나 역사흐름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어색하지 않게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꽃순이라는 한 개인의 일생을 통해서 우리나라 사회의 변천사도 함께 다루려는 시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된 시점은 현재와 비슷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전 IMF로 인한 많은 사업 도산이나 아들의 취업고민 같은 사회문제까지 다루고 있어 더더욱 남일같지 않았습니다. 



 
 예측가능한 전개이기는 했지만 처음과 끝이 거의 같은 수미상관의 엔딩 장면도 참 좋았습니다. 공연을 보시면 포스터의 의미를 이 엔딩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첫사랑이 늘 그렇다듯이 순이도 첫사랑 춘호 오빠와 이어지지 못하고 따로 고생만 하는데 나중에 노년에 다시 만났을 때 순이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됩니다. 춘호오빠가 벚나무 옆에서 옛날 기억 속에 빠져있는 순이를 업고 지켜주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마음도 아프고 아름답기도 하고 여러 관객분들도 눈물을 훔치곤 하셨습니다. 

  특히 '이 공연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bgm이었던 이선희의 <인연>과 잘 어울렸습니다. 수많은 공연 수록곡 중에서 한 곡을 꼽자면  이선희의 <인연>이 단연 순이와 춘호의 인생과 사랑 그 자체를 대변해주는 테마일 것입니다. 순이에겐 젊디 젊어 파릇파릇한 시절이 금세 지나 지금은 너무나 늙어버려서 하고픈 공부도 머리가 따라주지 않아 하기 어렵고, 좋아하던 사람과도 너무나 늦게 먼 길을 돌아 만난 지금이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춘호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돌아돌아 만난 순이의 마지막을 위해 남은 순간 손을 놓치않겠다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 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 테죠

먼 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

- 이선희 <인연> 중 -
 

  
  아름다운 엔딩을 보고 나오면서도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함께 남아 있어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전하려는 메세지와 앙상블이 좋았고 음악이나 내용 구성면에서 좀 더 다듬는다면 더 멋진 공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은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 였습니다.



- 이 리뷰는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ART insight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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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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