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당신의 인생 시는 무엇인가요? [문학]

글 입력 2016.03.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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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jpg
 
 
어느 대학의 교양수업, 그 수업의 이름은 '시는 어떻게 내게로 오는가' 이다. 새학기 봄과 함께 찾아온 산뜻한 그 강의는 학생들의 열정적인 수업 참여로 인해 다양하고 풍부한 시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필자가 그 수업의 수강생이다. 평소에 시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수업을 재미있게 들었으며 다른 학우들은 어떤 시를 제일 좋아하는지 궁금해졌었다. 어떻게 시가 나에게 다가왔는지, 봄 시 몇개를 소개하며 독자들이 글을 읽으면서 당신의 애송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봄날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줄 알그라



시인 김용택의 '봄날' 이다. 시인 김용택은 부박한 모더니즘에 휩싸이지 않고, 이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언어적 절제를 지키면서 아름다운 시로써 독자들을 감동시킨 시인으로 평가되는 시인인데, 소박하면서도 투박하고 진솔하게 써내려간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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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위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는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애송시이다. 달달함의 극치가 아닌가. 사랑하는 사람이 창밖을 바라보다, 혹은 선선한 날씨 늦은 밤 한강을 산책하다가 그리운 사람이 떠올라 순수한 마음으로 전화를 건 것이,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고 달콤하다. 
우리는 살면서 '사랑' 이라는 감정을 빼놓고 살 순 없다.
이 보편적인 감정이 전달이 되는 방법은 참으로 여러가지가있다. 직접 손편지를 쓰거나, 노래 가사로 나타나거나, 행동하기 혹은 그림으로 표현, 무용 등 장르 불문 다양하다. 그 중에 몇 안되는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시' 라는 장르이다.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사랑하다 죽어버려라/창비/1997



시인 정호승이다. 정호승은 정제된 서정으로 비극적 현실 세계에 대한 자각 및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리가 다 아는 유명한 시다. 김춘수의 시 세계는 존재에의 탐구를 수행하던 시기와 서술적 이미지의 세계,
 탈이미지의 세계, 종교 혹은 예술에 대한 성찰이 강조되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필자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이 시에 관해서 연구를 많이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눈 앞에 둔 수능 입시를 위해 시를 공부하여 시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으나 성인이 되어 여유가 생긴 후, 이 시를 보니 확연히 다른 점이 느껴진다.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말을 이쁘게 하는 것 같다. 어딘가 서투룬 남자의 감성같지 않은, 섬세함이 느껴진다. 아름답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부분이 확 와닿았고 3월의 봄과 잘 어울리는 시가 아닌가 싶다.


시는 우리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시의 분위기, 시의 전체이기 때문에 시인은 이 적절한 단어 하나를 위해
몇날 몇일을 밤을 새고 고민을 한다.

해당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언어라는 것은, 우리의 뇌, 심장에서 생긴 마음이, 그 육감이 입으로서 표현이 되는 것이다. 세계는 연속이다. 우리는 이 세계와 소통을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조각낸다. 언어는 조각이다. 우리에게 필요하기 위해서. 예를들면, 손과 팔의 경계는 어디인가? 뼈? 대체 어느 살 부분인가? 우리는 이를 정의해야만 이 세상과 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언어가 이렇게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이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우리는 은유와 상징을 쓰는 것이다.



'시' 라는 것은 무엇을 딱히 배우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일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와 걸었던 길, 함께 봤던 영화, 같이 본 전시회나 맛있게 먹은 음식. 이는 모두 그와 느꼈던 감정들일 것이다. 이 감정들을 알리기 위해선, 표현하기 위해선 '언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역으로 이 언어를 전달하는 것은 오직 우리의 감각이다.

필자에게 봄처럼 다가왔던, 서두에 언급했던 수업의 교수님의 시가 어떻게 내게 다가오는지 알게해준 파블로 네루다의 '시' 로 글을 끝내보려 한다.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나를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소용돌이치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참고 문헌 : 네이버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사진 출처 : news.zum.com , www.google.com '달' 검색.


[이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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