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달, 달, 무슨 달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2.2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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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달이 무언가로 재어서 잘라낸 마냥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이지만 달을 보면 시간의 흐름 만큼은 짐작할 수 있다. 벌써 보름이구나. 저번 보름달이 뜰 무렵은 설날 전이었으므로, 이번 보름달은 음력으로 치면 새해 첫 보름달인 셈이다. 달이 참 크고 밝다. 새해 첫 날 일출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바다로 나갔었다면, 이 즈음의 밤에는 새해 첫 보름달을 보기 위해 밤하늘을 들여다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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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다란 달을 지켜보면서 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1월 15일을 ‘정월 대보름’이라 부르고 있다. 정월 대보름은 ‘가장 큰 보름’이라는 뜻으로, 우리 민족의 밝음사상을 반영한 명절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중요한 명절날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이 날을 도교적인 명칭으로 ‘상원’이라 부르며 천관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 생각하고, 일본에서도 이 날을 공휴일로 정해 ‘소정월’이라는 명절로 삼고 있다.
 
대보름날은 정월 설날에 비해 개방적, 집단적, 수평적, 적극적인 마을 공동체 명절로서, 달의 생성과 소멸주기에 따른 긴장과 이완, 어둠과 밝음, 개인과 공동체 등 우리나라의 세계관을 잘 나타내고 있다. 대보름은 상징적인 측면에서 달, 여성, 대지가 지닌 속성인 음성원리에 의한 명절이다. 이는 땅과 달을 여성으로 여기고 신으로 삼았던 전통 농경사회의 사상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대보름 달빛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여, 어둠과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을 상징하게 된다. 예로부터 대보름날 보름날이 진하게 보이면 그 해가 풍년이라고 여겨왔다. 또한 달은 생명, 밝음, 풍요 등의 의미와 더불어 이상적인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강강수월래를 하며 부르는 노래의 가사 속에서 달이라는 공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살고 싶은 상상 속의 보금자리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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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는 대보름을 민족의 명절로 여기며 보름달을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반면, 서양에서는 그 반대로 여긴다. 과거 보름달이 뜨는 날은 일반적으로 ‘괴물이 나타나는 날’로 여겨지기도 했다. 영어로 미치광이를 뜻하는 말인 ‘lunatic’이 달을 뜻하는 라틴어 ‘luna’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만 봐도 그렇다. 보름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괴물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중세에 북유럽에서 돌던 늑대인간 전설이 있고, 영국에서는 보름달이 뜨면 빗자루를 타고 마법을 쓰는 마녀가 나타나 사람들을 골탕 먹인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또한 서양에서는 달을 보고 주로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는데, 우리나라에서 달에 토끼가 산다고 생각한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죄를 지은 사람이 달로 쫓겨난 것이라 생각했다. 달을 부정적인 존재로 멀리하게 된 데에는 서양의 태양신 숭배 사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밀물과 썰물에 자주 일어나는 해양 사고에 대한 기억이 결합하여 보름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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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같은 보름달이지만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마다 보름달을 보면서 상상하는 모습은 각각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름달 위쪽 어두운 타원형이 몇 개 이어져 나타나는데, 이 부분이 귀를 쫑긋 세운 토끼 머리이며, 그 아래 넓은 부분이 절구를 찧는 토끼의 몸통, 토끼의 반대쪽에 밝게 빛나는 부분이 계수나무라고 생각해서 보름달 안에 방아를 찧는 토끼가 있다고 생각했다. 윗줄의 사진 중 토끼 옆에 있는 두 여인, 그리고 아랫줄 사진의 게 모양은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달을 두고 떠올린 모습들이다.
 
위 사진의 오른편 아래에는 달 속에서 두꺼비와 당나귀 모양이 보인다. 페루의 경우 보름달을 보고 달 속에 멀리 뛰려고 움츠린 듯한 모양의 두꺼비가 있다고 생각했다. 페루 인근 지역에는 두꺼비 등 양서류가 많이 서식하여 비교적 두꺼비라는 존재가 낯설지 않다. 비교적 친숙한 존재임을 생각한다면 우리도 보름달에서 두꺼비를 찾아볼 수 있다. 당나귀는 스페인에서 떠올리는 달 속의 모양인데, 페루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는 당나귀를 보기 쉽다. 나라의 특성이 각각 다르므로, 같은 달을 보더라도 떠올리는 모양이 각기 다른 것이다.
    

달을 보고 느낀 다양한 생각들. 역사와 문화의 차이가 달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두고도 얼마나 상이한 가치관과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지 보게 된다. 하지만 가치관과 정서가 다르더라도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보름달이 얼마나 고고하고 아름다운지 말이다. 보름달 뜬 날 마녀가 나타난다든지, 사람을 홀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든지 결국은 보름달이 그만큼 매혹적이라는 것 아닌가. 요 며칠간 계속 우리 머리 위에는 둥그렇고 큼지막한 달이 떠 있을 테다. 달 속에서 토끼를 찾아보기도 하고, 달에 대고 간절히 소원을 빌어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달을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 본다.
 
    



* 참고 자료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image&wr_id=2772738
http://blog.naver.com/sesaliving2022/220634899770
http://www.salon.com/2013/11/05/why_the_moon_should_be_an_international_park_newscred/
http://blog.busan.go.kr/1994
http://filmschoolrejects.com/tag/the-wolf-man
http://witchesofthecraft.com/2012/01/14/lunabar-moon-almanack-for-saturday-january-14/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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