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떠도는 땅

글 입력 2016.02.22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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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_떠도는 땅_미스타 노와 가면들1.jpg


이 연극은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재미삼아 가볍게 볼 만한 연극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놉시스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관한 글도 충분히 읽었지만,
절대 쉬운 연극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장면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는 전제 하에 평소보다 더 신경써서 몰입해서 보려고 노력했다.

'이 땅은 인간의 삶의 터전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간들은 이 땅에 가치를 매기며 돈으로 환산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땅은 더 이상 삶의 터전으로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 연극의 주제는 이것이다.
그리고 연극을 감상하는 동안에도 항상 이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이 연극은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몇몇 연극들에 비해 매우 심오하고도 직설적이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난 이 연극의 10%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위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였고,
아예 관객들에게 해석 자체를 통째로 맡기기도 하는 매우 추상적인 공연들에 비해서는
나름대로 구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장면들이 상징의 연속이었는지 줄거리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아버지의 유산인 땅을 팔아 빚을 갚을 순간만을 기다리며 상을 치르는 미스터 노와 그의 아내.
특히 연극의 초반부에 잘 비춰진 이들의 이런 모습은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오늘날의 사회를 잘 보여주는 듯 했다.
그들의 모습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각박해져 버린 현대사회의 모습을 보게 되며 그들이 불쌍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 미쎄스 노는 같은 회사의 김 대리와 불륜을 저지르는 사이이다.
정확히 불륜이라는 것이 이 연극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모르겠지만,
불륜은 인간의 도리가 못 되므로 이것 역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넌지시 비추려고 한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미쎄스 노와 김 대리의 러브 씬(?)이 조금은 과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의도한 것이라면 분명한 이유는 있을테지.

그리고 또 한 명의 미스테리한 미스터 리는 정체모를 큰 가방 하나를 갖고 다니며 섬찟한 로봇 말투를 구사한다.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화재사고로 인해 불타 돌아가셨다고 하며,
불에 타 들어가는 사람 몸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대사를 친다.
듣고 있어도 눈 앞에 장면이 그려질 정도여서 섬뜩했다. 그가 했던 말들 몇 가지가 기억난다.
'사람은 어차피 죽으면 다 흙으로 돌아가는데 그게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영혼의 무게는 21g이다,'
'시체가 불에 타면 그 안에 있는 것들만 남는데 그것들은 근본적으로 같으니
그 시체들은 모두 다 나의 아버지나 다름없다.'
그의 대사들 중에 주제를 대표하는 부분들이 꽤 있었던 듯 하다.

인간은 어차피 흙으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자연인 대지가 우리를 존재하게 하고 우리는 그 위에서 살아가는 것인데,
요즘에는 반대로 대지가 인간에게 속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어차피 죽고 나면 일생 동안 얼마나 풍요롭게 살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죽음 뒤에는 누구나 똑같은 모양으로 썩어 없어지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물질과 돈에 집착하고 여유를 갖지 못하는가?

그러는 가운데 노 영감의 장례가 치뤄지고 있는 마을에서는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노 영감의 시신이 갑자기 사라지고, 미스터 노가 소꿉친구인 영지가 누군가로부터 살해되는 등.
그리고 밤이면 벌판에 나와 본드를 불고 노는 동네의 문제아들 3명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한다.

이러한 서스펜스적인 요소들이 제일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다.
몇 가지 사건들은 범인이 짚이지만, 연극이 끝날 때까지 이해하지 못한 사건들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미스테리한 일들이 과연 주제를 드러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짐작하기로서는, 이러한 일들이 모여서 관객에게 주는 느낌은 불안함이라는 것이다.
미스터 노와 같은 삶의 자세로 살아갈 때에 우리는 끝없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연극 안에도 여러가지 미스테리들이 있지만,
나에게는 사실 이 연극 그 자체가 미스테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몇몇 장면들은 너무나 적나라하고 직설적이기도 해서 조금 놀라기도 했고,
오히려 더 이해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작가분께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으셨던 것 같다.
이러한 연극을 완전히 이해하고 나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려면 얼마나 더 많은 연극을 봐야 할까?
복잡하긴 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연극이었다.

 
문화리뷰단_박한나님.jpg
 

[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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