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7년 간의 감금, 진짜 세상으로의 탈출/ 영화 < 룸 >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2.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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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덕분에 영화 <룸> 시사회에 다녀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만들고 그 소설을 다시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줄거리만 봐도 굉장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가슴아픈 소재로 시작되는 이 영화가 끝끝내 어떻게 그려져갈지 궁금한 마음으로 잠실로 향했다.
 
 
 
 
 
줄거리
 
램프 하나, 세면대 하나, 침대 하나…
작은 방에 갇힌 24살 엄마와 5살 아들
7년 전, 한 남자에게 납치돼 작은 방에 갇히게 된 열일곱 살 소녀 ‘조이’
세상과 단절된 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아들 ‘잭’을 낳고 엄마가 된다

감옥 같은 작은 방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엄마와 아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잭은 다섯 살 생일을 맞이하게 된다
태어나 단 한번도 방 밖으로 나가 보지 못한 잭을
더 이상 좁은 방안에 가둬 둘 수 없다고 생각한 조이는
진짜 세상으로의 탈출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들의 극적인 탈출과 충격적인 과거 때문에
세상은 두 사람을 또다시 보이지 않는 방안에 가두려 하는데…
 
 

 
 
 
이 영화에서 첫 번째로 살펴볼 점은 이 작품이 아주 비극적이고 가슴아픈 사건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는 모든 것을 담담하게 그려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왜냐하면 다섯살 소년 잭의 시선으로 모든 것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천진난만함, 순수함 그리고 무지함으로 인해 상처가 되는 순간들이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져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욱 더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그렇게 무구한 시선으로 어른들의, 그리고 세상의 추악함, 잔인함을 모두 그려내면서 영화는 궁극적으로 이런 비극이 두 번 다시는 있어선 안된다는 점을 역설한다.
 
 
 
두 번째로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좁은 방(ROOM) 안에서 태어나 자란 잭이, 엄마 조이가 말해주는 진실들, 다시 말해 방 밖의 모든 세계에 대해 알려줄 때에 이를 거짓으로 치부해버리고 격렬히 거부하는 장면이다. 인식의 지평이 방 밖으로 넘어선 적이 없기 때문에 잭으로서는 조이가 말해주는 '진짜' 사람들, '진짜' 잔디를 비롯한 모든 '진짜'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경험하지 않고 보지도 못한 상태로 믿으라고 한다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장면이 플라톤 <국가>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를 아주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동굴 밖으로 나아가 이데아의 세계를 경험하고 동굴 속으로 돌아온 사람이 동굴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동굴 밖의 세계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어도, 그들은 동굴에 비치는 그림자들(이데아의 허상)만 믿고 진실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동굴 밖을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 즉 철학자가 계속적으로 사람들을 일깨우면 그들 역시 스스로 묶여있던 동굴에서 벗어나 진짜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으로 비유는 마무리된다. 조이와 잭의 관계 역시 방 밖의 세계를 경험한 자와, 방 안에서만 생활하며 그 외의 것들을 TV로만 접하면서 마치 '그림자'같은 것들을 진실로 알고 자란 아이로 나뉜다. 그래서 잭이 조이의 말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진짜 세계를 인식해나가고, 또 죽은 척하며 닉의 트럭에 실려갈 때 누워서 진짜 세계를 목도하는 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비단 어린 아이의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었으니까.
 
 
 
세 번째로 눈에 띄었던 것은, 이 영화는 매스컴과 사회가 얼마나 사건의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가를 여과없이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7년간 감금당하면서 강간범의 아이를 낳아 기를 수밖에 없었던 조이. 그녀에게는 끔찍한 악몽같았던 세월이지만 자신의 아이 잭을 가지게 되면서 다시금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된다. 그런데 조이와 잭이 무사히 탈출하여 부모님 댁에 머물게 된 후 매스컴의 인터뷰에 응했는데, 매스컴은 조이를 배려하기보다는 아주 직접적으로 그녀의 상처를 후벼팠다. 아이에게 아버지(강간범)에 대해 알릴 것인가, 당신은 아이를 5년이나 키웠는데 그것이 과연 최선이었는가,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는 정상적인 사회를 접할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도망 보내거나 입양 보내거나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하는 등 사정없이 조이를 헤집었다. 게다가 매일같이 집 주변을 웅성거리며 응원한답시고 군집해있는 인파들. 그 결과 예민해지기 시작한 조이는 자살시도에까지 이른다.
 
거기다가 가슴아프게도, 조이는 아버지와 영화 말미에 이르기까지 끝내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조이가 감금되어 실종된 7년 동안, 무슨 연유인지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조이의 부모님은 이혼하여 따로 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이의 아버지는 먼 곳으로 옮겨 살고, 조이의 어머니는 레오와 함께 예전 집에 그대로 살고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 조이와 잭이 어머니와 레오가 사는 집으로 들어가고, 한동안은 조이의 아버지도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머무른다. 그런데 조이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의 인생을 저당잡은 것처럼 느껴지는 잭에게 단 한마디도 걸지 않고, 단 한 번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그것을 눈치 챈 조이는 아버지에게 잭을 바라보라며 이야기하지만 끝끝내 아버지는 잭을 회피하며 하던 식사도 접고 그 집을 나서버린다. 아버지의 마음 역시 이해가 가지만 조이와 잭은 이로 인해 다시금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아버지와 조이, 아버지와 잭의 화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너무도 현실적이고 또 비극적이어서 먹먹했다.
 
 
 
 
 
조이 역의 브리 라슨 그리고 잭 역의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직면한 현실은 기쁨을 누리기 힘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잭과 안온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동시에 사회로 나온 후에는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는 스물 네살에 불과한 여성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주면서 브리 라슨은 안정과 불안을 오가는 다양한 표정들을 보여주었다.
 
또한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첫 장면에서는 당연히 여자아이인 줄 알았다. 머리를 자르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욱, 예쁜 소녀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후에 머리를 자르고 나니 더할 나위 없이 잘생긴 소년의 모습이었다. 사랑스러운 외양을 한 소년이면서도 동시에 엄마를 속태우는 미운 다섯살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또 '진짜 세상'을 접한 후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서 수줍고 위축된 모습을 보인 제이콥. 앞으로 어떤 필모를 쌓으면서 배우로 성장해갈지 매우 기대가 된다.
 
 
정말 사회에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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