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 '다락에서-여행'

글 입력 2016.02.19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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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언제 마지막으로 인형극을 보셨나요?
저는 사실 유치원 때 이후로는 봉사 활동하는 곳에서 아이들을 위해 진행된 인형극을 본 것이 마지막이에요.
저를 위한 인형극을 말한다면 십 수 년 전이 제 마지막 인형극 관람이었네요.
그런데 지난 12일, 아주 오랜만에 저를 위한 인형극을 보고 왔답니다.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 ‘다락에서-여행’이었는데요, 어렸을 때 본 인형극과 닮아있으면서도 그때와 다른 느낌에 아주 설렜답니다.

늦은 8시, 어둑해진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니 주택들 사이에 갑자기 노란색 빛을 쏟아내는 작은 다락극장이 나타났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매표소처럼 보이는 곳에서 두 청년?이 맞아주셨습니다.
더 안으로 들어가니 인형들에게 어울리는 작은 무대와 네 칸 정도의 객석이 나타났는데요, 꽤나 작은 공간이었지만 협소하다는 느낌보다는 아늑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드는 곳이었어요.

다락에서-여행1.jpg

 공연시작 시간이 되자 체코인 진행자 분께서 무대로 다가와 관객들에게 체코어로 말을 거셨답니다.
인형극이 체코어로 진행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갔지만 갑자기 체코어가 쏟아지니 어리둥절했어요. 하지만 익살스럽게도 뒤에 바로 한국어 통역을 스스로 해주신 덕에 이해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곧이어 진짜 인형극이 시작되었는데요, 한국인 진행자 분과 체코인 진행자 분께서 체코어로 대화하거나 표정·눈빛을 주고받으며 매끄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갔습니다.
물론, 관객들과의 소통도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관객들에게 심벌즈,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등의 악기를 나눠주고 인형은 아코디언을 맡아 합주를 한다든지 관객들에게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요.

‘다락에서’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자칫하면 산만할 수 있는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집중력을 끝까지 쥐고 있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우선, 한 입 베어 문 사과를 사람의 머리처럼 표현해서 사과를 머리로 가진 인형이 열창을 하게 하는 에피소드는 진행자들의 익살스러운 연기와 영화 '인셉션' 삽입곡으로 익숙한 'Non, Je Ne Regrette Rien'라는 곡이 어우러져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큰 인형의 머리에서 (아마 그 인형의 과거라고 추정되는) 작은 인형들이 올라왔다가 내려가며 인생의 과정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조금 슬프고 무서우면서도 '인생'이라는 제재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머리를 가진 인형과 몸에 비해 작은 머리를 가진 인형이 서로 머리를 바꿔 끼운 뒤 행복해하는 에피소드나 가로등에 불을 붙이려는 인형과 그 불을 꺼버리려는 진행자의 신경전을 그린 에피소드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인형과 익살스러운 연기의 조화로 웃음을 주었습니다. 
사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인형극을 한 시간이나 보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공연을 볼 때에는 이제 끝났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랄 정도로요.
또, 진행자께서 공연 시작 전에 말씀하셨듯이 ‘다락에서’는 인형극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영상까지 갖추고 있는 공연이었는데요, 각 이야기에 맞는 영상들이 빔 프로젝터로 벽에 쏘아지며 인형극을 더욱 풍요롭게 했습니다.

‘다락에서-여행’이 진행되는 한 시간 가량 동안 다시 유치원생이 된 것처럼 즐겁게 웃고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신기하게만 보였던 인형극을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보며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공연입니다.




[홍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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