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맘모스 해동 - 꿈이 정답을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 입력 2016.02.1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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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의 마지막 날, 대학로 동승아트센터로 연극 '맘모스 해동'을 보러갔다. 이 작품은 2015 연극 창작산실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고 유명한 작가님과 연출가님의 만남으로 전부터 이목을 받았다. 또 줄거리도 심오하고 '맘모스'라는 신선한 소재를 사용해 극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보기 전부터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연극에는 총 네 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대작을 만들기 위해 바쁜 남편을 기다리는 엄마, 원래는 피아노가 꿈이었지만 남편이 교수가 되길 기다리며 보신탕집을 잠시 운영하는 부인, 교수가 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남편, 그리고 부인의 가게에 개를 대주는 일을 하는 남성. 이들은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포인터를 들고 강연을 연습하는 남편은 어딘가 모르게 굉장히 허술했다. 또 그는 부인이 나가자마자 야한 동영상을 켜놓고 자위했고, 보신탕은 마치 스테이크를 썰듯 포크와 나이프로 잘라 먹는다. 이상한 건 비단 남편 뿐만이 아니었다. 등장인물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의 인물인 엄마는 상냥한 듯 하다가 갑자기 딸에게 윽박을 질렀다. 또 부인은 남편을 내조하러 동창회에 나가려다가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며 다시 돌아왔고, 또 본인이 듣고 싫은 남편의 얘기에는 대답하지 않거나 말을 돌리려 하는 느낌이었다.

역시나 이후 새롭게 등장한 개 대주는 남자로 인해 그들의 꿈은 허망하게 무너져내리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의 꿈은 애초의 단지 '꿈'이고, 그것은 말 그대로 '무형'의 것이며 현실성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하나만을 믿고 살아온 것이다.

공부를 그만두겠다는 남편에게 매달리며 부인은 영원토록 꿈이라도 꿀 수 있게 해달라며 애원한다. 언젠가는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로 살아가게 해달라고 울부짖는다. 그녀는 진즉 남편이 택배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것을 애써 부인하며 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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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지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포기하는 것은 더 어렵다. 등장인물들이 현실을 얼른 파악하고 삶의 방향을 좀 더 나은 쪽으로, 시간의 낭비 없이 나아가길 바란다는 생각은 극을 보는 내내 했지만 나라고 그럴 수 있었을까. 포기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까진 끝이라는 의미다. 두 가지 의미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연극의 아쉬웠던 점은 '맘모스'라는 소재다. 이것은 처음에는 굉장히 신선한 소재처럼 보였으나, 굳이 필요했던 소재였을까? 맘모스 없이도 충분히 극의 주제가 전달되는데, '맘모스'를 정해놓고 그에다가 의미를 끊임없이 부여하려 대사에도 넣어보고 세탁기도 만드는 느낌이었다. 애초에 '해동'은 전자렌지의 기능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이렇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에게 생각할거리들을 준다. 꿈이라는 것은 이룰 때가장 아름답고, 또 포기하는 모습보다는 차라리 꿈을 꾸는 모습이 훨씬 보기에 낫겠다는 생각은 꿈을 꾸는 나조차도 하고 있으니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할 일이 없게 얼른 열심히 하자는 자극의 마음과 반대의 두려움이 동시에 드는 그런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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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팀_정건희님.jpg


[정건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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