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 62회 서울 오라토리오 정기 연주회 위대한 유산 8: 멘델스존

멘델스존의 두 명작과 만나다
글 입력 2016.02.1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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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제 62회 서울오라토리오 정기연주회 위대한 유산 시리즈가 열렸다.
위대한 유산 시리즈 그 여덟 번째, 멘델스존
협주곡은 피아노협주곡만 듣던 내가 영상 하나 듣고 꽂혀 버린 곡,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때문에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고 갔던 공연이었다.


포스터, 리플렛(앞면).jpg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갔던 공연이어서 더 그랬을까? 아니면 너무 명 연주를 많이 듣고 간 탓이었을까. 생각보다 많이 실망을 안겨줬던 곡이었다. 일단 협연자의 바이올린 소리가 뚜렷이 들리지 않고, 어쩐지 힘이 없는 연주가 지속되었다. 곡 자체로는 정말 좋구나, 명곡이구나 느낄 수 있었기에 더 열심히 들었지만 협주곡의 끝인 3악장으로 치닫을수록 음의 미스나 오케스트라와 같이 연주되는 부분마저 맞지 않는 부분이 내 귀에도 느껴져서 많이 안타까웠다. 협연자와 오케스트라가 조금만 더 잘 맞았거나 힘있는 연주가 이어졌다면 아쉬움이 덜 남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세계 제 3대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라는 명성은 빛나듯, 곡은 참 아름다웠다. 특히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악장이었던 2악장을 들으며, 나는 결국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피아노를 좋아해서 더 그런 것이기도 했지만 피아노 협주곡만 챙겨 듣던 내가 처음으로 이 바이올린 협주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 날의 연주 자체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공연이었지만, 그래도 이 곡에 대해 궁금해지고 좀 더 찾아보며 곡에 대해 알아가고 거듭 연주를 들을 수 있게 된 점은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찾아 본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곡의 설명을 덧붙인다.



Felix Mendelssohn (1809~1847),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바이올린 협주곡 중 최고의 금자탑으로 손꼽히는 이 곡은 아름다운 가락과 정열에 넘친 풍부한 색채감이 전곡에 넘쳐,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는 바이올린 협주곡 중의 하나이다.

멘델스존이 이 마단조 협주곡의 작곡에 착수한 것은 1838년(29세)의 일이지만 완성된 것은 그로부터 6년 뒤인 1844년(35세) 9월이었다. 속필가인 그로서는 이례적으로 장시일이 걸렸는데 그렇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착수하기 전 해에 세실 살로테 소피 장 르노와 결혼해서 행복하고 다망한 신혼생활에 쫓기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라이프찌히 음악원의 창설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고, 버밍검 음악제와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의 지휘자로서 연주활동에도 몸을 쪼개야 했던 것 등, 차분히 일에 몰두할 수 없었다는 것이 외부적인 주요 이유였다.

그리하여 이 곡은 이듬해 페르디난드 다비드의 바이올린 독주로 라치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초연 당시 멘델스존은 건강의 악화로 부지휘자인 닐스 가데에게 지휘를 맡겼다. 다비드와 멘델스존은 어렸을 적 친구로, 같은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지휘자 사이였고 서로 오랫동안 교우를 지속했다. 이 곡을 작곡하는 과정에서도 다비드로부터 많은 조언을 충실하게 듣고 신중하게 작곡해 나갔다. 따라서 이 협주곡이 다비드에게 헌정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멘델스존의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독일 낭만파 음악이 낳은 협주곡으로서는 기념비적인 의의를 가지는 작품이다. 부드러운 낭만적 정서와 균형 잡힌 형식미는 멘델스존의 모든 작품에 공통된 특징이지만 이 두 개의 측면이 이 곡에서 처럼 잘 조화된 작품은 이 곡의 이 전에도 이 후에도 없다고 할 만큼 멘델스존이 우리에게 남긴 최대의 유산이다.

영국의 스텐실 베네트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비교하면서 <아담과 이브>라고 평했다. 이 평을 전면적으로 긍정할 수는 없다고 할 지라도 분명히 화려함이나 섬세함, 그리고 유려함에 있어서 베토벤의 것보다 훨씬 여성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곡은 고전적 형식에 의해 쓰여 졌지만, 전체적으로 로맨틱하고 도처에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 예컨대 전 3악장이 중단 없이 연속해서 연주되는 것이나, 제 1악장의 서두부터 독주바이올린이 제 1주제를 연주한 것이나, 스스로 카덴차를 써서 로맨틱한 정서가 중단되는 것을 막고 있다던가, 제 1악장의 독주 카덴차가 재현부 다음에 연주되는 관례를 무시하고 발전부 다음에 온다는 점 등은 당시로서는 다 대담한 수법이었던 것이다. 낭만주의 시기에 작곡된 바이올린 협주곡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멘델스존의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작품과 더불어 언제나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 협주곡에는 멘델스존의 온화하고 따뜻한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린 천재로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괴테로부터 축복의 키스를 받으며 성장한 아이가 청년 작곡가로서 세계를 향해 던지는 메세지이기도 하다.


제 1악장 (Allegro molto appassionato)

우아하게 시작되는 서주는 멘델스존 특유의 것이다. 바람결에 나부끼는 코스모스의 느낌처럼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멜로디는 그 자체로 매혹되는 선율이다. 현악기의 화음과 함께 독주 바이올린이 주제를 연주하는데 이 부분에서 안개에 휩싸인 듯한 분위기의 연출은 필수적이다. 오보에와 바이올린의 화음, 그리고 클라리넷과 플루트의 앙상블이 바이올린의 주제를 이어받아 부서질 듯 말 듯한 여운을 남기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독주 바이올린이 아르페지오와 목관 악기들의 연이은 주제와 코다의 순간적인 폭발은 기교도 기교지만 리듬을 자연스럽게 타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사실 1악장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다면 전체의 핵심적인 모티프를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제 2악장 (Andante allegro not troppo)

명상적인 선율은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전개되는데, 선율의 투명함은 이 악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따라서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만들어야 한다. 수도원에서 기도하는 신부의 손 끝에 비친 아침 햇살 같은 투명함 말이다. 유려한 멜로디의 흐름은 1악장이나 3악장에서도 중요하지만, 2악장의 수줍은 듯한 미소를 표현하는데 있어 선율감각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아함의 경지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일텐데, 오케스트라의 은근한 반주 위에서 독주 바이올린은 세속의 경계에서 노래한다.

제 3악장 (Allegro no troppo - Allegro molto vivace)

리드미컬한 3악장은 기교로 빛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코다 부분에서 화려하게 폭발하는 테크닉은 모든 것을 삼킬 듯 하다.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의 대화는 '콘체르토(Concerto)'의 어원인 '경쟁하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3악장에서는 사춘기 소녀의 웃음소리 같은 발랄함과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동시에 느껴진다. 멘델스존은 엷디 엷은 감수성의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듯한 효과를 창출하면서 테크닉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곡 해설 출처 - 想像의 숲 1, 2


noname02.jpg
 

 저번 체코 음악과 한국의 음악을 같이 들려주었던 서울 오라토리오의 '우정과 평화의 음악회'에서도 느꼈지만, 이 단체의 음악은 거대하다. 그만큼 내게 참 어렵게 다가왔다. 특히나 이 날 두 번째 곡이었던 멘델스존의 교향곡 2번이 그랬다. 워낙 크고 긴 곡이어서 솔직히 곡 중간에 조금은 졸았던 교향곡이었다. 곡의 특성상, 이 곡이 찬가여서 더욱 공감을 못했기에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찌 됐건, 서울 오라토리오의 기나긴 연주로 멘델스존의 교향곡 2번의 전 곡을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싶었다.



Felix Mendelssohn (1809~1847),
Symphony No.2 in B flat major "Hymm of Praise," Op. 52


이 교향곡 제 2번은 3인의 독창자와 혼성합창을 곁들인 교향 칸타타를 말한다. 이 [찬가]의 스코어에 멘델스존은 마르틴 루터의 다음과 같은 말을 기록해 놓았다고 한다. 이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해 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곡의 가사로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성경에서 택하였다고 한다.


"나는 예술의 행위를 주신 주님께 봉사하는 가운데 모든 예술을,
특히 음악을 발견 창작해 내려는 것이다."

[제 1부] 심포니아 Sinfonia
[제 2부] 합창 Cantata (제 2번 - 제 10번)
제 3번 테너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제 4번 합창
제 5번 소프라노 2중창과 합창
제 6번 테너 독창과 소프라노의 레치타티보
제 7번 합창
제 8번 Choral
제 9번 소프라노와 테너의 2중창
제 10번 Final Chorus

곡 해설 출처 - 想像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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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오라토리오의 위대한 유산 시리즈는 이런 거대한 명곡들을 다시금 돌아보고 주목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좀 어려운 곡이었지만, 이런 시도를 해주었던 서울 오라토리오에게 감사한 마음이 한 켠으론 들었다. 이 공연 덕분에 내게 한 번일지라도 멘델스존의 명곡들을 돌아보며, 알아갈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을 선물 받은 기분이 들기도 하다. 서울 오라토리오의 위대한 유산 시리즈는 9번째 하이든, 10번째 드보르작, 그리고 11번째 영혼을 울리는 음악회로 올 11월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 오라토리움(Oratorium)이란?

  음악역사의 최고의 위치에서 인류의 정신문화를 주도해온 음악의 장르. 
  성서나 종교적/도덕적 내용의 가사를 바탕으로 만든 서사적 악곡으로서,
  독창과 중창, 대규모 편성의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주를 이룬다. 
  이야기가 있는 오라토리오를 비롯해 넓은 의미로 미사, 레퀴엠,
스타바트 마테르, 테 데움, 수난곡, 칸타타 등의 악곡들도 오라토리움에 속한다.



62회 리플렛 (뒷면).jpg
 


문화홍보팀 팀장_황주희.jpg


본 공연은 아트인사이트(ART insight)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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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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