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 순수한 어느 목동의 고백 [문학]
Christopher Marlowe의 시, 《The Passionate Shepherd to His Love》
글 입력 2016.02.0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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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순수한 어느 목동의 고백Christopher Marlowe의 시《The Passionate Shepherd to His Love》‘연애를 글로 배웠어요’라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 다소 희극적인 말이 되어 버렸지만, 사실 이 말이 어색해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바로 우리 윗세대만 하더라도 시와 소설로 연애담을 접하고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게 더욱 일반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도 인터넷으로 많은 연인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하니, 글로 배우는 연애가 그리 낮설지 않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시는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에 쓰인 연애 시로, 목동의 순수한 고백을 담은 편지 형태의 시이다. 고전은 영원한 법이니 혹시 알까, 이 시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The Passionate Shepherd to His Love - Christopher MarloweCome live with me and be my love,And we will all the pleasures proveThat hills and valleys, dale and field,And all the craggy mountains yield.나와 함께 살며, 나의 사랑이 되어라, 그러면우리는 모든 즐거움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골짜기와 언덕, 계곡과 들판그리고 모든 험준한 바위투성이의 산들이 제공하는 것들을.There will we sit upon the rocksAnd see the shepherds feed their flocks,By shallow rivers, to whose fallsMelodious birds sing madrigals.우리는 바위 위에 앉아서얕은 강가에서 물소리에 맞춰양떼들을 먹이는 목동들을 보면서가락이 아름다운 새들은 마드리갈을 부르고,There will I make thee beds of rosesAnd a thousand fragrant posies,A cap of flowers, and a kirtleEmbroider'd all with leaves of myrtle.나는 그대에게 장미꽃 침대를 만들어 줄 것이다.그리고 천 개의 향기로운 꽃다발을,은매화 꽃잎으로 수놓인꽃으로 된 모자, 그리고 스커트를A gown made of the finest woolWhich from our pretty lambs we pull,Fair linèd slippers for the cold,With buckles of the purest gold.예쁜 어린양에게서 우리가 뽑은가장 좋은 털로 만들어진 가운,추위를 위해서 털로 안을 댄 덧신,순금 버클과 함께A belt of straw and ivy budsWith coral clasps and amber studs:And if these pleasures may thee move,Come live with me and be my love.밀짚과 담쟁이 봉오리로 만든 벨트,산호 고리와 호박 단추와 함께그리고 만약 이런 즐거움들이 그대의 마음을 움직인다면,내 애인이 되어서 나와 함께 살자.The shepherd swains shall dance and singFor thy delight each May-morning:If these delights thy mind may move,Then live with me and be my love.시골 목동들은 춤추고 노래를 부를 것이다.매일의 오월 아침마다 그대의 기쁨을 위해서만약 이런 기쁨들이 그대의 마음을 움직인다면그렇다면 내 애인이 되어서 나와 함께 살자.글로 배우는 연애순수함의 상징인 ‘목동’의 고백을 담은 이 시는 엘리자베스 여왕 1세 즉위기인 골든 에이지 때에 크리스토퍼 말로우가 쓴 것으로, 당시 유행했던 Pastoral Poem(목가시, 전원시)의 정석으로 손꼽힌다. 전체적으로 ‘l’, ‘s’, ‘m’소리가 반복되면서 아름다운 전원의 영원한 봄을 노래하고 있다. 또 미각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여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였다. 하지만 이 시를 읽어본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목동의 연인이 그의 고백을 진심으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사실 목가시는 그 전원적 아름다움 이면에 있는 특유의 비현실성으로 더욱 주목받는 시이다. 이 시를 읽고 목동의 구애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럴 만도 한 것이, 시의 화자인 목동은 ‘매일이 오월 아침’이라고 하며 봄의 영원함만을 강조하고 언젠가는 들판에 겨울이, 또 시련이 찾아올 것임은 말해주지 않는다. 또 자연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순금, 산호, 호박 등 진귀한 선물들을 준다는 약속들을 늘어놓아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까지도 든다. 물론, 정착할 수 없어 언젠가는 떠날 수밖에 없는 목동의 필연적인 이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그의 고백의 진정성에 흠집을 내는 이유 중 하나이다.어쩌면 그가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다소 비현실적인 사랑만을 약속한 것은 아닐까 싶다. 좋은 것, 아름다운 것들만 보여주려던 그의 열정 가득한 마음이 상대방에게는 진실성 없는 섣부른 고백으로 느껴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자칫 현재의 감정에만 충실한 ‘카르페 디엠’의 마인드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마음이 진실임을 강조하기 위해 목동이 자신의 직업 상 이리저리 옮겨다녀야하기에 일 년의 절반은 볼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금은보화를 안겨주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이 점에 착안하여 많은 시인들이 이 시에 대한 답시를 남겼다.개인적으로는 이 시가 목동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이 ‘글로 배우는 연애’의 한계인 듯하다. 하지만 목동이 이 시를 통해 그의 연인에게 주고 싶은 것은 산호나 호박, 순금, 영원한 봄 이외에도 더 많은 것들이 있었으리라고 믿는다. 나는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이 그의 마음이 허황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목동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순수한 마음에 과장해버린 표현들까지 기분 좋게 바라볼 순 없을까. 400년 전 쓰인 시를 통해 글로 연애를 배우며 드는 생각이다.[손정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