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선의 역사를 파괴하라! '달빛 안갯길'
글 입력 2016.02.0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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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우리나라 역사와 접하였을 때는 대학교 1학년 때 언어와 문학 시간이 전부인 것 같다. 언어와 문학 시간에도 간단한 역사에 대해서만 교수님께 설명을 들었을 뿐 전공을 공부하기에도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역사'라는 것에 등한시하였던 것 같다. 그랬던 나이기에 이번 <달빛 안갯길> 연극은 내게 많은 의미와 느낌으로 다가왔다.연극은 앞서 프리뷰에서 소개하였듯이 '부석사'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역사를 연구하는 젊은 선생(이선규)은 신화 및 설화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취급하며, 역사 또한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어야 된다 생각하는 인물이다. 나 또한 초반에 그의 의견에 아예 동조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후손들의 의해 역사가 왜곡되는 일들은 결코 흔한 일들이 아니기에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젊은 선생이 신화 및 설화에 대한 입장을 변화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젊은 선생이 변화할수록 나 또한 신화 및 설화가 단순히 옛날이야기가 아닌 우리에게 얼마나 작고 큰 영향들을 미치는지 알아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그 범위에 대해 고민해보고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달빛 안갯길>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되었다. 대극장인 만큼 굉장히 넓었고, 관람객들의 좌석 또한 깔끔하여 두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앉아있더라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였다. 무대연출도 인상 깊었는데, 내가 여태껏 관람하였던 대학로 연극들 중에서 가장 '최고'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대가 넓어 그런 것 또한 있었겠지만, 연극 중간중간 큰 이동 및 변화 없이 무대 전체를 활용하여 연극이 진행이 되는 모습이 전체적으로 흐름도 잘 이어지고 깔끔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내가 그동안 많은 창작 뮤지컬들을 보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웬만한 창작 뮤지컬의 무대만큼 연출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배우들의 발음 부분이었다. 음향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종 남자배우분들의 발음을 정확하게 알아듣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극이 끝난 후, 함께 관람하였던 지인 또한 발음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역사라는 것을 다루었기에 그리고 두 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의 연극이었기에 혹시 지루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되는 나의 마음을 모두 물리쳐주었던 연극이었다. 주제가 다소 무거운 연극이 오히려 더욱 흥미진진하고 나를 두들겨줄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설 연휴전에 이미 공연이 끝나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해주는 것을 놓쳐 아쉬웠던 연극.[박하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