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두 번째의 새해, 음력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2.0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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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이 지날 즈음 되면 항상 예전 일이 생각난다. 한참 어렸을 적에는설날이 두 번 있다는 사실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한 해가 시작하는 날이 설날이라고했는데, 왜 설날이 매년 두 번씩 있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진짜’와 ‘가짜’로 편가르기참 좋아했던 어린 자신은 그 두 설날 중에 무어가 진짜고 무어가 가짜인지 판별할 수 없어 안달복달했다. 골똘히고민하다 부모님께 여쭤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만 들려왔다. 하지만 이렇게 설날을 두고 고민해댄대도, 사실 누군가가 ‘그래서, 두번의 설날이 좋냐 싫으냐’ 물어온다면 대답은 단순했다. 맛난떡국 두 번이나 먹을 기회가 생겼으므로 당연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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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양력과 달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달력. 시간이흘러 자연스럽게 양력과 음력의 개념을 이해하면서 점차 두 설날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 안에서 전통적으로 설날의 의미가 큰 것은 음력설이라는 점이다. 예로부터 동양은 서양에 비해 양력보다는 음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우리의문화권 안에 형성된 농경문화 안에 그 원인이 있다. 농경사회 안에서 음력은 음력과 맞물려 돌아가는 24절기를 통해 각종 농사 일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음력은그렇게 우리 민족의 시간과 계절의 기준으로 자리잡아갔다.

음력 중에서 설은 음력 1월 1일새해 첫 날이고, 이 날은 보통 가족이 모여앉아 떡국을 끓여먹는다. 1년의농사 준비를 새로 시작하는 날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 삶 역시 새로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에 몸과마음을 깨끗하게 하자는 의미에서 맑은 물에 흰 떡을 넣은 떡국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설풍경은 이렇다. 그렇다면 다른 동양권 나라의 음력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동양 문화권 내에 있으므로 비슷한 풍경일까, 혹은 다른 풍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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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설날은 성대하게 치러지기로 유명하다. 중국의 설날은 춘절이라고하는데, 과거의 춘절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게 주된 일과였지만 오늘날엔 온 가족이 모여 새해의희망을 나누며 즐겁게 시간을 함께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한다. 춘절만의 독특한 풍습으로는 새해 폭죽, 홍빠오, 자오쯔나 녠가오 같은 음식을 들 수 있다. 폭죽을 터뜨리는 풍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행해져 온 것으로, 붉은색과시끄러운 소리를 싫어하는 괴물을 쫓아내기 위해 대나무를 태우던 풍습이 현재 폭죽 문화의 기원이 되었다. 홍빠오는한자로 직역하면 홍포이며, 빨간 봉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빨간색은중국인들이 가장 복된 색이라고 생각하는 색깔이다. 새 해를 맞아 덕담과 함께 건네는 세뱃돈 역시 빨간봉투에 담아 준다고 한다. 자오쯔는 만두의 일종인데, 우리나라에서떡국을 먹는다면 중국에서는 자오쯔를 먹는다. 자오쯔는 ‘지난해에서새해로 바뀌는 교차점’을 뜻하는 ‘자오쯔’와 발음이 같아 대표적인 춘절 음식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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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역시 중국의 설 풍경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베트남 중국과마찬가지로 이 시기에 전통적으로 불꽃놀이를 해왔다고 한다. 음력설을 지내는 나라들은 베트남, 한국, 싱가포르, 몽골등 대부분 과거에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나라들이기에 비슷한 모습이 보이는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어느 부분은 비슷하더라도, 확실히 그 나라의 풍습으로 굳혀진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다양한 종교가 혼재되어 나타나지만 그 중 비중이 큰 것은 불교이다.베트남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설날 아침에 복을 기원하며 절을 찾고,. 절에서 하이록이라고불리는, 복의 새싹을 딴다는 뜻의 꽃나무에 소원을 걸어 놓는다. 베트남의설날 풍경 중 우리나라와 유독 다른 점은 바로 귤나무, 매화나무 같은 화려한 색으로 집안을 꾸민다는점이다. 매화의 노란색이 황금과 비슷한 색이라 그 나무를 집에 들여다 놓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의미를가지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복숭아 나무의 분홍색은 악귀를 쫒는다는 뜻이 있어 벚꽃처럼 집안에 분홍꽃이만개하면 한해동안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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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그들이 가진 전통문화의 색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몽골의 설날은‘차강사르’라고 불리며, 이단어는 ‘하얀 달’을 뜻한다. 몽골에서는 흰색을 평화, 순수를 상징하는 가장 좋은 색으로 여기기에이 날이 바로 몽골 최대의 길일임을 알 수 있다. 설을 맞이하는 일반적인 풍경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고향에 가서 친척을 만나고, 명절 음식을 미리 준비하고 나누어 먹는다. 다만 몽골의 경우 전통적으로 양고기를 넣은 찐만두인 ‘보쯔’를 먹는다. 이 외에도 양 한마리를 통째로 삶은 ‘오츠’, 우유로 만든 차인 ‘수태차’ 등 몽골 전통 음식을 먹으며 가족과 화합한다. 몽골에서는 새로운시작을 기념하며 산에 올라 돌탑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새해를 시작하는 독특한 신년 행사를 가지고 있다. 별에게소원을 비는 의식에 가까운 것으로 보여진다. 이 의식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천을 사용하여 집안 어른에게세배를 올리고, 보통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뱃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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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양권 나라이기 때문인지 일본도 마찬가지로 음력설을 지낼 거라 생각하게 되지만,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음력이 사라지고 양력만 남아있는 상태다. 본래는일본도 음력을 사용해오긴 했지만 음력이 사라졌다고 해서 전통 문화까지 흐려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경우 명절 풍습만큼은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로 유명하다. 특히 가장 큰 명절인 새해 첫 날이 그렇다. 일제히 현관이나 출입문 곁에는 가도마쓰라고 불리는 소나무 장식을 세우고, 가케소바나오세치 등의 설음식을 먹으며, 설날 아침에 어린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매화 그림 등이 그려진 예쁜 봉투에‘오토시타마’란 이름의 세뱃돈을 받는다. 거의 모든 집이 이렇게 설을 지낸다. 특히 설날 기간동안 신사나절을 찾아가 한 해의 행운을 비는 풍습이 있는데, 2009년 당시엔 10명중 8명 이상이 참여했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은연중에 ‘음력설’을 ‘진짜설’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대입했었는데, 결국 설엔 언제인가 하는 시기가아니라 새 날을 맞이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배우게 된다.

작게는 개개인이, 크게는 지역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다르듯 각 나라의모습도 각기 다르다. 같은 동양권 안에서 어느 정도 비슷한 문화를 공유해왔지만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달이 보내준 새 해를 시작한다. 첫 번째 새 해 첫날이 지나고, 이제또 찾아온 두 번째 새 해 첫날. 만약 아직 못다적은 한 해의 소망이 있다면 그 소망을 이어서 오늘한번 더 마음에 적어보자.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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