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선史 편찬을 둘러싼 역사 전쟁, 연극 < 달빛 안갯길 >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부석사에서 새로운 조선의 역사가 펼쳐진다!
글 입력 2016.02.07 00: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조선史 편찬을 둘러싼 역사 전쟁
  
연극 <달빛 안갯길>



달빛 안갯길_포스터 메인.jpg
 


- 공연 안내 - 




공연일시 : 2016. 01.23 (토) ~ 02.06 (토)
          공연 시간 :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일요일 오후 3시 (쉬는 날 없음)
공연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러닝타임 : 120분 
관람등급 :  만 15세 이상 관람가
티켓가격 : R석 50,000원, S석 30,000원 



작 : 신은수
연출 : 신동인
주최·제작 : 극단 한양레퍼토리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 공연기획 감탄사 


예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02-3668-0007
www.koreapac.kr,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공연문의 : 공연기획 감탄사 02-765-1776












2016-02-06 23;09;27.jpg
 


 연극 <달빛 안갯길>은 1925년, 조선총독부가 조선사를 편찬하기 위한 역사기관인 조선사편수회'를 발족시키는 것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선사편수회는 일제의 침략과 지배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역사의 실증주의 (역사를 과학적으로 해석한다)라는 명목으로 통일신라 이전의 역사를 부정하여 고대사를 축소시키고, 삼국유사를 허무맹랑한 신화 설화집 정도로 치부해, 고조선과 단군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조선 팔도에 있던 사료들을 강제로 압수하고,  유적지들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일까지 벌인다. 부석사 또한 그 당시 일제에 의해 많은 수난을 격었다.



2016-02-06 23;11;56.jpg
 
선묘낭자(왼쪽)와 의상대사(오른쪽) [출처: 헤럴드경제 - 테마있는 명소]




 부석사에는 많은 전설들이 전해져오고 있는데, 바로 용이 되어 의상 대사를 수호했던 선묘의 이야기이다. 의상 대사가 기거했던 조사당의 선비화 (의상 대사가 중생을 위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처마 밑에 꽂자 뿌리가 내리고 잎이 나서 나무가 된 것으로, 의상대사는 나무가 죽지 않으며 자신도 죽지 않을 것이고, 나무에서 꽃이 피면 국운이 흥할 것이라 말했다 한다) 등,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부석사의 조사당으로 하여 이러한 설화들과 함께 당시 영친왕의 약혼녀였으나 일제에 의해 강제 파약되어 수난을 겪다 중국 상해로 망명한 민갑완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등장시켜 소재에 있어서 역사와 설화의 결합을 시도한 연극이다.


 또한 일본에서 교육받은 청년 역사학자 이선규를 중심으로 그들이 그렇게 허구라 주장했던 삼국유사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신화와 설화가 갖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1601_474.jpg
 
[출처 : 인천광역시 블로그]




 나는 연극을 보면서 새로운 발상을 깨달았다.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는 단군설화의 이야기를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의 한 역사라고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전설은 전설일뿐, 재미있는 설화는 설화일뿐 그 안에 담긴 중요한 의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파고든적이 없었다. 다시말해 보다 우리의 역사에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자세를 갖추지 못했던 것.

이때 조선 학자 이선규는 정확한 실증이 없기 때문에 역사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에게 전설에 대한 진실의 힘을 준 민갑완의 삼촌, 이기현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곰과 호랑이의 전설을 곰 부족과 호랑이의 부족 중 곰 부족이 서로 전쟁을 하다가, 승리한 곰 부족이 하늘의 아들과 혼인을 치뤘다고 생각하면 어떻겠는가?" 즉, 전설과 설화는 단순한 이야기거리가 아닌 하나의 역사적 사료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을 연극에선 중요하게 얘기하고 있다.




2016-02-06 23;10;36.jpg
 
부석사 풍경 [출처 : 네이버 검색 - 폐인왕자]
 



 이러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면서 오래전부터 우리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역사적 연도와 사건을 달달 외웠을때, 이같은 진지한 고민을 과연 해본적이 있었나 싶다. 즉, 연극 <달빛안갯길>에서 건네주는 주제의식은 바로 전설과 설화가 우리에게 그것이 사실이다 허구이다의 논의를 넘어, 상당히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품 안에서 '대한제국'이라는 나라와 같은 운명적 처지의 민갑완이 절망 속에서 상해로의 멀고 험한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신을 수호해주고 있는 선묘라는 존재에 대한 확신이었기때문이다. 어쩌면 선묘하는 존재는 부석사 안개 속에서 민갑완이 본 꿈이나 환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본래는 실제하지 않았던 것이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강한 확신과 믿음을 주어 민갑완이 상해로 갈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분명하다. 우리에게 있어서 전설과 설화란 지금까지 이같은 역할을 해주었던 것은 아닐가 생각해본다.




제목 없음.png
 



연극 <달빛안갯길>의 배우들 중 몇몇 분들은 다른 연극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본적이 있을 정도로 워낙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이 모두 모였다. 그렇기에 단연 예상한 것만큼 놀라운 연기를 펼쳐주셨다. 무엇보다도 모두 각자의 역할에 꼭 들어맞는 옷을 입은 듯, 연기와 캐스팅 모두 좋았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점. 특히 나지막하게 읊조리거나 좌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사를 할 땐 더욱 그랬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이선규 역을 맡으신 정원조 배우의 연기력은 좋았지만, 발음이 불안정하고 대사가 답답하게 들렸다.


 하지만 연극을 더욱 빛내주는 요인은 세트장도 한 몫했다. 울창한 나무들과 마치 진짜같은 부석사의 모습, 그리고 높은 바위와 자욱한 안개 등의 연출은 극의 리얼함을 더해주었고, 수직적 입체감이 느껴지는 세트장 덕분에 연극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추가적으로 중간 중간 연극의 다채로움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노랫소리는  뮤지컬같은 느낌까지 주어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

.

.



 이제는 역사에 대해 단순히 배워나가기보단 스스로 역사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나가고 한국인으로의 자긍심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의미에서 나에게 이같은 마음가짐을 안겨준 연극 <달빛안갯길>.
지금 이같은 시점에서 더욱이 필요한 연극이 아닐까 싶다. 

 국정 교과서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더욱 떠들석해진 대한민국의 역사 논란 속에서 우리의 진실된 역사에 제대로된 눈을 뜰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대한민국 파이팅!

 

- 상세 정보 - 



240X2400p 700px.jpg
서포터즈5기_박정은님.jpg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합니다 : )



[박정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