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부와 투자의 모호한 경계에서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2.05 15: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Opinion] 기부와 투자의 모호한 경계에서 [문화전반]


학문의 상아탑이자 지성의 요람으로 불리는 대학.  
그런 대학들을 살펴보면 독특한 이름을 가진 건물이나 대학들이 많습니다. 


www.knok.com.jpg▲ 출처 : www.knok.com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세계적인 명문인 와튼스쿨, 록펠러 대학, 카네기 대학, 밴더빌트 대학 모두 설립자 혹은 기부자의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하버드의 ‘케네디스쿨’ 또한 대표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름의 대학입니다. 케네디스쿨 외에도 최근 하버드에는 ‘존 폴슨 공학응용과학대학’, T.H.챈 보건대학원 등 개인의 이름을 딴 건물들이 속속 생기고 있습니다. 각각 헤지펀드의 제왕이라 불리는 억만장자 존 폴슨과 홍콩 최대 부동산업체인 항룽그룹의 창업자 T.H챈의 기부로 생긴 건물들입니다. 


rabbibrant.com.jpg▲ 출처 : rabbibrant.com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만 하더라도 SK경영관, LG경영관, 포스코생활체육관, CJ어학연구소, LG연구동 등 기업의 명칭을 그대로 활용한 건물들이 많은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타 대학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삼성 학술 정보관, SK국제학사, LG-POSCO 경영관, 동원글로벌리더쉽홀, SK텔레콤관 등 대학 건물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명칭의 건물들이 많습니다. 


namu.wiki.jpg▲ 출처 : namu.wiki
 

사실 기업과 대학은 자본주의 강력한 연결고리로 묶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업은 천문학적인 기부를 통해 대학의 발전을 견인하고, 대학은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여 사회로 내보냅니다.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기업을 적대시하거나 기업과 대학과의 관계를 단순히 ‘좋다’ 혹은 ‘나쁘다’와 같은 이분법의 논리로 바라보아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오랜 역사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이므로 다각도에서 살펴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twu.ca.jpg▲ 출처 : twu.ca
 

그렇다면 대학을 넘어 문화와 예술 분야를 살펴보겠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대학과 기업, 그들의 관계와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얼마 전 뉴욕 필하모닉에게는 커다란 뉴스가 2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내년 여름 공연을 끝으로 뉴욕 필을 떠나게 된 앨런 길버트 음악감독의 후임으로 야프 판 즈베덴이 확정 된 것입니다.  


jongestrijkers.nl.jpg▲ 출처 : jongestrijkers.nl
 

두 번째는 뉴욕 필의 안방이자 홈그라운드 무대로 통하는 링컨센터의 에이버리 피셔홀이 6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전인 돈을 들여 리모델링하게 된 것입니다. 

2가지 빅뉴스 중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소식입니다. 


en.wikipedia.org.jpg▲ 출처 : en.wikipedia.org
 

에이버리 피셔홀의 리모델링은 미국 연예산업의 거물인 데이비드 게펜의 진두지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데이비드 게펜은 포브스 선정 400인의 자산가 중 68위에 올라있는 인물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드림웍스 영화사를 설립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피셔일가에게 100억 원이 넘는 배상액까지 지불해가며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홀’로 명칭을 바꾸며 리모델링을 추진했고, 덕분에 에이버리 피셔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www.out.com.jpg▲ 출처 : www.out.com
 

그런데 미국 문화계 한편에서는 뉴욕을 상징하는 공연장이 할리우드의 큰손에게 넘어간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비판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이것을 비판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볼 순 없습니다. 
결국 예술도 돈이 있어야 만들고 즐기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본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 우리는 그런 미래에 대해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anticap.wordpress.com.jpg▲ 출처 : anticap.wordpress.com
 

기업이 대학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부하여 대학이 발전하고, 학생들은 고급인력으로 성장하여 사회와 기업의 성장 동력이 되는 것처럼 선순환적인 구조에는 항상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수많은 음악당 앞에 기업의 이름이 붙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연주회장의 일정이 채워지는 것. 셀 수 없이 뿌려진 초대권들로 인해 일반인들이 즐길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 그리고 자본의 논리와 불가항력적인 상황 앞에 어쩔 수 없이 콩쿠르에 목을 매는 환경 등은 오히려 예술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www.thetrentonline.com.jpg▲ 출처 : www.thetrentonline.com
 

밝고 아름다운 햇살 이면에는 언제나 어두운 그림자가 있습니다. 

학문과 예술 등이 진실로 찬란하고 순수하게 빛나기 위해서는 이것이 ‘투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성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