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린이 그대로를 담아낸 작가 "에디스 네스빗" [문학]

글 입력 2016.01.3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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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스 네스빗(Edith Nesbit) 
영국 출생 1858년 8월 15일 - 1924년 5월 4일


동화 작가 에디스 네스빗은 우리가 잘 아는 안데르센 작가처럼 유명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뿐이지, 에디스 네스빗은 유럽의 근,현대 동화가 발전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준 작가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동화들은 교훈적인 학교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로 묶여 있었기 때문인데요, 근대 이전에 동화라는 개념은 꿈과 희망을 주는 것보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통해 가르침을 전하려는 목적이 강했습니다. 이에 반해 네스빗은 아이들의 진짜 생활, 속마음, 언어들에 관심을 갖고 책을 썼습니다.
 
우선 작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에디스 네스빗은 영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남은 가족과 함께 여러 유럽 국가들을 오가며 살았습니다. 아마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는 않았을 걸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활기차고 명랑한 장난꾸러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네스빗은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랑 같이 사업하던 사람이 도망가는 바람에 글을 쓰게 됩니다. 에디스 네스빗은 시나 소설, 희곡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어른들을 위한 글을 썼지만 어린이 잡지에 우연히 글을 쓰게 되면서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마흔한 살에 <보물찾는 아이들>이라는 첫 작품을 발표했는데 첫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두면서 아동 문학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지요. 그런데 네스빗은 여러 작품들이 인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난에 허덕이다 폐암으로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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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작품을 보면 작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네스빗의 경우도 그의 동화를 보면 어린 시절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여섯 가지는 네스빗의 어린 시절인 동시에 동화에서 사용된 부분입니다.
 
- 영국의 시골 마을
- 불우한 가정에서도 명랑한 아이
- 여러 형제들과 자람
- 엉뚱하고 재미있는 놀이들
- 시인이 되고 싶어함
- 생계 유지를 위해 작가 활동
 
네스빗이 그랬던 것처럼 동화에서는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있고, 한 부모 가정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들을 보면 많은 형제들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엉뚱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네스빗도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릴 때 시인이 되고 싶어 했고 생계 유지를 위해 글을 썼다고 했는데 실제로 이런 캐릭터들이 동화에 나오기도 하지요. 아마 이 밖에도 네스빗 자신의 삶에 있던 요소들이 동화에 여러 가지로 투영 되있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에디스 네스빗의 작품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가정 소설이고 하나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들은 가정 소설인 <기찻길의 아이들>과 <보물 찾는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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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작품 <기찻길의 아이들>은 영화, TV, 드라마로 여러 번 제작될 정도로 많은 인기가 있었습니다. 2005년에는 영국에서 뮤지컬로도 나왔는데, 그만큼 내용이 재미가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줄거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기찻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난한 세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 아이들은 부유한 집안에서 살았는데 정부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억울하게 투옥 당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학교도 못 가고, 맛있는 것도 못 먹고, 추운데 석탄도 못 때는 불쌍한 처지에 놓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집안이 망했다고 우울해하고 부모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놀면서 탐험을 합니다. 그리고 새로 이사 간 집 근처에 기차가 있는데 이 기차랑 관련되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기차에서 일하는 짐꾼에게 선물을 줘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알지도 못하는 노신사한테 돈을 받기도 하고, 가족을 잃어버린 러시아 작가의 가족을 찾아주고. 서로 싸우며 돕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가난하다고 해서 환경에 굴복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 특유의 순수함과 자유분방함으로 환경을 바꿔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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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보물 찾는 아이들>은 동화의 배경이 <기찻길의 아이들>과 좀 비슷합니다. 사업 실패로 몰락한 가문을 일으키겠다고 여섯 명의 아이들이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 내용인데요, 엄마가 없는 집안에서 여섯 아이들이 집안을 일으키겠답시고 일을 시작합니다. 일을 하나만 벌이는게 아니라 직접 출판사에 시를 투고하고,직접 신문을 만들고, 겁 없이 사업을 벌이려고 하고, 어른들한테 술을 팔려고 하다가 욕먹고, 장난으로 친구를 납치하기도 하지요. 저는 그런 발상들이 독특하기도 했고 아이들답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실제로 보물을 찾겠다고 벌이는 이야기가 전혀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들이라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른들한테 가서 돈 달라고 구걸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믿고 머리를 맞대며 이것저것 시도를 합니다. 사실 이것도 <기찻길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환경이 그렇게 좋진 않습니다. 어쩌면 어머니가 없어서 더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른들처럼 마냥 좌절하기보단 오히려 더 궁핍한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려고 하고 어떻게 아빠를 도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합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니까 어른들이 거기서 더 힘을 얻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독자는 안타깝기도 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받게 됩니다. 아이들이 너무 해맑게 상황을 해결하려드니 읽는 저도 현실을 잊게 되더군요.

에디스 네스빗 작품들은 제목만 봤을 때 판타지적 모험이 펼쳐질 것 같지만 배경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집안의 몰락, 한 부모 가정, 도시의 삶 이런 것들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이런 우울한 소재들 속에서도 어떻게 아이의 존재가 발현될 수 있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힘이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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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스 네스빗은 아이들을 동심을 지닌 마냥 착한 존재라던가 가르침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딱히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이겨내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부모님 말을 안 들을 때도 있고, 어리석은 짓도 하고, 자기들끼리 서로 도우며 어른한테 동정심을 품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아이들을 어른처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린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네스빗의 동화가 어른들한테도 인기가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대 이전의 동화처럼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목적으로 동화를 썼다면 아마 어른들은 읽을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요? 저 같은 경우는 작품을 읽으면서, '나도 저렇게 모험심 넘치고 사소한 거에 궁금하던 시절이 있었는데.'라고 회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어렸을 때, 어른이 되어도 어린 시절을 잊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네스빗의 상상력과 스토리를 보면 네스빗이 어린 시절을 잊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얌전하고 착하게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남아있는 우리 사회에서, 또 점점 더 도시화 되어가는 곳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고 개성적으로 자라려면 이렇게 에디스 네스빗 동화처럼 어린이 그대로를 담아내는 동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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