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1.3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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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장건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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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중간 즈음인 요즘, 여름이 떠오른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여름을 싫어하지만, 정작 매서운 겨울이 오면 여름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리고 작년에 본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가 생각났다. 사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영화인데, 늦가을에 우연히 재개봉하는 것을 알게 되어 영화관을 찾았다. 그 날도 충분히 쌀쌀한 날씨라 영화를 보면서 여름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요즘처럼 밖에 나가기 싫은 겨울엔 더없이 좋을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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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당시에는 메인 포스터가 일러스트라 영화도 애니메이션인 줄 알고 지나쳤는데, 알고보니 드라마 장르의 한국 감독 영화였다. 그리고 포스터도 다양했는데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위의 포스터이다. 따뜻해 보이는 배경에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바라 보고 있고 그 사이에 불꽃놀이를 보러가자는 대사가 나에겐 아프면서도 잘 와닿았던 대사였다.일본인 남자 주인공이 한국인 여자 주인공에게 마지막 고백을 하는 듯한 대사처럼 느껴졌고, 담담해서 더 여운이 남았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첫 챕터는 '첫사랑, 요시코'이고 다음은 '벚꽃우물'이다. 같은 배우가 나오지만 내용은 다르다. 1부는 한 한국 감독이 일본의 나라현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나라현 주민들의 인터뷰도 중간중간 등장하고 전체가 흑백이라 많이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롯이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는 데에 흑백 영상이 효과있었던 것 같지만, 자칫하면 지루할지도 있을 1부였다. 1부 마지막에 불꽃이 터지는데 이는 2부를 여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2부는 1부의 한국 감독이 여행 후 나라현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이다. 나라현은 일본의 시골 중에서도 시골이라 여행지로는 낯선 곳인데 그래서일까. 영화가 본연의 일본을 고스란히 잘 담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일본인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 너무나도 예뻐 보였다. 특히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 유스케의 손목에 연락처를 적어주는 혜정을 바라보는 유스케의 눈빛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순수함 그 자체였고, 그래서 가장 먹먹했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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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지치고 머리가 복잡할수록 별 내용없는 영화가 끌린다. 집중해서 내용을 따라가려 하지 않아도 잔잔히 마음에 스며드는 그런 영화 말이다. 기대 안 하고 봤던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였는데, 날씨가 춥든 마음이 춥든 오래도록 꺼내볼 수 있는 영화가 되어서 고맙다. 한겨울에 여름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도 좋은 겨울나기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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