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의 단맛을 도쿠에와 함께 - 영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시각예술]

사람은 세상을 보기 위해, 듣기 위해 태어났어
글 입력 2016.01.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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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 단팥 인생 이야기’
감독 : 가와세 나오미
출연 : 도쿠에 역 키키 키린 / 센타로 역 나가세 마사토시 
 
 
포스터.PNG
    

‘쿡방’, ‘먹방’의 시대다. 채널을 돌리면 음식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자주 보인다. 나는 일부러 요리 프로그램이나 먹는 프로그램을 찾아보지는 않는다. 가끔 음식을 맛있게 먹기로 유명한 연예인이 나오거나 특정 음식이 먹고 싶어질 때 방송을 보는 편이다. 그렇지만 일본영화인 ‘앙 : 단팥 인생 이야기’에는 무엇인가 특별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평소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함과 소소함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이 영화는 2015년 ‘제 68회’ 칸영화제에 초청되어 ‘주목할 만한 시선’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나는 어떤 영화를 보기 전에 선입견을 갖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영화의 줄거리나 정보에 대해 미리 알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감독님과 출연진들에 대해서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도쿠에 역을 맡은 ‘키키 키린’씨는 일본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극 중 일흔이 넘어서도 열정적으로 단팥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도라야키.PNG


‘앙’이란 일본 전통 단팥빵인 ‘도라야키’ 안에 들어가는 팥소를 뜻한다. 도라야키는 팬에 납작하게 구운 동그란 빵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든 빵이다. ‘화려한 음식도, 비싼 음식도 아닌 ‘도라야키’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국을 예로 들자면 우리가 흔히 먹는 단팥빵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주로 정형화된 단팥의 맛만을 접해와서인지 단팥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많이 없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몹시 궁금했다.





줄거리

빚을 갚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도라야키를 만들어 파는 가게 사장 ‘센타로’는 좀처럼 웃지 않는 인물이다. 인생을 맛에 비유하자면 그에게는 ‘쓴맛’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만든 단팥빵은 썩 인기가 좋지 않다. 그저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아갈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가게에 일흔이 넘은 ‘도쿠에’가 자신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해달라며 찾아온다. 처음에는 그녀를 거절했던 그였지만 그녀의 단팥소를 맛본 뒤 둘은 함께 도라야키를 팔게 된다. 진심과 정성을 다해 만든 빵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지만, ‘도쿠에’가 한센병 환자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어지고 만다.





도쿠에.PNG
 

‘도쿠에’는 손이 굽었지만 누구보다도 정성을 다해 단팥소를 만들어낸다. 그녀는 한센병을 앓던 환자였다. 한국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소록도로 격리 조치시켰던 것처럼 일본에서도 이런 환자들을 외딴 곳에 격리시켰다고 한다. ‘도쿠에’는 일흔의 나이가 되어 비로소 자유롭게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평생의 소원이었던 일자리 구하기를 그녀는 도라야키 가게에서 실현시킬 수 있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삶을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아름답게 마무리지었다. 그녀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거리 위의 가게에서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 장면은 아름다웠지만 슬펐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의 대사뿐만이 아니라 바람 소리, 아름다운 풍경과 눈을 지그시 감은 그녀의 모습 등에도 주목하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도쿠에’는 ‘팥’이 살았을 인생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 말이 우스꽝스러웠지만 곧 그것이 나의 실수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센타로’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단팥을 만들 때 나는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것은 팥이 보아 왔을 비 오는 날과 맑은 날들을 상상하는 일이지요. 어떠한 바람들 속에서 팥이 여기까지 왔는지 팥의 긴 여행 이야기를 듣는 일이랍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언어를 가졌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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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에’가 세상을 떠난 뒤 ‘센타로’는 자신만의 도라야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도쿠에’가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센타로’는 아마 이렇게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인생에 ‘쓴맛’만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달콤한 앙과 같은 ‘단맛’도 존재한다는 것을. 자신의 인생에 단맛을 더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본다.
 
 
도쿠에2.PNG
 

“사람은 세상을 보기 위해, 듣기 위해 태어났어.
그러니까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 모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들이거든.“
   
 



이미지 출처 - NAVER 영화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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