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왜 '미움받을 용기'에 주목하는가 [문학]

글 입력 2016.01.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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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
   

미움받을용기.jpg
 
 
시간이 꽤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미움받을 용기’의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책이 많이 읽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대상인 자기 자신과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나를 잘 아는 지인에 의해서였다. 그는 여러 가지 일들로 고민하던 내게 이 책을 꼭 읽어볼 것을 당부했다. 마침 얼마 지나지 않아 책 선물도 받게 되었다. 이제 남은 단계는 그저 책상에 앉아 책과 마주하는 것이었다. 책의 첫 머리를 읽었다. 한 챕터를 다 읽은 후 책을 살며시 덮었다. 그리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베스트셀러를 백퍼센트 신용하지 않는다. 이런 증상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것으로, 덧붙여 한 가지 습관도 생겨났다. 베스트셀러인 책을 읽고 그 책이 마음에 들었을 때는 이런 좋은 책이 발굴된 점에 대해 감사해하면서도, 형편없는 책을 마주했을 때는 역시 베스트셀러를 완벽히 신뢰해서는 안 된다며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미움받을 용기’를 덮은 이유는 그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단언컨대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그 때의 나는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 책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그 책이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최고이거나 혹은 최악일 것이라는 핑계를 대며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던 것 같다.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위키백과에서는 이 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타인으로부터 착한아이라는 반응을 듣기 위해 내면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심리적 콤플렉스. 어렸을 때부터 나는 타인과 싸움에 휘말리거나 갈등을 겪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그런 일이 일어날 여지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고 오해가 생겼을 때는 그 일에만 온통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였고 그러다보니 나의 주체적인 생각과 감정이 점점 사라지는 듯 했다. 반신반의로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프로이트 출처 네이버 철학사전.jpg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이 책은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어려서부터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관해서만 배우고 관련 책을 읽어보았기 때문에 프로이트의 ‘원인론’을 부정하고 아들러의 ‘목적론’을 옹호하는 책의 내용이 상당히 낯설었다. 프로이트는 과거의 트라우마가 현재와 미래의 상태를 결정짓는다는 원인론을 내세웠고 이는 상당히 매력적인 주장이다. 피하고 싶고 숨기고 싶은 현재상황은 과거 특정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과거를 탓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아들러는 그것이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자신이 현 상황을 바꿀 용기가 없기 때문에 과거로 회귀하려 하며 본질이 호도되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은둔형 외톨이가 자신의 방에서만 머무는 것이 그가 사회로부터 받은 괴롭힘과 억압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다는 등의 본질적인 이유 때문에 방에서 나가기를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들러 네이버 철학사전.jpg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이 책은 다소 어려운 심리학적 기제들을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쉽게 풀어 설명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에서는 ‘자유’라는 단어를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끊임없이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아야만 한다는 과제를 버린다면 인생의 짐을 덜게 되고 자신의 과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뒤의 선택과 평가는 그 사람의 과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인간관계의 과제에 다가가려 힘써야 함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런 내용도 나온다.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은 찻잔 안에 머문 채 비좁은 피난처로 대피하는 것이다.’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을 어떤 시도도 하지 않은 채 절망하고 회피하는 상황으로 본다면, 그 상황으로부터 얼마간은 달아날 수 있을지 몰라도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인생은 선의 연속이 아닌 찰나의 연속이기 때문에 현재에 충실하자는 말은 그동안의 내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리기 충분했다.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모든 고민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이 책은 또다시 내게 풀리지 않은 질문을 안겨 주었지만 ‘미움 받을 용기’를 갖는다는 것은 도전해볼만한 크나큰 용기이다. 자아를 찾아가는 긴 여정 중 혹여나 그것이 못내 버거운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지 출처

- 온라인 교보문고 홈페이지
- 네이버 철학사전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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