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조선의 역사를 파괴하라! < 달빛 안개길 >

글 입력 2016.01.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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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실재했든 아니든 존재의 믿음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어,
목표로 향하게 하는 강한 힘이 되는 것이다. “
 
이 작품은 상해로 탈출을 시도하는 민갑완과 이기현의 이야기와
발굴 조사를 하며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선규의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어 함께 진행이 되며,
이 두 가지의 이야기는 극이 흐르며 별개의 이야기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행해 가며 만나고 서로 연관 되어서 흘러간다.
    
 
조선총독부는 1925년 조선사편수회를 발족시킨다. 이 총독부 직할 기관은 이전의 조선사편찬위원회를 확대, 강화시킨 것으로 식민지 지배자의 시각으로 조선사를 편찬했던 역사기관으로 이마니시 류, 쓰다 소키치 등 당시 일본 학계의 최고 두뇌들을 동원하였다. 조선사편수회는 일제의 침략과 지배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역사의 실증주의 (역사를 과학적으로 해석한다) 라는 명목으로 통일신라 이전의 역사를 부정하여 고대사를 축소시키고, 삼국유사를 허무맹랑한 신화 설화집 정도로 치부해, 고조선과 단군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조선 팔도에 있던 사료들을 강제로 압수하고, 유적지들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일까지 벌였다. 부석사 또한 그 당시 일제에 의해 많은 수난을 겪었다.
부석사에는 많은 전설들이 전해져오고 있다. ()이 되어 의상 대사를 수호했던 선묘. 의상 대사가 기거했던 조사당의 선비화 (의상 대사가 중생을 위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처마 밑에 꽂자 뿌리가 내리고 잎이 나서 나무가 된 것으로, 의상 대사는 나무가 죽지 않으면 자신도 죽지 않을 것이고, 나무에서 꽃이 피면 국운이 흥할 것이라 말했다 한다) ,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부석사의 조사당으로 하여 이러한 설화들과 함께 당시 영친왕의 약혼녀였으나 일제의 의해 강제 파약되어 수난을 겪다 중국 상해로 망명한 민갑완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등장시켜 소재에 있어서 역사와 설화의 결합을 시도하였다.
또한, 일본에서 교육받은 청년 역사학자 이선규를 중심으로 그들이 그렇게 허구라 주장했던 삼국유사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신화와 설화가 갖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려한다.
<달빛 안갯길>이라는 작품 안에서 대한제국이라는 나라와 같은 운명적 처지의 민갑완이 절망 속에서 상해로의 멀고 험한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신을 수호해주고 있는 선묘라는 존재에 대한 확신이었다. 어쩌면 선묘라는 존재는 부석사 안개 속에서 민갑완이 본 꿈이거나 환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본래는 실제하지 않았던 것이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강한 확신과 믿음을 주어 민갑완으로 하여금 상해로 갈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분명하다. 우리에게 있어서 선화와 설화란 지금까지 이러한 역할을 해주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신화와 설화는, 그것이 사실이다 허구이다 의 논의를 넘어, 상당히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 연출의도 >
연극연출가의 입장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희곡은 항상 흥미롭다. 더욱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일제강점기 1920년대 조선총독부가 조선사편수위원회를 발족하여, 기존의 조선의 신화와 설화적 역사를 부정하고 실증적 사고를 바탕으로 식민지 조선의 역사를 수동적인 식민사관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시작한다는 사실은 흥분 그 이상의 그 무엇을 의미했다.
신은수 작가의 작품 <달빛 안갯길>을 읽고 나는 연출가로서 스스로에게 두 가지 의문을 던졌다. 하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신화와 설화, 전설의 역사란 것이 과연 현실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의 작가의 문제의식을 2015년 한국의 현재 상황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 왜곡된 식민사관에 젖어 자신의 뿌리인 민족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주인공 이선규를 통해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에 어떤 문제의식을 던질 것인가?
2015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과연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어떤 선택들을 하고 있는가? 우리 주위에는 많은 선택들이 존재한다. 아니 이미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과연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와 우리에 대한 정체성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어떠한 순간에도 올바른 선택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실재하든 아니든 존재의 믿음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어, 목표로 향하게 하는 강한 힘이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은 봄이다. 그리고 식민지 조선은 해방이 되었다. 국운이 승할 때만 판다는 선비화가 마지막에 노랗게 피었다. 아랑은 바램대로 인간으로 환생하였다. 이것은 새로운 이 땅의 다가오는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다.
나는 연출자로서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가 현재의 나와 우리에 대한 정체성을 정립하여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미래를 계획하는 사유를 시작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유명한 노래대로 역사는 흐른다. 그러나 주체 없이 마구잡이로 흘러서는 안될 것이다.
   
 
< 관람POINT >
 
신화와 설화, 전설의 역사란 것이 과연 현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모색 !!
 
일제강점기 신채호에 의해 부각된 고조선에 대한 언급은 과거에 있었던 고조선이란 나라의 실체를 통해 조선의 민족을 통합시키고, 반만년의 역사라는 자부심을 사람들에게 심어 일제에 항거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실제로 역사란 상당히 정치적인 것이다. 불과 몇 십 년 전의 일이, 경험했던 자가 생존해 있고, 명확한 자료들이 남아 있음에도 그것이 현실의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평가와 본질이 바뀌고 있다. 과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고 있는 몇 백년, 몇 천년 전의 역사들이, 그 평가와 본질들이 사실이다 말할 수 있을까? 당시 조선총독부는 삼국유사 등의 책을 용이 나오고 곰 마늘을 먹는 등의 허무맹랑한 이야기 책 등으로 치부했다. 이러한 조선을 미개하다 비웃으며 역사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연구하겠다며 총독부 직할의 역사편찬 기관인 조선사편수회를 1925년 발족시켰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일본의 천황도 신화의 세계 안에 있었다는 점이다. 천황이라는 신을 모시고 있다는 신념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전쟁에 목숨을 바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했으며, 기꺼이 카미카제 등의 자살 공격을 감행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에 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이 점이 바로 신화와 설화의 역사가 사람들에게 해왔던 역할이다. <달빛 안갯길>에서 등장하는 선묘와 아랑은 이 땅의 신화와 설화를 상징하고 있다. 극중 주요 공간적 배경이 되는 부석사라는 곳은 안개가 많이 끼는 곳이다. 민갑완이 선묘를 만나거나 이선규가 떠오르는 부석을 목격할 때마다 주변엔 안개가 흐르고 있다.
마치 실제로는 과거의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환상과도 같은 신화와 설화들처럼, 선묘와 아랑, 부석 등은 안개 속에서 본 환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묘와 아랑은 이 땅의 신화와 설화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일제에 의해 부석사에 묻혀 있던 석룡은 허리가 끊어지고 신화와 설화 등은 점점 이 땅에서 지워져간다. 이선규는 이 땅의 신화와 설화의 역사적 가치를 인지하며 자신의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민갑완은 이 땅의 운명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이 극이 진행되며 점점 무기력해지고, 용기를 잃으며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극의 마지막 부분에 이선규는 두려움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민갑완에게 존재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다. 마치 조선인들이 실재했는지도 알 수 없는 그저 신화일 수 있는 고조선의 존재를 마음에 품으며 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독립을 이루어 일본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것처럼, 일본의 젊은이들이 야스쿠니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신화를 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처럼, 민갑완도 상해로 용기를 내 떠날 수 있었다. <달빛 안갯길>은 국정교과서와 위안부 사죄 등으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현대의 우리 사회 및 사람들에게 신화와 설화, 궁극적으로는 역사 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 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시놉시스 >
영친왕의 약혼녀였으나 일본에 의해 강제 파약 되고 다른 이와의 혼인을 강요받고 있던 민갑완은 외삼촌 이기현과 함께 부석사로 오게 된다. 민갑완의 기분 전환을 위함이라 총독부에 이야기 하였지만, 사실 그들은 상해로의 망명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석사에서도 여전히 일본의 앞잡이 송씨로부터의 감시는 계속 되고 있고, 마침 부석사에서는 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찬위에 의한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발굴 작업 중 무량수전 앞에 선묘의 전설과 같이 석룡 (石龍)이 발견 되고, 조선인 인부들이 모두 도망가는 바람에 발굴 작업은 중단이 된다. 그로 인해 천 년간 잠들어 있던 선묘가 깨어나고, 천 년간의 시간을 모른 채 의상 대사를 만나러 민갑완이 머물고 있는 조사당으로 찾아간다. 이후 선묘는 인간의 모습으로 이곳을 지키고 있던 아랑을 통해 그 동안의 일들을 듣게 된다. 일본인 사학자 소키치와 함께 조선인 청년 이선규는 발굴 작업 일로 부석사에 오게 되고, 그러던 중 사소한 오해로 이기현과 충돌하게 된다. 이기현과의 만남을 통해 조선인 이선규는 지금까지 일본에게서 교육 받아 온 역사관이 흔들리게 되는데...
'달빛 안개길'이라는 연극의 제목만 접하였을 때,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굉장히 궁금하였다.
신비롭고 동화 같은 내용을 담은 연극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반대로 조금은 어두운 느낌의 연극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프리뷰를 작성하며 살펴본 연극 '달빛 안개길'은 역사와 관련된 연극이었다역사와 관련된 연극을 접한 적은 많이 없지만, 몇 번의 경험은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역사 중 특정 부분을 연극화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하지만 '달빛 안개길'은 새로운 역사를 연극으로 연출하였다는 점그리고 더 나아가 역사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과 힘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연극이 될 것 같다특히 신화와 설화를 단순히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많은 생각의 변화를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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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 달빛 안갯길
공연일시 : 2016. 01.23 () ~ 02.06 ()
                  평일 오후 8| 토요일, 일요일 오후 3(쉬는 날 없음)
* 공연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 티켓가격 : R50,000, S30,000
* 러닝타임 : 120
*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연출 : 신은수 / 신동인
* 출연진 : 남명렬, 조연호, 김왕근, 임형택, 정원조, 김유리, 류혜린, 박 별
* 주최·제작 : 극단 한양레퍼토리
*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기획 : 공연기획 감탄사
* 예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02-3668-0007 www.koreapac.kr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 공연문의 : 공연기획 감탄사 02-765-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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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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