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락에서 꿈꾸는 아이의 마음으로 [공연예술]

낯선 땅의 언어와 따각이는 목각인형의 하모니
글 입력 2016.01.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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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각인형'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 바다 건너 낯선 나라에서
눈 푸른 할아버지가 앞에 아이들을 앉혀놓고 손을 놀리기 시작하면,
따각따각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관절로 춤추는 목각인형.

제가 '다락에서...여행'극을 접하기 전에 상상했던 인형극은
조금은 고정관념일 수도 있는
이런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형극을 보고난 뒤의 감상을 한 단어로 말할 수 있다면
저는 이 인형극을 '공연'이라는 말보다는
'꿈'이라는 단어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청년이 체코어로 들려주고 눈빛으로 말해주는 관객과의 대화"


극장에 들어서면,
조금은 작은 듯한 공연장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목전에 인형극이 이루어지는 무대를 두고,
조그만 나무의자가 공연장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공연장 안을 겨우 비추는 전등의 불빛 아래 앉고나면,
정말 다락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캡처.PNG
 

공연이 시작되면 훤칠한 외국인과 푸근한 청년이 들어섭니다.
둘은 관객에게 너무나도 반갑고 친근하게 말을 쏟아내지만,
체코어로 말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안타까운 표정이 되기 일쑤입니다.

두 사람은 그러한 관객들을 위해
한국어로 말해주지는 않지만,
눈빛으로, 몸에서 배어나오는 친근한 태도로
관객과 함께 인형극의 문을 열어들어갑니다.


"개성 있는 영상과 색깔있는 인형이 만들어내는 꿈결같은 이야기"


ghd.PNG
 
 
'다락에서...여행'의 목각인형들은
어쩌면 우리 생각하던 모습의 인형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체코 전통인형이라는 이 인형들은
조금은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기도,
조금은 낯선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체코어로 진행되거나 대사없이 진행되는 에피소드는,
어쩌면 조금 지루하거나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형극의 에피소드들을 감상하면 할수록,
이 극은 사람들의 '이해'보다는
'감성'적인 면을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언어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눈에 맺히는 생경하고도 동화같은 장면들을 보고있노라면,
줄거리를 이해하고 인물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정말 이 극을 '꿈'처럼
몽롱하고 나른하게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인형극의 또 하나의 묘미는,
인형사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입니다.
극장이 어두운 것은 인형극이 이루어지는 무대 뒷편에서 영상이 상영되기 때문입니다.

영상은 때로는 에피소드의 배경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인 조각들을 짜집기한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마치 어린 시절 같은 순수함과
개구지고도 따뜻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아이가 꾸는 꿈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한시간 남짓한 공연은
비록 길지는 않은 시간이지만,
좁은 공간에서 바로 옆에 앉은 사람과 어깨를 맞대고
같은 생각은 아니지만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공감,
어린 시절의 꿈을 함께 엿보는 듯한 설렘,
어둡고 아늑한 공간에서 조금 더 가까워지는 듯한 기대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마치 낯선 나라 어느 집 다락방에서
인형들과 놀다가 잠들어버린 아이의 꿈을 바라보는 것 같은 공연.

일상적인 문화생활보다
조금 색다른 문화생활이 고파졌다면
이번 주말 체코 인형극 어떠세요? 


문화리뷰단_정종화님.jpg
 

[정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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