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간예술 - 사람 사이를 흐르는 공간 [시각예술]

우연찮게도 최근 간 전시마다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글 입력 2016.01.1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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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차례 전시를 갈 일이 있었고, 우연찮게도 최근 간 전시마다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간예술'. 비교적 익숙한 전시 형태인 회화가 아니라 조형과 공간을 보게 되니 느낌이 새로웠다. 한 점, 한 장면이 아니라 전체를 바라보게 되니 대상을 보는 시야가 확 넓어진다. 상당히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예술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공간예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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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예술의 사전적 정의는, '공간적 병존관계의 동시성, 정지성, 공존성을 특색으로 하는 예술'이다. 쉽게 말하면 시간예술과 대립되는 용어이다. 여기서 시간예술이란 음악이나 시 등이며, 반대로 공간예술은 회화, 조각, 건축 등을 포함하는 용어라고 본다. 물질적인 재료나 수단을 이용하고 공간 위에 성립되며 시각을 주 감각으로 활용하는 예술을 통칭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의미는 조형예술 중 추상적인 공간을 다루는 예술들에 국한되는 편이다. 예를 들면 건축, 혹은 공예 등도 포함된다. 더 협의적으로는 건축 내부의 공간을 조형하는 실내장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간예술은 엄밀하게 말하면 조형미술에 포함되는 개념이지만 일반적인 조형미술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공간예술이 구현되는 장소는 그 공간 전체가 고유의 특징을 갖게 되며 관객과 그 모든 환경 자체를 통해 서로 상호작용한다. 일반적인 시각예술이나 조형예술은 시각적인 인지가 주된 축이 되어 대상과 상호작용하게 된다. 그에 비해 공간예술은 좀 더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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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예술은 그런 점에서 다른 예술과 차별되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어떤 특정 공간에 발현되므로 회화류나 일반 조각류의 작품보다 더 스케일이 큰 편이다. 그리고 그만큼 더 압도적이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평면이 아니라 입체로, 가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몸의 앞뒤좌우와 오감을 이용해서 그 실체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이 모여 공간예술 특유의 공간성, 공간감을 낳게 된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공간예술은 참 쉽게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는 점이다. 물론 작품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공간예술은 그런 능력을 가졌다. 비유하자면 함께 걸어가던 친구가 갑자기 삐에로로 쨘, 변하는 느낌. 공간예술이 관람자에게 생생한 감각을 직접적으로 선사해 줄 수 있다는 것은, 다르게 보면 그만큼 이질적인 느낌도 강렬하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의미로 볼 때 우리가 평소 발 디디고 살아가는 곳이 바로 '공간'이다. 이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갖는 일상성이 작가의 생각과 표현을 거쳐 공간에 표현되면 수용자는 자연스레 기묘한 비일상성을 느끼게 된다.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그 장면을 수용하는 우리의 감각이 극대화된다. 신기하다. 대부분의 예술이 어느 정도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공간예술은 유난히 일상적이면서도 비일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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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예술의 한 작품으로, 서도호 작가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은 상당히 유명하다. 이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특별전에 전시되었던 작품이다. 관객들은 공간을 가득 채운 거대한 스케일의 집과 마주하게 되며, 옅은 청색의 반투명한 천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건물 안으로 직접 걸어가게 된다. 얇은 재질의 벽면은 내부와 외부 공간의 빛을 투과시키며 거대한 형태와 밸런스를 맞춘다. 작품 사이를 지나가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각자 지닌 공간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게 만든다. 한옥과 양옥이 공존하는 이 작품을 거닐며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초현실적인 체험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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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예술은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전시'의 공간예술이다. 예술가의 작품으로써 미술관 등지에, 혹은 야외에 전시의 목적으로 전시되어 관람객들과 만난다. 최근에 있었던 디뮤지엄 개관전에서도 전시를 통해 그 안에 공간예술을 담아내었다. 또한 공간예술은 다른 예술이나 활동과 융합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수단 자체가 예술인 것이다. 구 서울역사에서 전시중인 반 고흐 인사이드의 경우, 반 고흐의 작품을 음악과 영상으로 표현하여 전시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다.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져 이제 공간예술은 일상 속에서도 찾아보기 쉽게 되었다. 예술을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시야가 더욱 넓어졌다. 협의로써의 공간예술이 건축물 내부 데코레이션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듯이, 꽤나 일상적인 공간인 카페나 레스토랑 등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단순히 꾸미는 게 아니라,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가게 내부의 데코레이션 겸 전시를 하거나 공간예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페도 등장했다. 홍대에 위치한 카페 디자인뮤지엄aA는 국내 최초의 가구 전시관이자 카페이다. 이 뮤지엄의 대표는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과 디자인을 제공하고자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점점 공간예술이란 개념은 우리 삶 속에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공간은 언뜻 멈춰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사이를 거니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감각을 일으키고 머나먼 기억을 되새기게 한다. 공간은 사람 사이를 흐른다. 다양한 얼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예술'. 무궁무진한 공간예술의 얼굴들을 더 많이 마주하고 싶어진다.





* 참고자료

http://www.art-port.cc/artikel/3212-kunsthaus-graz-10-m2-raumkunst/
http://pwkdesign.com/?p=1047
http://www.mu-um.com/exhibition/?action=view&srl=3635
http://magazine.jungle.co.kr/cat_magazine_special/detail_view.asp?master_idx=47&pagenum=1&code=&menu_idx=306&main_menu_idx=74&sub_menu_idx=40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8&contents_id=44252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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