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클래식 -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9번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1.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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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바흐.jpg
 
 
 
 
 
1월 9일, 서울시향의 올해 첫 공연에 다녀왔다. 현재 안팎으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울시향이기에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하면서도 내심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연습이야 그 전부터 계속 해오던 것이겠지만 갑작스레 지휘자도 변경되었는데 괜찮을까 하는 마음에.
 
 
그렇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나를 비롯한 여러 관객들이 아마 내심 걱정을 품고 공연장에 도착했을 것인데, 서울시향은 이번 무대로 그런 우려를 아주 깔끔하게 불식시켜주었다. 올 한 해의 포문을 아주 힘차게 여는 그런 공연이었다.
 
 
 
 
 
Programs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 64
Bruckner, Symphony No. 9 in D minor, WAB 109(Nowak Edition)
 
 
 
 
 
첫번째 프로그램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의 협연으로 무대가 꾸며졌다. 서정적인 그 선율이 최예은의 바이올린에서부터 쏟아져 나올 때 숨을 멈추고 도입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멘델스존 바협은 독주로 시작하는 점이 매우 독특한데, 그 서두가 너무나도 아름답다. 거기에 더해 1악장 중반부에 위치한 카덴차는 마법같았다. 2층에 앉아있던, 먼 내 자리까지도 그 전율이 여실히 전달되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당보다는 소리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부드러운 2악장에 이어 3악장의 생기 넘치는 연주가 시작될 때에는 벌써 3악장이라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경쾌한 주법이 이어져 곡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최예은의 연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멘델스존 바협이 끝나고 최예은의 앵콜이 이어졌다. 사실 연주하기 직전에 작은 소리로 곡명을 말씀해주신 것 같았는데 2층에서는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윤이상의 '작은 새'였다고 한다.) 현대적이면서 오묘한 느낌이 드는 곡이었다.
 
 
 
 
인터미션 이후 이어진 브루크너 9번은 이번 공연의 메인이었다. 사실 공연 가기 전에 콘미공을 신청해뒀었는데 사정이 생겨 취소하게 되었다. 그리고 9번을 듣지 못한 채로 공연장에 갔다. 브루크너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7번을 듣곤 했다. 웅장한 관현악 전반을 꿰뚫는 브루크너의 신앙심. 9번에서도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며 공연을 기다렸다. 브루크너 9번에 대해 내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i) 브루크너가 9번 교향곡을 신에게 헌정한 것 그리고 ii) 9번이 미완의 작품이라는 것 두 가지였다.
 
브루크너 9번은 마치 인생이 영면으로 접어드는 그 서사를 그려낸 것 같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간사의 고뇌를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보여준다고 느꼈다. 마지막의 그 영원한 안식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던 번민은 평화로운 종결로 끝맺어진다. 사실 끝맺어진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순간에 지휘자의 손이 내려오는 그 때까지 음악은 완전히 끝나지 않는데, 그것은 사실 끝이라기보다는 브루크너가 그토록 고대했던, '사랑의 하나님'을 뵙는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다. 기립박수가 이어지는 그 순간에도 이 작품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것이라는 마음에 가슴이 벅찼다.
 
 
 
 
 
지휘자가 급작스럽게 변경됨으로 인해 시향 연주자들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런 어려움이 드러나지 않는 아주 세련된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노고가 정말 컸다. 그와 다시 만날 7월 8일의 무대가 기다려진다.
 
16일, 17일에는 서울시향이 말러를 연주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연에 가지 못해서 너무나 아쉽다.
2월에 있을 서울시향과 도밍고 힌도얀의 무대를 기다려야겠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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