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치한 사랑, 그렇지만 결국 사랑?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1.1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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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랑스러운 작품의 작가는 누구일까?


사랑스러운 핑크색에 아름답고 로맨틱한 나비가 떠다니는 이 작품은 놀랍게도 그로테스크한 작품들로 유명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다. 흔히 데미안 허스트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동물시체를 넣은 작업을 한 작가로 알고 있다. 보통 그의 작품의 주제는 삶과 죽음과 같은 다소 무겁고 철학적인 작품이 많았다. 그리고 표현 방식은 많은 관람객에게 충격을 안겨줄 만한 시체를 활용한 것이 다수를 이루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작품들로 유명했던 데미안 허스트가 이런 러블리한 작품도 만드었다니! 그의 이런 작품들을 처음 보았을 때 신기하기도하고 놀라웠다.


mother and child.jpg

 
우리가 데미안 허스트하면 떠올리는 작품은 이런 식의 작품이다.


love-in.jpg
 
all things must pass.jpg

 
더욱 놀라운 것은.....
심지어 이런 하트 작품이 다수 존재한다. 


paul stolper gallery.jpg
 

 이는 데미안 허스트가 2015년 런던의 Paul Stolper 갤러리에서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해 열었던 팝업 전시의 사진이다. 이 전시는 핑크색 하트에 나비가 들어있는 작품, ♡YU 4 EVA (Love You Forver)라고 적힌 알약들 등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전시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푸른색의 포름알데히드 용액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전시의 작품들은 대체로 흰색,분홍색, 빨강색으로 오히려 보통의 그의 전시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색채로 가득하다. 만약 데미안허스트의 작품이라고 누군가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면 작품만을 보고는 전혀 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없다. 갤러리에 전시된 이 작품들은 앤디워홀이나 제프쿤스와 같은 팝아티스트들의 작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국엔 사랑인가?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이 전시는 발렌타인데이를 위한 전시이기에 그가 하트 마크를 잔뜩 사용한 작품들로 관람자들은 즐겁게 하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단순히 대중의 유희를 위해 이전까지의 자신의 스타일에 반하는 작품들을 전시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삶과 죽음에 대해 심오한 고민을 하던 데미안 허스트가 이젠 죽음이라는 소멸의 순간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삶을 충만하게 채워주는 것들에로 시선이 옮겨간 것은 아닐까. 흔하디 흔한 주제라 속되게 느껴지는 것이 사랑이지만 결국 우리가 가장 원하고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최근 방문했던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전의 작가 노트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결국 사랑인가? 
그 긴 시간들을 다 보내고 
이제야 유행가처럼 속되고 흔하다며 외면했던 사랑을 말하게 되었나?
사랑은 너무 많고 싸구려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사랑 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도 사랑은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사랑을 얘기 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되었나?"


데미안 허스트도 비슷한 맥락에서 사랑을 다루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다시 그의 사랑에 관한 작품을 바라보니 처음에 느꼈던 실망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luv yu 4 eva.png
 
<♡YU 4 EVA>


 "♡ YU 4 EVA"가 새겨진 핑크색 알약. 당신을 평생 사랑할거야 라는 문구가 귀엽다. 작가는 귀여운 알약으로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는 정말 오늘날 사랑과 비슷하다. 요즘의 사랑은 숭고하고 아름답기 보다는 가볍고 귀엽다. 또한 영원한 사랑을 위한 알약이 존재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어떠한 힘(?)을 빌리지 않고는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번쯤은 영원한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것이 환상이라는 걸 영원한 사랑은 존재할 수 없다는 알고싶지 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만약 알약의 힘을 빌려서라도 사랑을 영원하게 할 수 있다면 많은 이들은 이 방법을 택할 것이다. 널린 게 사랑이라지만 또한 우리가 평생 갈구하는 것도 사랑이다.


I Love You - pink, poppy red, cool gold.png

 <I Love You - pink, poppy red, cool gold>


 하트 모양 안에 나비가 들어 있는 이 작품의 제목은 "I Love You"이다. 제목과 이미지 모두 참 달달하다. 이 작품은 어렸을 때 본 공주 왕자가 나오는 유치한 만화를 떠오르게 했다. 항상 '왕자와 공주는 영원히 행복했습니다.'로 끝이 나는 그런 공주 왕자 이야기 말이다. 이 작품을 보면 절로 흐뭇해진다. 사랑도 그렇다. 상대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지고 행복해 진다. 이 작품이 주는 느낌은 그런 사랑의 이미지와 잘 맞 닿아 있다. 유치해 보여도 결국은 예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속성이 사랑과 꼭 닮았다. 

 데미안 허스트가 이런 일련의 작품들을 제작한 것이 발렌타인 데이 한정으로 관객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세속적인 성공에 몰두해서 인지, 삶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란 생각이 들어서 인지 정확한 그의 목적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주 목적은 전자의 이유들이라고 하더라도 전시 제목부터 LOVE였던 만큼 작가의 사랑에 대한 생각이 반영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주제만을 다루던 작가도 사랑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연다는 것. 이는 사랑을 흔하고 천박하다고 여긴다고 하더라고 결국에는 사랑을 찾게 된다는 우리 모두의 공통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사랑사랑사랑> 김현식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웃고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철부지 어렸을땐 사랑을 몰라 세월이 흘러가면 사랑을 알지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그 흔한 사랑 한번 못해본 사람 그 흔한 사랑 너무 많이 한 사람
그것이 바로사랑 사랑 사랑이야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웃고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철부지 어렸을땐 사랑을 몰라 세월이 흘러가면 사랑을 알지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그 흔한 사랑 한번 못해본 사람 그 흔한 사랑 너무 많이 한 사람
그것이 바로 사랑 사랑 사랑이야
사랑에 마음아파 사랑에 울고 사랑에 기분 좋아 사랑에 웃고

[이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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