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감동적인 명작 동화 『오즈의 마법사』 파헤치기 [문학]

지혜, 용기, 마음, 생명력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것들이다.
글 입력 2016.01.1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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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즈의 마법사>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들 중 하나로 20세기를 대표하는 동화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즈의 마법사>라고 부르는 <위대한 마법사 오즈>는 『오즈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오즈의 마법사>라고 하면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 같은 재미있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떠오른다. 사실 내가 <오즈의 마법사>를 책으로 제대로 읽은 건 최근이었다. 비록 스무 살 넘은 나이에 읽었지만 재밌고 감동적이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굳이 이야기 분석을 하지 않아도 <오즈의 마법사>는 인상 깊게 남겠지만, 이야기 곳곳에 있는 은유와 상징들이 궁금해 작품을 공부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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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의 작가인 L.프랭크 바움은 영국과 유럽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미국 어린이 문학 시장에서 미국적인 작품을 쓰고 싶어했고, 그래서 나오게 된 작품이 <오즈의 마법사>였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환영하고 지지하던 바움은 가게 진열장을 작은 무대처럼 꾸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곤 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도 드러나지만, 가게 진열장 사업의 성공은 그의 시각화 능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바움은 단지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작품을 썼다고 했지만, 많은 연구에서는 그가 작품에 특별한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고 보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는 집에서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전래동화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도로시가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가는 여정은 마치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는데, 인생은 우릴 노란 벽돌 길로만 안내하지 않고 때때로 험난한 일들을 겪게 만든다.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와 도로시는 저마다 결핍요소를 안고 있다. 모두 어떤 결핍요소로 인해 자아 상실감을 가진 외로운 인물들이다. 도로시는 고향을 잃었고 허수아비는 두뇌, 양철 나무꾼은 마음, 사자는 용기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네 명의 주인공들은 오즈의 나라를 함께 여행하며 여러 시련을 겪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 자아의 부정적인 면에 맞서 싸워 자아의 성숙을 이루며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자기만의 왕궁을 다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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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의 동화적 메세지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간 도로시는 사악한 존재와 마주친다. 괴물과 교활한 마법사, 그리고 마녀이다. 이러한 존재들은 아이들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녀와 마주치는 것은 곧 아이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불건강한 성향과 대면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를 인식하고 자신의 일부를 인지하는 셈이다. 

동화 속 인물들은 여정에서 만난 사악한 존재들을 극복해야만 한다. 아이들은 동화를 읽으며 스스로 자기의 부정적 요소를 발견하고, 그 요소를 없앰으로써 부정적 요소가 극복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때문에 전래 동화에서처럼 마녀를 이기고 그 마녀를 철저히 응징해야만 아이들은 비로소 진정한 승리감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마녀의 죽음은 자아 안에 있는 긍정적 힘이 승리했다는 표시이다.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행복한 결말은 심리학적 관점으로 보면 자아 안의 긍정적 힘이 승리를 거둔다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서 독자들은 안정감을 얻는다. 결말에서 각 인물들이 왕이 된다는 것은 진정한 독립 상태를 의미하며 이것이 바로 자아의 성숙을 의미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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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가 오즈의 나라에 도착하는 것을 자아의 탐험되지 않은 영역으로 들어간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회오리바람에 집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강아지 토토는 크게 동요하지 않지만 도로시는 매우 불안해한다. 토토에게 이 상황은 단지 물리적 공간의 변화이지만 도로시에게는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내면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모험을 감행해야하는데, 아이들은 정신적 발전이 이루어진 뒤에야 스스로를 발견한다. 캔자스에서 오즈의 나라로 들어간 도로시의 모습은 자아의 성장을 위해 모험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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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는 모두 자기 안의 마녀, 즉 자아의 부정적 요소를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부재’이다. 허수아비는 자신이 지성이 부족하다며 뇌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허수아비는 지적으로 우수한 존재다. 허수아비가 인간의 지성과 이성을 강조한다면 양철 나무꾼은 인간 감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양철 나무꾼은 자신을 반으로 갈라버린 도끼를 혐오할만도 한데, 바로 그 도끼를 이용해 친구들을 돕는다. 사자는 동물들이 자신의 겉모습만 보고 위협적인 존재라고 판단한다는 슬픔이 있다. 정작 자신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자 역시 알고 보니 용감한 존재였다. 도로시 또한 마찬가지다. 노동으로 황폐해진 캔자스는 도로시로 인해 생기있는 곳으로 바뀌게 된다. 그것이 바로 도로시의 성장 과제인 것이다. 만약 도로시가 은빛 구두로 캔자스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그녀 자신이 캔자스를 생명력 있는 곳으로 바꿔야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이들은 역경을 겪지만, 그 과정을 통해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계발하고, 발견하게 된다.

오즈가 주인공들에게 원하는 것을 주는 장면 역시 의미있다. 비록 인물들이 오즈에게 속지만, 결국 ‘스스로의 내면을 인식하는 일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자아의 성숙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자아의 성숙은 생명력과 지식, 감정, 용기 중 어느 하나만 갖고 있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는 각 인물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한 가지씩 얻지만 우리 인간의 자아가 성숙하기 위해선 네 가지 요소가 모두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가 심장과 두뇌 중 어떤 게 중요한지 논쟁할 때 도로시가 아무 말 하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다. 양철 나무꾼이 그렇게 원하는 심장을 갖고 있는 사자는 그 심장 때문에 자신이 겁쟁이가 되었다고 원망하니 말이다. 이 작품에서 네 인물의 특성들은 서로를 돕는 데 쓰이는데, 이는 그 특성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들이라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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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의 사회비판적 메시지

오즈를 찾으러 떠나는 과정에서는 시각적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각적 상상력은 가짜 상상력이기도 하다. 오즈를 위대한 마법사로 속이고 오즈의 나라를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한, 물신적 속성의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에메랄드 시의 인공적인 공간과 사물들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여기서 당대 미국의 자본적 속성이 드러난다. 에메랄드 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는 점에서 에메랄드 시는 미국적 유토피아다. 하지만 문제는 오즈가 위대한 마법사가 아닌 사기꾼이라는 점이다. 환상이 벗겨진 현실은 그야말로 초라했다. 오즈의 실체는 위대한 마법사가 아닌 늙은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작고 주름진 오즈의 모습은 물질적 욕심으로 몸과 마음 모두가 상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에메랄드 시의 눈부신 모습도 오즈가 사람들에게 착용하도록 명령한 초록색 안경 때문이었다. 화려하고 안락한 에메랄드 성의 방도 주인공들에겐 쓸모가 없었다. 허수아비는 애초에 침대에 눈을 감고 쉴 필요가 없었고, 양철 나무꾼과 사자도 마찬가지였다. 지나친 부가 이들에겐 소용없었던 것이다. 에메랄드 시는 매우 풍족하고 아름다웠지만, 도로시는 황량하고 삭막했던 캔자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친밀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간이 진정 아름답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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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시가 건국 당시 미국의 꿈이라면,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물질과 정신의 조화로운 성장"이라는 미국의 꿈이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화려함과 풍족함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오즈의 모습에서, 물질과 정신의 부조화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바움은 미국의 꿈이 변질되어가는 것을 지적할 뿐만 아니라 물질적 성장과 정신적 성장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루어가야 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부에만 집착했던 에메랄드 시를 허수아비가 다스리게 된다는 점이 그렇다. 지푸라기, 즉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허수아비는 지나친 문명화로 황폐해진 인간의 정신을 자연의 푸름으로 회복시켜줄 수 있는 존재이다. 또한 정신적 평화가 없던 숲을 용감한 사자가 다스리게 된다는 점, 정신적으로 메마르고 자유가 없던 윙키들의 나라를 마음 따뜻한 양철 나무꾼이 다스리게 된다는 점, 삭막하던 캔자스를 생명력 있는 도로시가 생기 있게 바꾼다는 점이 그렇다. 결국 물질과 정신의 성장은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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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에서 다루는 주제는 모든 인류가 꿈꾸는 보편적인 소망이기도 하다. 지혜, 용기, 마음, 생명력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것들이다. 나는 저마다의 소망을 얻으려고 여행을 떠나고 서로 돕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공감을 했고, 함께 시련을 극복하는 모습에서 감동도 받았다. 인물들이 떠나는 여정이 우리의 인생과 닮기도 했고, 이들이 가진 꿈이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타당한 주제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오즈의 마법사>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토록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본다.





이미지 출처 : 일러스트레이터 김민지
참고문헌 : 이수진,노란 벽돌길의 황금빛 판타지: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21세기영어영문학회 학술대회:21세기영어영문학회,2010
양수진, 현대 전래 동화로서의 『위대한 마법사 오즈』,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학위논문(석사),서울,2008
이봉희, 나를 찾으려면 낯선 사람을 찾아가라 -문학치료와 탐구여정: 『오즈의 마법사』,한국문예비평연구: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2004


[이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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