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레산드로 멘디니 展

글 입력 2016.01.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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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새해가 어색하던 1월 3일에, DDP 디자인 전시관에서 진행된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에 다녀왔다. 현대 미술 전시는 여러 차례 가본 적이 있지만, 산업 디자인 전시는 처음이라 기대도 반, 잘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데서 오는 걱정도 반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전시는 놀랄 만큼 재미있었고, 나름대로 느낀 바도 많았다. 다른 기업이나 작가와의 콜라보로 상업적인 면이 주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예술과 상업이 융화될 수 있다는 것은 산업디자인의 큰 장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몇 작품은 마음에 들어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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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상


순진한 아이의 눈에 서랍장은 화려한 색깔로 뒤덮여 예뻐 보이지만, 사실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컨대, 맨 윗층의 서랍장은 일본의 욱일기처럼 보이며, 2층의 서랍은 나로 하여금 공산국가의 상징인 낫과 망치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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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실제로 이 오브제는 아주 컸다.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흰색 등의 원색들이 점묘법으로 뒤덮인 채색은 멘디니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나는 멘디니보다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와 구엘공원, 구엘공원 내 카멜레온이 떠올랐다. 그리고 대표적인 후기인상주의 작기인 쇠라도. 멘디니가 이들을 참고하였을까? 모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예술가들이고, 특히나 멘디니는 건축분야에서의 경력이 있으니 충분히 참고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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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도금 황동 미니어처(의 뒷면)
단편소설을 위한 9개 미니어처 컬렉션
9개 한정제작+2개 아티스트 소유
고리 랩 폴로렌스,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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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e Liadro 2000
라드로 귀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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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번뇌
한국도자재단 도움


진정한 콜라보가 아닐까 싶었다. 서양식 오브제(프루스트 의자-멘디니를 대표하는 오브제)와 동양의 재료의 만남으로 동양 철학을 표현하다니. 사진 속 저 푸른 오브제처럼, 번뇌의 끝에 무언가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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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움을 뽐내는 멘디니의 뒤에는 열정 어린 스케치들이 있었다. 많은 건축, 오브제, 제품들, 그의 작품들이 스케치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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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기사의 그림이었다. 갖가지 방식으로 기사의 그림을 스케치하더니, 종내에는 오브제로 재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오브제도 포함하여 첫번째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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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valiere di Durer 2011
뒤러의 기사



독일의 저명한 화가이자 판화가인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작품에 등장하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형상의 말을 탄 기사의 형상은 언제나 멘디니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이 매우 뛰어난 거장의 판화 작업은 멘디니에게 유리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기사와 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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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 티세트
프라우나, 한국


순백의 색깔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넓은 전시관에서 주인공인듯 혼자 고고했다. 이 티세트도 한국 전시를 기념하여 만든 콜라보인 것 같은데, 프라우나는 한국도자기에 속한 브랜드 중 하나이자, 런던 유명 백화점에 입점할 정도로 해외에서 입지가 있는 브랜드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관심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보게 되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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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SPC그룹의 후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SPC 브랜드와의 협업이 돋보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케이크를 놀이공원에 있을 법한 회전목마 형식으로 돌아가는 놀이기구 형식으로 만들어낸 오브제였고, 또 하나는 사진에서 보듯, 배스킨라빈스를 나타내는 색깔들로 만든 오브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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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 Design

직역하면 '아름다운 디자인' 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심미성만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지칭하는 말 같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이 말은 우선 굿 디자인이라는 말에 대항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디자인 개념이었다.
기능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던 모더니즘 디자인 진영에서는 기능성이 가장 뛰어난 디자인을 지칭할 때 굿 디자인이라는 칭호를 썼다. 명칭 자체에서 이미 기계적 기능주의만이 우월하다는 기능주의 디자인의 독단성이 잔뜩 느껴진다.
멘디니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산업 디자이너들은 사람의 정서를 비롯한 다양한 가치들이 기능성이란 가치에 비해 절대 평가절하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기존의 기능주의 디자인이 감당하지 못했던 가치들을 디자인의 목적으로 삼는 새로운 디자인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굿디자인'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벨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벨 디자인은 그저 시각적으로만 아름다운 디자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인간의 정서와 이념을 움직이는 총체적 가치를 지향하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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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병컬렉션​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역사적 의미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디자인은 기능주의적, 실용주의적 디자인, 이른바 모더니즘 디자인이 대세였다. 모더니즘 디자인이 득세할 동안 아름다움이나 전통, 철학, 윤리 등의 가치들은 디자인과는 별개의 문제로 내몰렸고, 기술이나 상품성만이 디자인의 중심에 자리 잡았었다.
멘디니는 바로 이런 기능주의 디자인을 격렬히 비판하면서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기능성을 일부러 회피하거나, 순수미술을 도입하거나, 언래 있던 디자인을 조금 손보는 등의 획기적인 실험들을 했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그는 기능주의 디자인이 배제했던 다양한 가치들을 디ㅈ인에 담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점차 화사하고, 예술적이면서, 사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신의 독특한 디자인 세계를 확립한다.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일꼬? 하는 물건들도 많았지만, 넓은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오브제들을 바라보는 것도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과연 기능보다 벨 디자인을 더 추구했다던 멘디니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나라도 기능적 측면보다 미적 측면에서 예쁜 것을 더 고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그렇다. 기술이 고도화된 현 시대에 점점 더 예쁘고 독창적인 디자인은 가치를 더해갈 것이다.

반면, 내가 디자인이나 미술 분야에 문외한이라 그런지, 홍보문구였던 시적인 그 무언가를 찾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어떠한 멘디니 스타일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데, 나는 그 속에서도 어떤 일대기적인 흐름이나 변화, 끝없는 도전과 같은 것들을 기대했던 것 같다. 첫인상은 도전적이라는 느낌이 짙었지만, 성공하고 인정받은 스타일 그대로가 전시 내내 펼쳐지다 보니 종내에는 '안전주의'라는 느낌마저 받았다.

상자 속 글들은 전시 설명 출처임을 밝힘

아트인사이트


[이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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