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시 만난 모네, < 모네, 빛을 그리다 > 展

글 입력 2016.01.14 11:3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160105_224842199.jpg


<모네, 빛을 그리다> 전시회를 보고 왔다.

재작년 다녀온 유럽여행 후, 정말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가 된 모네.
이번 전시회의 제목처럼 '빛을 그리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섬세한 붓터치와 색감, 공간감. 연작시리즈에 담겨 있는,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대상의 모습. 모네의 그림엔 어떠한 상징도, 복잡한 의미도 담겨 있지 않지만,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담고자 하는 모네의 열정을 더 직관적으로 보고, 감동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가끔 모네의 그림이 생각날 때가 있었지만, 볼 방법이 없었다.
미술책 속 모네의 그림은 실제와는 스케일, 색감 등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전시회가 무척 반가웠다.
비록 컨버전스 아트를 활용한 전시회라 실제 모네 작품은 볼 수 없지만,
 IT기술을 통해 모네의 그림을 실감나게 구현한다니.
모네를 다시 만난다는 설렘 반, 컨버전스 아트에 대한 호기심 반의 마음으로 전시장에 들어갔다.
(컨버전스 아트는 그림을 입체 영상신호로 전환한 후, 프로젝터를 통해 전시장의 대형 스크린에 투사하는 방법이다)


KakaoTalk_20160105_224842722.jpg
 
KakaoTalk_20160105_224842834.jpg
 
KakaoTalk_20160105_224843284.jpg
 
KakaoTalk_20160105_224843305.jpg


안내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전시관이 등장한다.
들어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군데군데 걸려 있는 큰 스크린과 그 안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는 그림들.
보통의 미술 전시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첫 전시실을 구경하며 컨버전스 아트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을 잡았다.

전시는 모네의 삶을 따라, 총 8개 파트(5개의 일반 파트와 3개의 특별파트)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인 <이해의 시작>에서는 모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그가 화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모네에 관련된 자료들과 모네의 초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모네의 대표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인 익살스러운 캐리커쳐와 풍자 만화 등의 초기작들이 인상깊었다.
 

KakaoTalk_20160105_224843978.jpg
 
KakaoTalk_20160105_224844379.jpg
 
KakaoTalk_20160105_224844685.jpg
 
KakaoTalk_20160105_224844849.jpg


두 번째는 <영혼의 이끌림>.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그림 감상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모네의 화풍에 많은 영향을 준 화가들을 만나는 시기인 1862~1872년경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나는 들판에서 마차를 타고 나오는 사진 속 그림이 특히 좋았다.
생동감을 주기 위해서, 전시회의 그림 대부분은 일부가 움직이도록 구현되어 있다.
이 작품의 경우 마차가 뒤에서 서서히 앞으로 다가오는데, 실제 마차가 움직이는 장면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여유롭고 목가적인 작품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 작품의 매력이 배가되었다.
 

KakaoTalk_20160105_224846020.jpg
 
KakaoTalk_20160105_224846062.jpg
 
KakaoTalk_20160105_224907102.jpg
 

"인상주의"라는 말의 시초가 된, <인상, 해돋이>
<인상의 순간> 파트에서는 모네가 자신만의 화풍을 형성하며 인상주의를 개척해 나간 시기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KakaoTalk_20160105_224909970.jpg
 
KakaoTalk_20160105_224909997.jpg
 
 
<비밀의 정원> 파트는 모네의 지베르니 연작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지베르니는 파리 근교의 작은 소도시로, 수목과 다리, 호수가 어우러지는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모네는 이 풍경에 반해 지베르니에 정착하고, 여러 연작을 그려냈다.
지금까지도 모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도 모네가 지베르니 시절 그린 그림들을 가장 좋아하는데, 지베르니 연작을 한꺼번에 모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KakaoTalk_20160105_224910552.jpg
 
KakaoTalk_20160108_145943375.jpg
 
 
모네의 노년기 작품들을 모아놓은 마지막 전시 공간인 <모네의 빛>이다.
황혼기의 모네는 거의 앞을 볼 수 없었음에도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겼다.
정확히 색깔을 구별할 수 없었던  모네는 실제 색깔과 다른 색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것으로 생긴 오묘한 분위기 때문에 이 시기의 작품을 최고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KakaoTalk_20160105_224845275.jpg
 
KakaoTalk_20160105_224845544.jpg
 
KakaoTalk_20160105_224845625.jpg
 
KakaoTalk_20160105_224845889.jpg
 

5개의 일반 파트가 모네의 삶을 쭉 따라가며 서술한다면, 
3개의 특별 파트는 모네의 예술 인생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을 캡쳐해 보여주는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는 이 3개의 특별 파트도 시간 순서에 맞게 일반 파트 중간 중간에 배치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특별 파트의 전시가 더 좋았어서 이렇게 따로 나누어 보았다.

첫 번째 특별 파트는 <사랑의 진혼곡>이다.
모네가 무척 아꼈던 아내 카미유와 아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모아둔 곳이다.
이 시기의 그림에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특히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카미유>는 볼 때마다 너무 예뻐서 헉하게 되는 그림인데
스크린에서 부채와 고개를 살랑살랑 흔드니 정말정말 예뻤다.
안타깝게도 카미유는 출산 후유증으로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데, 
모네는 카미유의 임종 장면까지도 그림으로 남겼다.
행복한 시절을 담은 그림과 대조적인, 음울한 잿빛의 그림.
'카미유가 오래 살았다면 모네의 그림도 지금과 많이 달라졌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160105_224907284.jpg
 
KakaoTalk_20160105_224908510.jpg
 
KakaoTalk_20160105_224909024.jpg
 
KakaoTalk_20160105_224909084.jpg


두 번째 특별 공간은 <자연의 거울>이다.
모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수련 연작을 전시실 벽면 전체를 사용해 전시했다.
모네를 좋아한다면 안 좋아할 수가 없는,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과 똑같은 구도다.
다양한 모습의 수련을 모두 보기 위해, 또 오랑주리를 떠올리며 여행을 추억하기 위해 한참 동안 앉아서 감상했다.
물결, 빗방울 등을 디지털 기술로 잘 표현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160105_224910140.jpg

 
마지막 특별 파트는 루앙 대성당 연작을 다룬 <루앙의 기도>다.
루앙 대성당 연작 역시 모네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같은 건물을 다양한 느낌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모네는 루앙 대성당이 잘 보이는 방을 얻어 빛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성당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이 곳에는 모네의 그림을 기반으로, 미디어파사드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루앙 대성당의 미니어쳐가 있다.
루앙 대성당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루앙 대성당 미니어쳐. 오른쪽 창문을 들여다보면 모네의 주요 작품을 표현한 작은 홀로그램도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모네, 빛을 그리다> 전시 관람을 모두 마쳤다.
처음으로 본 컨버전스 아트 전시회였는데, 실제 작품을 보는 것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그림이 스크린 위에서 서서히 완성되고, 움직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비슷한 테마의 작품끼리 모아놓아 더욱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었다. 모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따라올 수 있게끔 모네의 삶과 작품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든 것 같았다. 나는 이용하지 않았지만, 더 자세한 설명과 함께 관람하고 싶다면 오디오 가이드나 도슨트 투어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전시회와 달리 사진촬영을 마음껏 할 수 있고 서로 시야도 가리지 않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분명 한계점도 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도 그림의 질감이 느껴지기보다는 디지털 화면을 가까이서 보는 느낌만 나고, 자칫하다간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빛을 몸으로 가려 다른 사람의 감상을 방해할 수 있다. 
평일 한가한 오후 시간대에 가서 괜찮았지만, 사람이 몰리면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일 것 같다. 
한 스크린에 얼마나 많은 작품이 투사되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었던 점도 아쉽다.
이 글에 함께 올린 사진들은 모두 완성된 그림이 멈춰있는 상태일 때 찍은 것이고, 실제로는 스케치부터 채색이 서서히 완성되고, 한 그림이 끝나면 다른 그림의 제작과정이 이어진다. 그런데 몇 개의 작품이 더 남았는지 알 수 없어서, 모든 작품을 보기 위해 다시 처음 봤던 그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모네의 그림을 보고 모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유명한 유럽 화가의 실제 작품을 직접 볼 기회가 매우 드문 우리나라에서는 한 화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기획전이 열리기도 어렵고, 열린다 해도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제대로 관람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컨버전스 아트 전시가 부족한 점을 보완해,  앞으로 이런 아쉬움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Art, Culture, Education - NEWS


[강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