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즐거운 전시회, 알렉산드로멘디니展

글 입력 2016.01.1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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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직 제 머릿 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주입식 교육의 잔재 때문일까요? 
전시회를 보러가면 으레 행복과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이 밀려오곤 합니다.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데, 내가 부족해서 아무것도 못 느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한 물음이 자꾸만 떠올라요.

지난 1월 3일, 그날도 저는 약간의 불안함을 안고서 DDP에서 열리는 
'The Poetry of Design'
이라는 제목의,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전시회를 보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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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래서 느낀 감정은?

A. 즐거움 !

 그래요, 제 답은 즐거움입니다. 
그 이상의 깊은 의미?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이 답이 틀리다고 말한다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적어도 저는, 전시를 보는 내내 즐거움으로 충만했으니까요. 
‘즐거운 나의 집’처럼, ‘즐거운 전시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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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옷도 거리의 풍경도, 모두 무채색으로 만연한 계절인 겨울이에요. 
그런데 전시장에 딱 들어서자마자, 눈이 부시고 화려한 색채감이 눈을 사로잡았어요. 
빨강, 분홍, 노랑, 초록, 파랑... 
처음에는 너무 환해서 조금 익숙하지 않았는데, 점점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소풍 온 것처럼요.


“어쩌면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고, 어른은 큰 어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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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이 회전목마 같은 작품 앞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답니다. 
이 작품은 ‘Giostrina'라는 작품으로, 
알레시에서 생산되고 있는 여러 제품들의 미니어처를 모아놓은 기념물이에요.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쁘지 않나요?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라고해서 
기능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멘디니의 철학이 잘 묻어나는 작품이지요.
 

“기능주의를 부정하다, 급진적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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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 멘디니는 재작년에 들었던 디자인 관련 수업에서, 
급진적 디자인의 선구자로 이름을 들은 적이 있어요. 
사실 그 때는 급진주의 디자인이라는 게 무엇인지 잘 감이 오지 않았는데, 
이 섹션에서 비로소 어떤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쌓여있는 의자를 불태우는 영상은 조금 충격적이기까지 했지요. 

멘디니는 그 때까지 유행해오던 기능주의, 
제품의 기능과 목적만을 숭배하던 사조를 격렬하게 비판하고,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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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한눈에 어떤 기능을 하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걸 맞춰 보는게 또 묘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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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간중간에는 이렇게 깨알같이 귀여운 멘디니의 스케치들이 여러 장 있어요. 
작은 크기의 스케치인데도 선, 색감, 메모 하나하나에서 그의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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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인 프루스트 의자입니다. 
바로크 양식의 의자에, 색색깔로 재디자인(Redesign)하여 화려하게 재탄생시켰어요. 
기능만을 생각했다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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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의자는 시리즈가 아주 많아요. 
크기도 색도 다 달라서 하염없이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는답니다.


“만약에 인간과 사물이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오브제의 세계는 긍정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만약에 사물이 선하고 관대하다면 이를 사용하는 인간 역시 선하고 관대할 것이다. 
폭력적인 오브제들과 싸워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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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디자인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사람을 닮았다는 것입니다. 
무생물이 아니라 꼭 살아있는 생명체의 느낌을 주지요. 
이것은 ‘12 colonne'라는 작품인데요, 정말 모두 사람을 닮았죠? 
특히 위부터 검정-금색-빨강 으로 되어있는 기둥에서는 영국 병정의 모습이 연상돼요. 
다른 기둥들은 어떤 캐릭터일까,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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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와인오프너 ‘안나G’의 수많은 버전들도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안나G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눈 앞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답니다. 
찍어온 영상을 올리지 못해서 유튜브에서 찾아왔어요!








새해는 설렘 뿐 아니라 걱정과 긴장도 함께 데려오곤 하지요. 
초조하게 2016년을 맞이하고 있던 저에게, 
멘디니 전은 잠시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편히 뛰놀게 할 수 있었던 행복한 전시였습니다. 
모두의 2016년이 멘디니의 작품들처럼 아름다운 색들로 가득 차기를 기대하면서, 
살포시 알렉산드로 멘디니展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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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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