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홍빛 소녀의 외침

글 입력 2016.01.1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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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빛소녀 3.JPG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
Ⅰ.진홍빛 소녀


  지난 토요일(1월 9일) 대학로예술극장 3관 (쇳대박물관)에서 '진홍빛소녀, 그리고 잠수괴물'연극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바로 윗층 카페에서 입장권을 보여주면 20%할인된 가격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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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떼 두 잔을 시키고 입장 안내를 기다렸습니다. 공연 시작 10분전인 6시 50분부터 입장이 가능했어요.
약간 늦은 시각에 티켓을 수령하는 바람에 저녁을 급히 먹고 라떼를 시켰더니 앉은지 10분만에 입장시각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극장 내부로 음료 반입이 금지되어 있어 남은 라떼 절반을 버려야 했어요. 입장 후에는 자유로운 사진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극장 내부 사진은 남기지 못했습니다. 인터미션시간에 무대사진을 찍으시는 분도 보긴 했지만, 전 '진홍빛 소녀'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아 멍하니 눈물만 닦아야 했어요.


줄거리
  
  고아원에서 만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은진과 이혁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낸다. 특히 은진은 어린 시절부터 고아원 원장에 의해 강제성추행까지 겪게 되면서, 더욱 더 자신의 고통스런 삶을 구원해 줄 유일한 사람으로 이혁에게 마음을 준다. 하지만, 이혁이 입양을 가게 되고 둘은 그들이 18살이 되면 결혼을 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18살의 생일에 고아원을 들린 이혁의 실수로 창고에 화재가 발생한다. 이때, 은진은 자신의 소름끼치는 고아원생활, 고아원 원장으로부터의 강제추행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자신을 돕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녀를 감시하는 그들 모두를 증오하며, 이들이 화염을 피해 밖으로 도망쳐 나오지 못하게 문을 잠근다. 결국, 고아원 사람 모두가 죽게 되고, 방화범으로 잡힌 은진은 이혁의 실수를 말하지 않고 무기징역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은진의 기대와 달리 이혁은 은진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다른 여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아간다. 은진은 자신을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이혁을 찾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징역 기간에 주어지는 사회적응 프로그램인 4박5일 귀휴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작가의도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글이 작가의 강점이었지만,  당선을 위한 글은 엄연히 스토리텔링 공식 위주의 글쓰기로 흘러갔다. 본인이 원하는 이야기와 시대가 원하는 이야기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시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어느 날, 작가는 어떤 사고현장을 목격한다. 사람들로 둘러 싸인 현장에는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사람, 걱정하며 보는 사람, 방관하며 지나치는 사람 등 여러 형태의 방식이 존재했다. 결론적으로 구조대원이 오기 전까지 화염 속으로 뚫고 들어가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작가 스스로도 마음을 졸이며 구조대원들을 기다릴 뿐이었다.  골든 타임은 늘 존재한다. 하지만 그 안에 구조대원이 도착하리라는 법은 없고 이를 모르는  사람들도 없다. 그럼에도 묵묵히 방관을 일삼는다. '방관도 죄가 된다' '방관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나약함'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방관이라는 죄를 짓는 것이라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등의 온갖 날 것 그대로의 주제의식으로 무장된 작가의 손이 머리보다,말보다, 컴퓨터 키보드를 먼저 두들기고 있었다. 이렇게 작가는 16년 전 문학 선생님께 들었던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글들을 다시 쓸 수 있었다.



관람후기

  「진홍빛 소녀」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극의 초반에는, 하나씩 드러나는 은진의 이야기에 충격 받았고 중후반에는 두 배우의 연기에 빨려드는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극은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점점 몰입하게 되는 강력한 힘을 가졌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은진이 17년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혁이 보여주는 잔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이 극 초반에 혁의 강의내용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혁은 '방관 하는 것도 죄가 된다'는 내용의 강의를하는 교수입니다. 하지만 번듯하게 잘 살고 싶다는 그의 인간적인 욕망은 17년 전 그리고 17년 동안 내내 은진을 외면하게 만듭니다. 물론 방관의 시작은 두려움이었을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내가 사회의 낙오자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두려움. 무리에서 이탈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외면의 시작은 인간의 나약함이었지만 , 잘못에 무뎌지고, 현재에 익숙해지고, 쉽게 망각하는 인간의 특성은 외면을 방관으로 탈바꿈 시킵니다. 
  우리는 지금 다른이의 상처와 죄를 잊고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듯, 개인의 방관은 썩어가는 사회를 만듭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신가요? 그럼 지금 바로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당신의 작은 행동이 이 사회의 다른 은진이가 생기는 것을 막을지도 모릅니다.


[박지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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