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욤 뮈소의 신간 < 지금이순간 > [문학]

기욤 뮈소의 신간 < 지금이순간 >을 읽고
글 입력 2015.12.2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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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않으셨거나 읽을 예정이신 분들은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본문에는 필자의 다분히 주관적인 해석이담겨져 있습니다.


기욤 뮈소의 신간 <지금 이 순간>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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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이 시간예술에 포함될까? 언뜻 생각하면 문학이 시간예술이라는 것이 잘 안 와 닿는다. 하지만 귀욤뮈소의 신간 <지금 이 순간>을 읽고 문학이 시간예술에 속한다는 사실을 실감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주인공의 시간을 교묘하게 재조명하고 재배치하여 극적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거가 우리에게
무엇을 마련해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 프랑수아즈 사강



 그의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는 이야기 구성도 그렇고 감성터지는 표현력과 빠른 전개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반전이 있다는 말에 잔뜩 기대에 가득차 있던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반전이 있었다. 



과거는 예측할수 없다. - 장 그로장



 주인공 아서 코스텔로는 아버지가 상속시켜준 “24방위 바람의 등대”의 지하실에 발을 들였다가 마법과 같은 시간의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매년 일년에 한번씩, 하루만 깨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어디서, 언제 깨어나는지도 정확하지 않다. 그저 대략적으로 일년에 한번씩 어디선가 주인공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24년을 살아가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 이건 무슨 설정이지? 작가는 포스트모더니즘틱한 독특한 상황 속 로멘스를 추구하나? 새로운 SF장르인가? 신로멘스 장르인가?



지옥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아무런 관리가 필요 없다. - 루스 렌델



 아무튼 나는 이런 상황과 여러가지 설정 속에 나름 애써 몰입하며 비극적인 주인공의 24일의 삶을 글로 읽어나갔다. 당연히 그의 매일매일은 그에게 너무나도 짧았다. 힘겹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매달리고, 아슬아슬하게 사랑을 이어가고, 바람에 사라질 듯 꺼져가는 촛불과 같은 삶을 영위하던 그에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안타까운 그의 심정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전해졌다. 24년이 지나는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도 태어났다. 심지어 아들이 태어나는 날에 깨어나 자기 손으로 아이를 받기까지 했다.



나는 그것들이 정말로 믿을 수 없는 거라면
모든 걸 다 믿을 수 있음을 명심하시오. - 오스카 와일드



어떻게 일년에 하루 깨어나서 저런 걸 다하지? 또 하나 신기한 것은 주인공은 항상 지구 다른 곳 중에서도 뉴욕 내에서만 깨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사랑하는 사람과 연관이 되어 있는 장소이다. 도대체 이런 얼토당토 않은 시간의 장난을 치는 사람은 누구일까? 신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게 우주가 속해있는 시공간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우연일까? 이게 우연이라면 주인공은 참으로 재수없는(어쩌다가…) 비극적인 운명 속에 휘말린 가운데서도 운이 참 좋은 편인 듯도 했다. 



사랑이란 지도와 나침반 없이 떠나는 모험이며,
신중해 지는 순간 길을 잃는다. - 로맹 가리



 결말은 나에게는 놀랍게 다가왔다. 어쩌면 작가 스스로의 자전적인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주인공의 의식과 시간을 새롭게 해석하고, 색다르게 조명하고, 운명적 사건에 대한 정보들을 시간차를 두고 다르게 배치함으로 주인공이 스스로 걸어온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 바라볼 때 어떻게 느끼는지를 극명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 얼토당토 않게 느껴졌던 SF적인 상황이 나에게, 혹은 나의 주변에 흔히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태에서 그들과 함께한 추억조차 없는 자신의 지난 삶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그 자체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무엇보다 폭력적인 건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감정과 정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것들은 마치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것처럼
사라져 버리니 말이다. -로랑스 타르디외



 우리는 우리의 삶을 마치 주인공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매일매일 존재하지만 하루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아주 먼훗날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뒤돌아 봤을 때 주인공같은 비극적인 운명을 살아왔다고 느끼게 되지는 않을까? 이 기이한 비극적 상황이 그저 비현실적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조금 어이없게도 나는 이 작품을 읽고 피카소의 그림들이 떠올랐다. 비현실적으로 배치된 대상의 조각조각들이 어쩌면 그 대상의 특징과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작가적 기법일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란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일컫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 났을때
당신이 대처한 행동을 일컫는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



 기욤뮈소는 젊은이들의 감성에 부합하는 트렌드를 이끄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트렌드에 부흥하는 면 이외에도 시공간을 넘어선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의 새로운 시도들이 "기욤신드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들었다.



픽션이란 거짓말이 감추고 있는 진실이다. -스티븐 킹

 


* 글 사이에 적힌 상자속 글들은 소설 속에 인용된 명언들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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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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