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패하고 타락한 한국의 현실, 영화 『내부자들』 [시각예술]

글 입력 2015.12.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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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감독 : 우민호
장르 : 범죄, 드라마
개봉일 : 2015.11.19.
시간 : 130분


나는 몇 년동안 우후죽순으로 개봉되었던 한국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둡고 잔인하며 현실적인 범죄/정치 영화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찝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날 어쩌다 친구랑 본 영화 <내부자들>로 인해 생각이 좀 바뀌게 되었다.

<내부자들>이 재미있다는 사실은 이미 입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었고, 스토리는 탄탄한 원작 덕분인지 연출력과 더불어 흠잡을 데 없다고 느꼈다. (어쩌면 단점을 못 느낄 정도로 몰입하고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정치계와 기업인들, 그리고 법조계와 언론의 실태를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엿보았다.


1. 영화의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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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회장이나 장필우, 이강희, 그리고 조상무 같은 인물들은 이강희가 표현한대로 ‘괴물’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해치며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을 사귀고 버린다. 성접대 받는 건 기본 옵션이다. 이강희는 장필우에게 충성하는 척하면서도 치밀하게 사람을 이용하고 배신한다. 오회장은 불리한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병원으로 실려가는, 현실에서도 자주 보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보여준다. 이 인물들은 부패하고 타락한 한국의 정치인/기업인들을 상징하는데, 이들과 반대편에 선 인물이 바로 우장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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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훈 역시 출세하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검사로서 가져야 할 정의감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 학벌과 연줄 중심의 검찰계에서 좌절을 맛보았기에 사회를 바꿔야한다는 신념을 더욱 버릴 수 없었다. 

중간에는 우장훈이 살았던 시골 집이 나온다. 기업과 검찰청이 인맥과 부패한 권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간이라면, 시골집은 사람을 사랍답게 대해주는 곳이며 정이 있는 공간이다. 영화 후반부에 우장훈이 안상구를 배신하는 것처럼 나오지만 우장훈이 그럴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우장훈의 시골집이 나오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안상구는 우장훈이 공부하던 시절 메모지에 써두었던 다짐을 본다. 우장훈이 신념과 정의를 버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암시하는 부분이다. 법조인들마저 학벌과 연줄에 의지하고 정의에 등을 돌려 권력의 뒤편에 서기도 하는 세상에서, 우장훈은 희망의 등불과도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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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구는 어디 한 쪽에 포함되긴 어려운 인물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거창한 의미를 둔 것 같지도 않고, 권력에 목매거나 정의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깡패로 살아갈 뿐이었는데 자신보다 더한 괴물들에게 당하며 인생이 달라진다. 그도 잔인한 정치인/기업인에게 짓밟히는 또 하나의 희생양이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그였기에 목숨을 바쳐 복수하는 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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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자신의 처지가 위태로워져서 배신하는 박종팔 등이 있다. 결국 이 세계에서 영원한 동료는 없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될 수 있고, 오늘의 동료가 내일은 적이 될 수도 있다. 정의의 세계에서든 타락한 세계에서든, 내부자들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영화의 여러 인물들은 현실에 실재하는 인물상들을 대표적으로 잘 보여준다. 한 명 한 명 뜯어보면 완전히 깨끗한 사람은 없으며 모두 저마다의 이익을 원하고 있다. 악한 사람이 잠시나마 인간적으로 비추어지기도 하며 정의로운 사람이 악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결국 이 영화는 이분법적으로 딱 나누어질 수 없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2. <내부자들>의 당대성

영화는 긴장을 거듭하며 관객들에게 반전과 쾌감을 주는 플롯으로 짜여졌다. 이 플롯은, 거대한 세력과 싸우기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결국 승리하고 싶어하는 대중들의 바람과 맞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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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은 한국의 현실을 첨예하게 드러내며 날선 비판을 던지고 있다. ‘부패하고 타락한 한국의 현실’이라는 당대성을 잘 갖춘 셈이다. 대중들은 이 영화로 인해 그동안 쌓아왔던 사회에 대한 분노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게 된다. 물론 사회를 비판하는 뉴스 기사가 연일 나오긴 하지만 영화는 관객의 불편한 감정을 극도로 끌어올리고, 무엇보다 눈앞에서 장면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뉴스와는 또 다른 효과를 지닌다. 관객들은 허구적 이야기일지라도 감정 이입하며 자신도 모르게 우장훈과 안상구를 응원한다. 그리고 그런 관객들의 바람은 곧 결말에 반영되었다.

나는 만약 결말이 배드 엔딩으로 끝났다면 어땠을까도 생각해봤다. 관객들은 불쾌하게 영화관을 떠나겠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아직 해피엔딩을 볼 수 없는 게 현재 한국의 현실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분노를 간직하고 있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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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훈이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말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통쾌했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다. 마치 '대한민국 검사는 이래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비록 영화에서는 정의가 승리하는 걸로 끝났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많은 대중들이 이 영화를 지지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얼마나 불만이 쌓여있었는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여전히 현실에 과제가 남아있다는 점이 씁쓸하고, 영화에서와 같은 극적인 상황이 아니면 그 거대한 구조를 깨뜨리기 어렵다는 점이 씁쓸하다. 결국 타락한 세계를 무너뜨리려면 우장훈처럼 그 세계에 들어가야만 하는 걸까. 하지만 막상 그 세계에 들어가 물들지 않고 신념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비록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 사회에 우장훈 같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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