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구를 위한 '해피투게더' 인가? 해피투게더

글 입력 2015.12.2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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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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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개월만에 보러간 연극이었다. 가는길에 경찰과 시위대 사이를 지나가며 기분이 싱숭생숭 해졌다.
 해피투게더가 ‘형제복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만큼 가벼운 연극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할게 많아지는 길이었다.



극 중 ‘종선’이라는 인물은 실제 형제복지원에 수감 되었던 사람을 만들어진 캐릭터다. 그는 복지원의 실태를 담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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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겉모습은 37세의 아저씨지만 내면은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냥 나는 9살, 12살의 꼬마가 아닐까? 그러니까 9살짜리 꼬마가 이렇게 글을 써서 들어달라고 하는 거다. 들어주세요. 우리 얘기를 들어주세요. 어두운 곳에 갇혀 있는 우리를 봐주세요. 하고 말이다.



“몇 소대 누구는 어제 귀가되었데!”
“몇 소대 누구는 그저께 빳다를 잘 못 맞아 다리를 못 쓰는 병신이 되었데.”
“누가 죽었데.”
이런 소문들은 금세 복지원 전 소대에 퍼져 나갔다. 그러면 우리는 귀가한 사람이 진짜 안 보이면,
“이야, 진짜 좋겠다!”
라며 부러워했다. 빳다를 잘 못 맞은 그 사람이 정말 한 쪽 다리를 못 쓰고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일요일 교회 가는 날 산 주변을 훑어보면, 새로운 무덤이 어김없이 생겨나 있었다. 우리는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죽어 묻혔다는 것을 말이다



한때 나는 개였고 소였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 나 역시 아니 우리 가족 역시 당신들과 같은 가정이 있었던 일반 사람이었다.
사람에서 짐승처럼 되긴 쉽다. 그렇지만 짐승에서 사람으로 온전히 돌아간다는 것 그것은 말로는 쉽지만 사실은 너무나 힘이 든다. 죽을 정도로 말이다. 나는 지금 힘들지만 짐승에서 사람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처럼 침묵의 카르텔은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짜인다. 그래서 시설 내에서는 왕으로 군림하는 지옥의 사자 같은 인간이 사회에서는 존경받는 사회복지사업가로 등장하고,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서 정부로부터 훈장·포상까지 받게 되며, 이런 훈장·포상은 이후에 입건, 기소되었을 경우에는 감량의 근거로 적용되기도 한다.
- 박래군



-전규찬, 박래군, 한종선,「살아 남은 아이」 본문 중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것, 방송으로 다뤄진 이야기들 모두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연극 ‘해피투게더’는 시작과 함께 말한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더럽고 들러붙고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노숙자들에게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느냐고.

나같아도 싫지. 하물며 서울역에 가서도 몸사리며 피해다니는게 노숙자들인데 말이다.

형제복지원은 3146명이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88올림픽 86아시안게임이 맞춰 한 곳에 모아 보호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내가 싫어하고 위험한거 다른 사람이 치워준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아니다. 오히려 고맙다고 할것이다.

핀조명을 받으며 부드럽고 담백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그 사람의 말에 저절로 동의하게 된다.



그 때 의자를 끌며 배우들이 들어온다. 무고한 시민인 그들은 어느 날부터 형제복지원에 수감된다. 그 곳 생활은 사람이 사는게 아니다.

서서히 복지원에 실태가 드러나고 공포를 실감하게 된다.











큰 무대장치없이 네모난 창이 있는 벽과 의자들. 확성기, 꽃가루로 복지원을 표현했다는게 신선했다.

이리저리 말을 하며 돌아다니고 설명을 해주는 여자 두 명을 볼 때는 왜 미미 시스터즈가 생각나는지 이 분들이 부른 손에 손잡고를 들으니 슬픈느낌이 나서 앞으로 그 노래가 밝게 느껴지지는 않을거 같다.

눈으로 표현된 종이를 힘있게 던져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걸 보면서 복지원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도망가고 싶어도 참고 기죽고

한 가지 방향으로만 생각했던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준 연극이었다.

당사자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이 사건에 대해 뭔가 해줄 수 있는게 없을지 생각해보게 되고 슬쩍슬쩍 나오는 개그에도 크게 웃지 못한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일과 저 사건을 비교한다는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친구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혜화에서 봤던 시위대하며 연극의 내용 어느 하나 쉽게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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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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