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죽인 수많은 예술에 대하여 [문화전반]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지는 것’
글 입력 2015.12.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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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인 수많은 예술에 대하여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필연적이고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인 셈이죠.
하지만 예술 역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합니다. 

바로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지는 것’입니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음악의 기본인 화성학이나 대위법을 평가의 근거로 삼았을 때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음악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더 이상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음악’이 되어버립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면 그 생명이 끝나는 셈입니다. 


dead.png▲ 출처 : www.badculture.net
 

때문에 아직까지 살아남은 소위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음악은 그 생명력이 굉장히 질긴 셈입니다. 사람들이 끝까지 기억하고 찾아 듣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죠. 100년 혹은 300년 후까지 대중이 ‘비틀즈’와 ‘마이클 잭슨’을 기억하고 들어준다면, 아마도 그들 역시 클래식의 한 장르로 거듭날지 모릅니다.


MB.jpg▲ 비틀즈(좌) / 마이클 잭슨(우)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예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잊혀진 예술은 훌륭한 예술, 좋은 예술이라고 평가 할 수 없는 것일까요? 치열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예술만이 뛰어난 작품일까요? 

단언컨대 아닐 것입니다. 


경쟁(S).jpg▲ 출처 : www.inmd.co.kr
 

무한 경쟁사회 혹은 시장의 논리로서 평가하기에, 예술은 그 속성과 범주가 다른 분야와 조금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13년 여름, 116년의 전통을 자랑했던 굴지의 클래식 전문 레이블인 EMI 클래식은 워너뮤직 그룹에 인수됐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도이치그라모폰과 경쟁했던 EMI의 폐반소식은 클래식 팬들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 특유의 ‘빨간딱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EW.jpg
 

EMI 클래식이 소유하고 발매했던 수많은 음반이 음악학적이나 역사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희대의 명반이라 불리는 음반을 쏟아낸 전설적인 레이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서 잊혀지자 그들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2415647.jpg▲ 출처 : www.musicweb-international.com
 

혹자는 “클래식은 고루한 음악이며 따분하고 지루하기 때문에 듣기 싫은 장르이다. 때문에 ‘시장성’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에서 도태되면 속된 말로 ‘망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본의 논리이고 시장의 논리이다. 당연한 이치이다.” 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예술이란 분야의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굉장히 위험하고 무서운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자본주의(S).jpg▲ 출처 : www.theatlantic.com
 

예술을 향유하는데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그 가치와 중요성을 양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뜻입니다. 모두가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을 시장의 논리로 바라보는 것도 경계해야 할 태도입니다.   


피카소게르니카(S).jpg▲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죽인 예술들,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죽어간 그 수많은 예술들에 애도를 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예술들에게 다시 한번 관심과 사랑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유의미하고 가치 있는 행동인지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art-logo.gif▲ 출처 : www.andrewkeir.com
 

살아생전 1500여 점의 유화를 그렸지만, 단 하나의 작품만 팔렸다는 반 고흐

“누군가가 내 그림이 성의 없이 빨리 그려졌다고 말하거든 당신이 그림을 성의 없이 급하게 본거라고 말해주어라”라고 말했던 그가 우리 주위에도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van.jpg▲ 아를의 붉은 포도밭과 고흐의 초상화
 


[김성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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