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은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 영화 '택시' [시각예술]

금지된 거장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 '택시'
글 입력 2015.12.02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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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제65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영화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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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이란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에 대해 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 향유에 굳이 지식까지 동원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단호하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는 도통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저 택시를 타고 이란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뜬금없이 마무리 되는 영화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감독이 왜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영화에 대한 이해도와 깊이가 확연하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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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차례 국제영화제 수상을 통해 이란의 영화 거장으로 인정받은 감독, 자파르 파나히. 그는 주로 이란 사회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다,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빌미로 20년 간 영화연출 및 시나리오 집필, 제작, 해외출국, 인터뷰 등이 일체 금지된다. 즉, 영화와 관련된 그 어떤 행위도 할 수 없게 국가에서 그의 손과 발을꽁꽁 묶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자파르 파나히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새롭게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나간다. 지금 소개하는 영화 택시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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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택시 기사의 시점에서 차창 밖으로 풍경들이 스쳐가는 화면이다. 택시에 첫 손님이 타는 순간 화면은 택시 안 손님에게 맞춰진다. 그렇게 택시기사와 손님 간의 모습이 비춰지면서 영화의 이야기가 흘러가기 시작한다.

이야기 초반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란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승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보인다. 택시를 타는 승객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바쁘다. 각자가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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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야기가 후반부로 흘러가면서, 그의 조카와 마지막 변호사 승객이 탑승하자,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그저 택시를 타고 달리는 로드무비가 아니었다. 감독은 치밀하게 하나하나 역할을 부여하고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승객들 한명 한명에게, 그들이 하는 이야기 하나 하나에.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의 내용은 커다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파르 파나히는 택시에 타는 모든 승객들의 입을 빌려 이란의 현실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본인을 대신해 택시를 타는 승객들의 입을 빌려 간접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하고 있는 영화이다.
 


요즘 같이 화려한 등장인물과 배경, CG 등이 난무하는 영화들 속에서 이 택시라는 영화는 투박하기 그지 없다. 볼거리라고 할 수 있는 요소라곤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등장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감독이자 주인공인 자파르 파나히 그 뿐이다. 

허나,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힘을 가진다. 감독이 말하려고 하는 메세지는 더욱 분명하게 보이고, 우리는 화려함으로 포장된 주변의 것들에서 벗어나 그 중심 메세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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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국금지인 자파르 파나히를 대신해, (영화에도 등장한)그의 조카가 베를린에서 대리수상을 하였다.



자파르 파나히에게 '영화'란, 끊임없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하는 '그'이다. 문제를 꼬집는 그의 목소리를 '영화'라는 예술형태로 보여줌으로써, 더 나은 현실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흔히들,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 한다' 고 말한다. 그의 예술 원동력 역시 바로 이 배고픔으로부터 온 것은 아닐까.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꿈꾸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그 사이의 공백을 채워나가려고 한다. 이 공백으로 인한 '허전함' 그것이 예술가들에게는 배고픔과 같은 의미가 되어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닐까.

자파르 파나히가 억압 속에서도 끊임없이 그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던 그 원동력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한다. 우리들에게도 사라지지 않는, 끊임없이 타오르는 원동력이 존재하고 있는지, 그것을 우린 발견하였는지.



자파르 파나히, 금지된 거장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 '택시'
그 안에서 그의 예술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

다음에 그는 또 어떤 새로운 공간에서,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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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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