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랑 기타 퀸텟(Gran Guitar Quintet) 스페셜 콘서트

글 입력 2015.11.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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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기타 퀸텟(Gran Guitar Quintet) 스페셜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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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문화초대로
11월 22일 그랑 기타 퀸텟의 스페셜 콘서트에 다녀왔다.
요즘 들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터라, 클래식한 연주를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주말 저녁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공연장을 찾았다.

처음 접해보는 클래식 기타합주 공연이다보니
지금까지 숱하게 봐왔었던 어쿠스틱 기타 공연에서 받았던 감동과는 어떻게 다를지가 궁금했다. 
또한 나는 이번 문화초대에 응하면서 '그랑 기타 퀸텟'이라는 음악 그룹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실력이나 경력이 뛰어나다는 것에 놀랐었다. 구성원들 5명 모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훌륭한 연주가들이고 각자의 자리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런 이들이 '그랑 기타 퀸텟'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으니 이번 공연에서 5명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가장 컸다. 뿐만 아니라 이번 공연이 내가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에 응한 첫번째 공연이었기 때문에 '처음'이라는 설렘을 가득 안고 공연장소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로 향했다. 
  



 
Program

1부

Issac Albeniz(1860-1909) : Tres PiezasEspanolas 이삭 알베니즈 : 세 개의 스페인 모음곡
Ⅰ. Asturias "Leyenda" 아스투리아스 "전설"
Ⅱ. Tango 탱고
Ⅲ. Sevilla 세비야
 
Gioacchino Rossini(1792-1868) : La GazzaLadra Overture
조아키노 로시니 : 도둑까치 서곡

민요 : Rhapsodyon a Theme Quejina
쾌지나 랩소디 (with 최지훈_멜로디언)
 

- Intermission -


2부

Franz von Suppe(1819-1895) : Light CavarlyOverture
프란츠 폰 주페 : 경기병 서곡
 
Georges Bizet(1838-1875) : Carmen d';Arles
조르주 비제 : 아를의 카르멘

Ryo Kunihiko(*1960) : Frontier!
양방언 : 프런티어! (with 최지훈_멜로디언)

Antonin Dvorak(1841-1904) : New World Fantasyfrom Symphony No.9
안토닌 드보르작 : 신세계 판타지





공연이 시작되고, 그랑 기타 퀸텟이 무대에 올랐다.
클래식 공연이다보니 관객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긴장한 채로 앉아있었던 모양인지, 그랑 기타 퀸텟의 리더 김성진 기타리스트가 이번 공연이 스페셜 콘서트인만큼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멘트로 공연의 막을 열었다. 
또한 클래식 기타 고유의 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마이크 소리를 줄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악기와 관객 모두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에 제공되었던 프로그램 표와는 다르게 실제 공연에서는 곡 순서가 조금 바뀐 채로 진행되었다. 관객들이 곡의 분위기와 흐름을 좀더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라고 했다. 곡 하나하나를 감상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렇게 공연 전체에 걸쳐서 악기가 들려주는 하나의 레퍼토리가 있다는 게 연극이나 뮤지컬과는 다른 클래식 합주 공연만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가사를 들려주지 않아도, 악기 연주만으로 관객들이 곡에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클래식 기타의 각종 주법이나 전문 용어를 알고 있을 정도의 전문가는 아니라서
곡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고 단언할 순 없겠지만,
약 100분에 이르는 공연시간 동안 그랑 기타 퀸텟의 연주에 100% 매료되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총 7곡의 연주곡 중 내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몇 곡을 꼽아보자면,
1부의 도둑까치 서곡과 쾌지나 랩소디, 2부의 카르멘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더 추가하자면 마지막을 장식했던 앵콜곡까지.)



먼저 1부의 도둑까치 서곡은 도입부의 주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도둑까치 서곡을 연주하기 앞서 정승원 기타리스트가 곡에 대해 "까치가 은수저를 물고 종종거리며 도망가는 모습을 나타낸 대목이 있다"는 설명을 해 주었다. 곡에 담긴 익살스러운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면서 귀를 쫑긋 세우고 기타 선율에 집중했다. 기타의 현을 뜯는 대신 바디를 손으로 때려서 북 소리를 내는 주법으로 곡의 분위기가 더욱 풍성해지는 것을 느꼈고, 눈을 감고 들으니 정말 까치가 종종거리며 도망가는 듯한 장면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악기의 위대함을 또 한번 여실히 느꼈던 순간이었다. 여섯 개의 줄 만으로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1부의 쾌지나 랩소디는 우리가 잘 아는 민요인 '쾌지나 칭칭 나네'를 편곡한 곡이라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또한 민요 가락이 주는 특유의 느낌과 주제, 그리고 선창과 후창의 형식을 한껏 살린 곡이었다.  
(단장님께서는 이 곡에 더 잘 어울리는 기타 소리를 위해 직접 어머님의 기타를 훔쳐오셨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 곡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유는 재즈피아니스트 최지훈님의 멜로디언 연주 덕분이었다.
공연 전에 리플렛을 보면서도 '여기에서 말하는 멜로디언이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그 멜로디언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최지훈님이 들고 나온 악기는 정말 내가 알고 있던 바로 그 멜로디언이었다. 멜로디언이라는 악기 자체가 건반이 많지 않고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피아노만큼 풍성한 소리를 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최지훈 님의 현란한 멜로디언 연주가 시작되자 그러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단순히 멜로디언의 등장 때문만이 아니라, 재즈와 민요의 조합은 나에게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때까지 재즈와 민요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만 생각했고 그 둘의 공존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곡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 벙쪄 있었던 것 같다. 악기에는, 그리고 음악에는 정말 한계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면서 공연에 점점 더 빠져들어갔다. 


2부에 이어졌던 아를의 카르멘은 비제의 카르멘과 아를의 여인을 합쳐 편곡한 곡이라고 했다.
정확한 곡목을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들어 본 적이 있어서 익숙한 멜로디라서 반갑게 느껴졌다.
이 무대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탬버린과 트라이앵글의 깜짝 등장 때문이었다.
두 곡이 원래 한 곡이었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편곡된 것도 감탄스러웠는데 거기에 경쾌한 탬버린 연주와 맑은 트라이앵글 소리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클래식 기타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받았었는데, 멜로디언에 이어 탬버린에 트라이앵글까지. 정말 상상 이상의 연주를 보여주었던 공연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클래식이 친근하게 다가왔고, 단순히 곡을 귀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와 함께 느끼면서 소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클래식 기타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눈을 뜨게 되었고 '그랑 기타 퀸텟'이라는 뛰어난 음악 그룹을 알게 되어서 더욱 의미있었던 공연이었다. 다음에도 '그랑 기타 퀸텟'의 공연 소식이 들린다면 주저하지 않고 공연장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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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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