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CJ 크리에이티브 연극 부문 당선작 '아폴로 프로젝트'

글 입력 2015.11.1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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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크리에이티브 연극 부문 당선작 '아폴로 프로젝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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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하세요 이 글은 리뷰인만큼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사회와 역사에서 분리된 예술이 존재할까. 시대의 생각과 철학에서 동떨어진 예술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현실이 예술가의 작업에 영향을 끼치고, 또 작업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연극 '아폴로 프로젝트'도 그러하다. 2013 CJ크리에이티브 마인드 연극 부문 창작 지원 선정작인 '아폴로 프로젝트'는 '인류의 달 착륙'이라는 역사적인 사건과 '대한민국의 굴곡진 근대사'를 아이들의 눈을 통해 그린 작품이다. 먼저, 간략하게 줄거리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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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인간이 달에 첫 발걸음을 내디딘 날, 1969년 7월 20일을 기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발사된 아폴로 11호는 경상도 어느 시골마을의 세 명의 사내아이 그리고 한 명의 여자아이에게로 착륙한다. 텔레비전을 통해 본 인간의 달 착륙 모습, 그 신비하고도 놀라운 인류의 첫 도약은 이들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건이 된다. 그 날 아홉살 동갑내기 친구 동수, 명철, 상화는 지영을 만나는 또 하나의 기적같은 일을 겪는다. 무당 할매의 손녀인 지영은 마을 사람들의 알 수 없는 혐오로 마을에서 쫓겨나는데,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77년 이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재회한 네 친구는 10년 전 달 착륙에 대한 음모와 우주만큼이나 신비롭고 경이로운 서울 이야기 그리고 억압의 시대에 대한 의문을 함께 나누며 성장한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간 것이 거짓말 일 수도 있다는디?"라는 지영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평범한 열일곱 청춘들은 지영의 삼촌과 서울 구경에 나선다. 서울역, 남산터널, 어린이 대공원, 왕십리, 창경원을 거쳐 서울타워(남산타워)까지 곳곳을 누비며 1970년대의 서울에 대해 이야기한다. 텔레비전을 만드는 기술자인 지영의 삼촌은 꽤나 진보적인 사람이었다. "달 착륙은 거짓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의심은 죄가 아니야(중략) 의심은 마주함이야," "앞으로 정보통신이라는 청룡열차를 타고 세상을 더 빠르게 변할 거야," "그들은 우리가(대중이) 현명해지길 바라지 않아" 등의 말을 전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 간의 서울 나들이가 끝이 나고, 서울에서 시골 마을로 돌아온 아이들은 삼촌에게서 받은 장비들을 가지고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다. 진실의 진실에 의한 진실을 위한 '아폴로 방송'이란 이름을 걸고 시작한 그들의 방송은 불온 음악을 틀었다는 이유로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라는 가사의 신중현의 '미인'이란 곡은 가사와 창법이 저속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따라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열일곱 청춘들의 가슴을 뛰게 하던 방송반 생활을 접은 후, 지영은 할매를 여의고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고 자연스레 동수, 명철, 상화와 이별하게 된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들이 스무살이 되었을 때 광주에서 해후하게 된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날이었다. 지영의 삼촌은 간첩으로 몰려 쫓기고, 지영은 수 발의 총성과 함께 숨을 거둔다.

'아폴로 프로젝트'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경상도 시골 마을의 세 친구가 1969년 달이 착륙하던 날 한 여자 아이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아폴로 프로젝트'는 한 시대의 청년들의 성장을 명랑하고 밝게 그리고 있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메세지를 던지지 않는다. 하나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이 연극의 본질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이것이고, 볼거리는 저것이라고 정해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 그저 무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는 것,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많은 일들 가운데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 그렇게 '내' 연극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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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을 관통하는 주제는 '진실'로 보인다 독재의 문을 연 삼선 개헌이 단행된 1969년, 미국에서는 아폴로 11호를 쏘아올렸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모습은 방송을 통해 보도 되었고, 당시 학교에서는 '달에 옥토끼 대신 우주인을 그려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특히나 아폴로 우주인들이 우리나라에 방문한 그 해 가을은 꽤나 떠들썩했다. 그 후 한참동안 아폴로 11호와 우주인들의 이야기가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물론 '아폴로 프로젝트'의 아홉살 내기 소년들도 그 뉴스를 보고 금방이라도 달나라 여행을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지영의 말을 듣게 되고, 세 소년은 발끈 성을 낸다. 소년들은 단 한 번도 달착륙 대해 '의심' 해본 적이 없기에 더 노발대발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은 물론 진실이지만) 달 착륙이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를 밝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의심은 마주함"이라는 삼촌의 말처럼 '진실'에 대한 '의심'이 곧 '진실'을 마주하는 것임을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의심'을 풀기 위해 서울로 향한 소년과 소녀는 서울여행을 기점으로 '진실의 진실에 의한 진실을 위한 아폴로 방송'이란 이름의 방송을 시작한다. '의심'이 '진실'로의 올바른 방향임을 말하는 듯 했다. 지금 이 시점에도 '진실'을 무섭고 '의심'은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이 은연 중에 퍼져있다. 악스트라는 소설 잡지 속, "인생을 살아오면서 절절히 느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그나마 진실이 모두를 덜 다치게 한다는 것. 진실이 우리를 해칠 것 같고, 바르게 얘기하면 고통을 받을 테니 숨겨야 할 것 같지만, 아니다. 진실만이 우리를 가장 덜 다치게 할 수 있다."라는 소설가 공지영씨의 글이 떠오른다. 이 연극의 또 다른 의미는 '광주'로부터 나온다. 이 연극에서의 '광주'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스치듯 등장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 연극의 배경은 1960년에서부터 1980년까지이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1980년의 끝자락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치듯 등장한 '광주'는 이 연극 전체를 감싸안는다. 한 사람에게 스치듯 지나간 어떤 사건이 인생의 전체가 되듯이 말이다. 우리는 최근 많은 사건을 겪었다. 그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은 인생 통채로가 뒤흔들릴만한 사건들이다. 그 날의 '광주'가 또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앙가주망 Engagement'이란 말이 있다.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문학가인 샤르트르는 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이르는 말로 '앙가주망'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는 "작가의 기능은 아무도 이 세계를 모를 수 없게 만들고, 아무도 이 세계에 대해서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리고 일단 언어의 세계에 끼어든 이상, 작가는 말할 줄 모르는 척할 수는 절대로 없는 것이다. 의미의 세계 속으로 들어서면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법이다."라고 말하며 우리의 세계에 대한 책임과 문학의 진실로의 참여를 독려했다. 우리나라의 앙가주망 문학으로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문학 혹은 예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사회 참여자로 또는 비판자로 주변을 인식케하고 반성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 중 연극(영화)은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세계를 직접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장르이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극적 현실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사유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잊었고, 잊으면 안 될 일들 또한 망각하며 살아간다. 예술이라는 매개로 그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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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CJ 문화재단 블로그 http://blog.naver.com/cjculture_az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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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CJ 문화재단 블로그 http://blog.naver.com/cjculture_azit/
 
  
스토리텔링-씨어터 Storytelling-Theatre 연극 '아폴로 프로젝트'는 1961년 한 마을에서 태어난 세 친구의 성장 과정과 그 속에서 만나는 주변 인물과 사회적 변화, 그리고 일상에서의 변화들을 스토리텔링-씨어터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스토리텔링-씨어터라는 장르는 무대 위에서 재현적인 장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까지 섞어서 하나의 스토리를 관객에게 섞어 제시하는 장르이다. 작품 안에서 배우는 배역만 연기하는 기존의 연극과 달리 모든 출연자가 배역을 연기함과 동시에 스토리텔러(일종의 사회자)의 역할을 겸한다. 관객은 스토리텔링 연기를 통해 문학작품의 독자가 되기도 하고, 다시 작품의 등장인물에 이입 되기도 하면서 연극을 관람하게 된다. 이를테면 한 소년을 연기하던 배우가 "삶은 선택의 축적이다. 무언가 엄청난 것을 위한 선택 따윈 없었다. 1969년, 우리들의 아홉 살. 그때처럼 마음 가는 데로 한 발자국 내디뎠을 뿐" 혹은 "동수는 싫었다.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선택했을 뿐. 군인의 자식이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이런 식으로 상황 묘사나 인물의 행동이나 감정을 직접 설명해주는 것이다. 다중의 해설자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구성은 극을 더 흥미롭게 만들 뿐더러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한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인물의 말이나 행동에만 기대는 여느 보통의 연극과는 차별화 된 연극이었다.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무대, 그리고 빛과 소리를 이용한 공간 연출 위 사진에 보이는 공간이 무대의 전부이다. 그 외에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자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을 따름이다. 모든 것이 삭제 된 공간은 관람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한다.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이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가 존재하게 될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그곳은 여러 공간으로 바뀌며, 수많은 세계를 표현한다. 검은 무대는 우주가 되기도, 숲이 되기도 하며, 한 시골 마을이 되기도, 무당 할매의 집이 되기도 한다. 서울이 되기도, 광주가 되기도 한다. 그 모든 장면은 '내' 기억 속에서 진행되며, 매순간 상기되어지는 특정한 이미지가 덧입혀져 완성된다. 이렇게 마음 속 내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에 일조하는 것이 '빛과 소리'이다. 우리의 오감 중 공간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한 감각은 시각과 청각이다. 이는 곧 빛과 소리라는 물리 요소로 이어진다. 때문에 빛과 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때, 극 공간을 획기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그 사례를 찾아보자면, 인물들이 TV를 보는 장면을 꼽을 수 있겠다. 무대 중앙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배우들이 마주하고 있었던 것은 TV의 모형이 아닌, 객석 바로 밑 조명에서 나오는 주홍색의 빛이었다. 마치 TV 브라운관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스피커에서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보도하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로부터 누군가는 텅 빈 무대  위에 나무마루를 깔고 기둥을 세우고 벽을 올린 후 지붕을 덮어 조그맣고 아담한 방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관객의 머릿 속에서 진행된다. 상상과 유추의 과정을 거쳐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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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CJ 문화재단 블로그 http://blog.naver.com/cjculture_az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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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CJ 문화재단 블로그 http://blog.naver.com/cjculture_azit/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양동탁, 김모은, 박재현, 이장환, 한기장, 황혜원 배우의 연기는 무대를 꽉 채웠다. 옷에 땀이 흥건히 괼 정도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나의 극을 완성해가는 배우들의 팀워크가 돋보였던 연극이었다. 연극 '아폴로 프로젝트'는 서초동 씨어터송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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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공연명 : CJ 크리에이티브 연극 부문 당선작 '아폴로 프로젝트'
ㅇ 기간 및 장소 : 2015.10.22~2015.11.15 / 강남구 서초구 시어터송
ㅇ 러닝타임 : 100분(인터미션 없음)
ㅇ 티켓가격 : 전석 3만원
ㅇ 공연시간 : 평일(화~목) 오후 8시 / 토 오후 3시, 7시 / 일 오후 3시 * 월요일 공연 없음(총 26회)
ㅇ 공연예매 : 인터파크 1444-1555
ㅇ 공연제작 : 프로덕션 아폴로
ㅇ 공연문의 : 010-3339-8843


지금, 여기, 우리,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우리는 지금을 어떻게 기억할까? 한 사건은 그 시대의 세대를 지칭하기도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 386세대, IMF세대, 88만원 세대. 역사는 지금의 청년들을 어떻게 기록할까? 우리는 우리가 겪지 않은 시절의 청춘들을 어떻게 기억해야할까? 전쟁과 가난을 경험한 한국이기도, 눈부신 성장을 경험한 한국이기도 하며, IMF를 이겨낸 한국이기도 하고, 독재를 지나온 한국이기도 하다. 민주화 운동과 광주항쟁을 경험한 한국이기도 하고, 전태일의 죽음을 본 한국이기도 하다. 다리와 백화점이 무너졌고, 지하철과 숭례문이 불탔었고, 배에 아이들이 갇혀 돌아오지 못한 한국이기도 하다. 작가는 한 시대를 살았던 어느 한 세대의 성장을 명랑하고 발랄하게 그리고 있다. 이 이야기는 분명 작가의 머릿 속에 존재하는 세계이지만, 오래 된 앨범에서 먼지를 털어낸 낡은 사진 너머에 존재 했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장면을 통해 은유한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시대적 배경이 되는 70년대의 삶과 사회적 사건 속에서 현재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또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며, 스스로에게 어떠한 질문을 던져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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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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