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형들과 함께 느끼는 추억 ‘다락에서 여행’

글 입력 2015.11.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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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에서 여행
  -다락에서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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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여라 딩동댕’이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고 자란 세대로서 인형극이라 하면 뚝딱이처럼 손을 넣어 입을 움직이던 봉제인형이 떠오른다. 피노키오처럼 관절이 움직이는 인형을 직접 본 적이 없는 기자로서는 인형극의 전통인 체코인형극이 궁금함 반, 설렘 반의 대상이었다. 가까운 합정역이 아닌, 홍대입구역에서부터 찾아간 다락극장은 이름 그대로 다락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공간이었다. 어려운 위치는 아니지만 이 길이 맞는 걸까 돌아가야 하는 걸까 싶은 때에 인형이 앉아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는 동유럽 골목길 사이의 작은 골동품 가게를 발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말 다락처럼 넓지 않고 아늑한 공간임에도 인형극을 위해 찾아온 손님이 많았다.


이윽고 시작되는 극은 두 배우와 인형들, 영상과 음향이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특히, 영상은 ‘추억’의 코드를 잘 살리고 있다. 사실 다락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거나 인형극에 등장하는 인형들을 가지고 놀았다 거나 영상 속 풍경들과 같은 추억이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아파트에서 비디오와 만화캐릭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젊은 세대에게는 더더욱 없는 일이겠지만, 분명 나의 추억과는 다른 이야기였지만 그 나름대로 동심의 순수함을 느끼게 해주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또한, 배우들의 대화는 서로 다른 언어로 구사되고 있고 한국인으로서는 한 쪽의 의미만을 알 수 없지만 대화가 이질적이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다락극장에서 느꼈던 특이한 매력의 하나였다. 전혀 새로운 공간에 새로운 놀이와 언어를 보고 듣는데 이질감과 소외감이 들지 않았다는 사실.


인형극은 거창한 스토리라인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여러 인형들이 등장해 특별한 주제라든지 교훈이 보이지 않는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몰입하게 되는 것은 음향의 효과와 세밀한 인형의 움직임의 영향이다. 특히 극 중,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샹송을 부르는 장면은 더욱 강조되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소소한 재미와 웃음으로 미소 지었던 것, 왁자지껄이 아닌 옹기종기한 분위기가 따스했다.
그렇다고 마냥 따뜻하지도 마냥 웃기기만 한 것도 아니라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느끼고자 하는 감정이 다르기에 이를 위한 배려인지, 기자처럼 투닥 투닥 소소한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도, 삶을 돌아보며 느끼는 복잡 미묘한 쓸쓸한 감정을 좋아하는 사람도 자신의 마음에 쏙 들었던 부분을 하나씩은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관람했던 관객들은 대부분 20대의 커플이었지만, 왠지 이 공연을 다시 본다면 중년의 모습으로 오고 싶었다. 그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에 지금보다 더 공감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사회생활과 가정에서 슈퍼맨 슈퍼우먼이 되어야만 하는 중압감을 잠시 내려놓고 다락의 포근함을 더 소중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시끌벅적한 홍대와 신촌을 살짝 비껴가 주택가 사이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홍대로 돌아가 주말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인파 속에 있으려니 머리에 남아있던 인형과 영상의 잔상이 달아날 것만 같아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뭔가 나만의 아지트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인디밴드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연인이든 친구든 부모님이든 홀로든 다락으로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다락에서 여행
 
 
일자 : 오픈 런
 
시간 : 금 20시 / 토,일,공휴일 15시, 18시
 
장소 : 퍼즐인형극장[다락극장]
 
티켓가격 : 전석 3만원(직장인,학생 증명 시 2만원)
 
주최 : ㈜푸즐레
 
후원 : 주한체코대사관, 체코문화원, 체코국립인형극장
 
관람 등급 : 만 14세 이상
 
 

 
문의 : 070–8237-6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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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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