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낮은 곳을 향한 따스한 시선, 케테콜비츠 [시각예술]

글 입력 2015.11.2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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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장소가 특별해지는것은 모두가 추천하는 엄청난 문화유산이나 자연경관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그 장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생기는 것임을 알게 외었다.” 이 말은 여행에 관한 구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또한이 구절이 단순히 여행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면에 통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예술을느낄 때에 이 자세를 견지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예술 작품이 큰 감동을 주는 것은 평론가들이 이 작품을훌륭하다고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감상자가 작품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할 때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이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는 자신의 감상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을 어려워하는반면 저명한 평론가들의 의견에는 너무도 쉽게 나의 의견의 공란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나 또한 나의 의견을한 줄이라도 더 적기 보다는 평론가가 쓴 글을 한 줄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애썼었다.

한동안전시를 보고 나면 스스로 작품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보다는 그 작품에 대한 심오한 분석글을 찾아 읽고 이를 이해하는데 만족감을 느끼는데 치우쳐져있었다. 그러던 중 케테콜비츠전을 보며 내 자신의 감동에 집중하고 감상에 있어서의 올바른 무게중심을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ART insight의 첫 기사로 케테콜비츠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케테콜비츠는주로 거리의 노숙자, 가난한 노동자들, 과부 등 세상의 어두운면을 품고 있는 인물들을 작품에 담았다. 목탄화, 판화, 조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인물들을 다루었는데 이 중 화려한 색채를 담은 작품이 없었다. 대부분의 작품이 흑백으로만 표현되어있었다. 평소에 화려한 색채가들어간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작품들은 너무 단조롭다고 느끼곤했다. 그러나 케테콜비츠의작품을 감상할 때는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담아내는 인물 각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 목탄화

자화상.png


  이 작품은 작가가 목탄으로 그린 자화상이다. 목탄의 가장 큰 장점이 날카로운 선과 부드러운 면의 표현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런 재료의 특성이 정말 잘 드러난다. 작가 자신의 얼굴과 손은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가 되어 있는 반면 머리카락과 옷은 굵은 선으로 빠르게 면을 채운 뒤 문질러 부드러운 면이 되도록 표현하였다. 섬세하게 표현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간극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감동적이었다. 얼굴과 손은 작가가 자신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섬세하게 표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명확하게 어떤 곳을 응시하고 있는 눈과 표정 없이 덤덤하게 다문 입은 작가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담고 있기에, 손은 작가가 본 세상을 그림으로 녹여내는 방식을 담고 있기에 중요하게 생각했지 않았을까. 그녀의 얼굴에서 엿보이는 담담한 시선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 어려있는 시선과 맞닿아있다. 그녀의 표정은 웃고 있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담담한데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눈은 날카롭게 대상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동시에 웃고 있지는 않지만 그녀의 살결에는 세월의 결이 느껴지고 그 결이 그녀를 부드럽고 따스하게 느끼게 한다. 대상을 날카롭게 통찰하되 그 속에 애정을 담아내는 것. 이것이 작가의 작품철학임을 자화상을 통해 알려주는 듯 했다. 



2. 판화

 케테콜비츠는 목탄화 외에 다수의 판화 작품을 남겼는데 이런 작품에서는 목탄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표현력을 많이 엿볼 수 있었다.


 das Opfer.jpg


판화 작품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로 희생이라는 의미이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아무런 걱정도 세상의 고생도 어려져 있지 않고 평화롭다. 반면에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는 세파에 시달린 듯 광대 아래가 움푹 패여 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런 세상의 고난에 지쳐 힘 없고 쳐진 모습이 아니라 아기를 안은 팔은 잔뜩 힘이 들어가 있고 앙 다문 입에서는 결연함까지도 보인다. 세상으로부터 아기를 지켜낼 것이라는 어머니로서의 의지가 들어있다. 작가는 예술가인 동시에 자식을 둔 어머니로서의 강력한 모성을 표현하였다. 
 


3.조소

Pieta.jpg

 
 케테콜비츠는 주로 많은 회화 작품을 남겼지만 그 뿐 아니라 조소작품 또한 제작하였다. 는 작가의 조소작품 중 하나이다. 피에타는 종교적 주제로 그리스도의 시체를 무릎 위에 놓고 애도하는 마리아를 표현한 것으로 많은 작품에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케테콜비츠의 피에타는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어머니로서 마리아가 예수의 죽음에 괴로워하는 측면이 더 부각되어 있다. 작가는 1차 세계대전으로 자신의 아들을 2차 세계대전으로 손자를 잃었는데 이런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여 마리아에 자신을 투영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마리아가 눈물을 흘리고 있거나 깊은 절망으로 표정이 일그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슬픔을 애써 억누르려 애쓰는 듯한 표정 때문에 이 작품을 앞에 서서 한동안 먹먹함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케테콜비츠는 모든 작품에서 어머니의 시선으로 인물들을 어루만졌다. 가난한 노동자들을 다룬<직조공들의 반란>시리즈와<농민전쟁>시리즈 그리고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뒤 전쟁의 참혹성을 고발한<전쟁>시리즈에서 현실에 절망하여 괴로워하고 혹은 체념하여 무기력해진 인물들의 참상을 날카롭게 짚어 표현하면서도 이런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응원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에 더욱 공감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아들과 손자를 모두 전쟁에서 잃은 뒤에 죽어가고 고통 받고 괴로워하는 인물들을 계속 그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현실을 직면하고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내었다.작가의 작품이 다채롭거나 화려한 작품보다도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케테콜비츠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고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 이유이다. 세상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만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 않다. 내가 보지 못한 곳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아니 어쩌면 나는 이런 사람들을 매일 마주치지만 마음의 무거움을 덜기 위해서 외면하고 그냥 지나가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케테콜비츠의 작품을 감상하며 현실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는 것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시작임을 알게되었다. 


[이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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