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완 < 우리에게 그리고 저들에게 >전 [시각예술]

글 입력 2015.10.30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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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사루비아 다방에서 열렸던 <우리에게, 저들에게>전을 보고 왔습니다. 이 전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와 그 건너편에 있는 ‘저들’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전시였습니다.
우리와 저들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일상에 항상 녹아 들어 있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중에 하루에도 수 십번씩 ‘우리’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우리 집, 우리 반, 우리 학교, 우리나라 등 우리의 말 속에는 수많은 우리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이라는 집단에 속하며 성장할수록 점점 더 많은 집단에 속하게 되어 자신도 스스로가 몇 개의 집단에 속해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에 이릅니다. 그리고 우리 라는 말에는 그 자체에서 저들을 분리해 냅니다. 나와 같은 측에 속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그에 속하지 않는 ‘저들’도 동시에 존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집단에 속해서 ‘우리’가 되는 동시에 속하지 않은 다른 수 많은 집단으로부터 ‘저들’인 상태입니다.
<우리에게, 그리고 저들에게>전은 이런 집단에 관한 간극에 대해 고민과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전시입니다.
 

<우리에게, 그리고 저들에게>전은 크게 5개의 설치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5개의 작품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각자의 자리>와 <각자의 자>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두 작품은 만들어진 방식부터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작가는 임의로 30명의 사람을 만나 그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1cm를 그려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그 1cm로 국제표준 규격사이즈로 의자를 제작한 것이 <각자의 자리>이고 이것으로 1m의 자를 만든 것이 <각자의 자>라는 작품입니다. 또한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저도 제가 생각하는 1cm를 종이에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1cm’라는 전시를 꿰뚫는 통일된 방식으로 작가와 30명의 인터뷰이 감상자가 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cm로 그렸을 때에는 그 차이가 크지 않지만 이를 100배 하면 그 차이는 매우 또렷해집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집단을 단일한 것으로 뭉뚱그려 볼 때에는 개인 차가 보이지 않지만 초점을 옮겨 집단 안의 개개인을 들여다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각자의 자리>에 있는 30개의 의자는 그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그 곳에 앉을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작가가 만난 30명의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우리’, ‘집단’에 대해 자유롭게 인터뷰한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어떤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기에 이렇게 작은 의자가 만들어 진 것일까? 이 사람은 어떻게 보았길래 이렇게나 큰 의자가 만들어진 것일까? 등의 질문은 던지며 인터뷰 영상을 보자 그 인터뷰이의 생각에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자라는 오브제는 우리가 작품을 스쳐지나지 않고 앉아 머무르게 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들여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png
 

<각자의 자>는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비슷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지만 한 벽에 일렬로 나열해 놓음으로써30명 간의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자는 떼어 낼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었고 저는 이 자를 가지고 제 키와 길이를 비교해보았습니다. 의자에서 이루어진 소통이 주로 그들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것이 였다면 내 몸에 자를 대어 보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우리에 대한 길이는 어느 정도일까를 가늠하게 해 주었습니다.
 

각자의 자.png
 

이 전시를 통해서 집단에 대한 개념을 다시 고민해보고 재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과 집단 그 관계에 대한 고민은 인간이 존재한 이래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인간은 모두 개개인이 한 개의 독립된 몸으로 존재하지만 끊임 없이 타인과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고민은 계속 이루어졌으며 역사적으로 집단이 더욱 중시되던 시기 개인을 주목하는 시기가 교차하였습니다. 집단을 지나치게 강조한 시기에는 이성적 인간이라면 절대 저지를 수 없는 세계1,2차 대전으로 전세계적 재앙이 발생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을 강조하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지나친 이기주의로 인한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였고 외로운 인간이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개인 혹은 집단에 대한 가치 편중은 많은 문재를 초래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집단의 결속의 간극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존재를 위한 필수적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집단성에 대해 고민해보고 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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