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게오르그 바젤리츠 : 그는 왜 그림을 뒤집었을까?[시각예술]

그의 작품에 반영된 당시 독일 사회
글 입력 2015.10.30 02: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게오르그 바젤리츠 (Georg Baselitz, 1938~)는 동독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대학 시절 당시 퇴폐 미술로 분류되던 피카소의 그림을 소지하였다는 이유로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았고 이후 서독으로 망명하였다. 그의 본명은 한스-게오르그 케른이었으나 서독으로 망명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담아 게오르그 바젤리츠로 개명하였다. 그는 미국의 유행을 좇아 추상회화를 강조하는 당시 서독 미술계의 흐름에 크게 불만을 느꼈고 화화에 추상성을 도입할 경우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비인간적이고 모순적인 당시의 서독 사회를 온전하게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추상으로 이런 요소를 담아낼 경우 현실을 이상화시킬 뿐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회화에서 형상성의 회복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바젤리츠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60년대에 거꾸로 뒤집힌 형상을 한 그림을 그리고 부터 이다. 1965년에 바젤리츠는 피렌체에서 6개월을 보냈다. 이 때부터 그는 거꾸로 뒤집힌 사람들과 사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적인 미술을 비웃는 듯한 뒤집힌 모습의 이미지들은 관습에 대한 부정이자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저항이었다. 68학생 운동을 겪으면서 독일 사회의 부조리와 독일 정치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68학생운동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 운동으로 극단적인 무장투쟁으로 까지 발전하게 되었고 그러자 국가는 이들 중에서도 특히 급진적이 었던’독일 적군파’를 감옥에 수감하였다. 그런데 수감 도중 5명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에 대해서 수많은 정치적 의문이 제기 되었고 지식인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 떄부터 바젤리츠가 더욱 본격적으로 거꾸로 매달린 형상을 작품에 담아내었다.  


오렌지.png


 바젤리츠의 작품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괴기스러운 모습을 주로 담아내었다. 이는 신표현주의 작가들의 주된 특징으로 현실을 이상화 시키기 보다는 그와 반대로 추한 현실을 들추어 냄으로써 현실과 정면으로 대응하고자 하였다. <드레스덴의 최후의 만찬>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왜곡하고 전복시킨 작품이다. 바젤리츠는 최후의 만찬을 전복시켜 그림 내 모든 요소가 쏟아져 내릴 듯한 불안정한 구도를 표현하였다. 모든 인물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듯 보이고 얼굴과 형체가 모두 일그러져 있다.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인물은 토를 하는 듯 보이기도하고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불안정한 정서를 그림에 담아낸 것이다. 또한 배경이 남색과 파란색 두 가지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은 당시 독일의 분단 상황을 담아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오렌지지.png


<오렌지를 먹는 사람3>은 ‘오렌지를 먹는 사람’ 연작 시리즈 중 하나이다. 오렌지를 먹는 사람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한 모습을 표현하였다. <드레스덴의 최후의 만찬>과 마찬가지로 바젤리츠가 거꾸로 형상을 묘사한 작품 중 하나이다. 바젤리츠는 거친 붓 터치와 잘린 신체를 통해 심리적인 측면에서 독일 사회의 모순과 자만을 폭로하고 부조리한 사회에서의 인간의 불안감과 심리적 소외감을 담아내었다, 바젤리츠가 형상을 거꾸로 묘사함으로써 일상적이고 익숙하게 되어버린 기성 가치에 대한 강력한 거부를 나타내었다. 그는 독일 사회가 물질적으로는 극복한 듯 보이나 정신적 가치 등에 대한 회복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담아내고자 하였다. 땅에 붙어있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형상을 뒤집어버림으로써 인간의 형상을 외형적으로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무의미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의 외형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젤리츠의 휴머니즘이다. 그의 그림에 드리운 어두운 모습들은 이전의 독일 표현주의 사조를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표현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앞선 세대 들로부터 이어받은 절망을 표현했다. 두 세계 대전 사이에서, 다리파 멤버들은 일차대전 전의 불안감을 그들의 회화에 실어냈으며, 이차 대전을 겪은 세대인 바젤리츠는 전쟁으로부터 나온 재해와 혼란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들춰냈다. 순수 색채의 사용에서 즐거움을 전혀 찾아낼 수 없으며, 그 대신에 암흑 속에 서있는 다친 영웅들, 박피된 표면 위에 드러나는 유령 같은 여인의 두상, 뒤집혀 그려져 추락 할 것 같은 인물들이 불안감을 암시하고 있다.  

 
mmm.png
                                           

바젤리츠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작가였다. 그는 회화를 분열되고 해체된 형태로 담아내었다.’분열된 회화’ 시리즈는 회화의 구조적인 해체로 화폭이 검은 선에 의 해서 나누어진 수평적인 두 면으로 분리되어 있다. 그림의 모티프인 “영웅”은 가벼운 볼륨을 갖고 있지만 마치 2장 접이 그림(diptyque)에서 두 화폭 이 잘 맞지 않은 것처럼, 어긋나게 그려져 있다. 표현 양식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이는 의미적으로는 거꾸로 그린 형상 그림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인간의 신체를 이상적으로 온전하게 묘사하기 보다는 극단적으로 왜곡하여 표현하고 있다. 특히 그 대상을 영웅으로 설정함으로써 의미를 더욱 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인 인물이 아니라 영웅이 왜곡된 형상을 가진다는 것은 독일인들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가치가 왜곡되었음을 의미한다. 서독이 경제적으로 성장을 거두면서 독일인들은 점점 이를 통해서 자신감을 되찾고 게르만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기 시작하였지만 실질적으로 내적인 가치에 대한 회복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것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독일인이 의지할 수 있는 정신적 영웅은 왜곡되어 있고 심지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즉 분열된 회화 시리즈를 통해 바젤리츠는 독일을 구원할 정신적 가치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larry를 위한 ㅠ.png

3개의 밴드.png
<3개의 밴드>


에서는 인물의 신체가 나뉘어져 있고 를 위한B>에서는 한 화폭이 두 개의 면으로 나뉘어져 있고 <3개의 밴드>는 화폭이 3개의 면으로 나뉘어있다.  이 그림은 유사하게 보이는 인물을 대상으로 그렸는데 이는 바젤리츠 자신이 ‘영웅’으로 묘사했던 안물을 분절시킨 작품들이다. 분리된 면들의 도움 없이, 이미지들이 마치 갈기갈기 찢어진듯하게, 서로 서로가 다른 이미지들이 겹쳐지는 구조로 발전하였다. 이미지의 분리된 층은 적어도 세 가지로 분석된 다. 첫 번째 층은 하늘과 나무들의 재현을 통한 숲 이며, 두 번째는 뒤집혀진 형상을 암시하는 90도로 뒤집어 그려진 짐승들, 그리고 마지막 층은 비교적 볼륨감이 확실한 일루전이 표현된 한 남자의 누드가 그려져 있다. 마치“해체”된 각 층이 투명한 레이어(layer)에 그려진 뒤 중첩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 표현 기법은 거꾸로 뒤집은 형상과 마찬가지로 재현으로서 회화에 대한 강력한 반항이었다.

주로 바젤리츠는 그의 회화에서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담아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현재 사회에 대해서 회의만을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형상을 분리시키고 거꾸로 세우는 등의 왜곡을 통해서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표현주의 전통에 기초하면서도 독창적인 새로운 회화 기법을 통해서 사회 내면에 존재하는 위선과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 잡고자 하였다. 인간 형상을 반복해서 그리고 또 그리면서 그는 당대의 왜곡된 인간을 드러내는 동시에 진정한 인간성이 부재한 사회에 일침을 가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그가 동독의 지배적인 표현 기법과 서독의 지배적인 표현 기법을 모두 거부하였다는 점에서도 당시의 양분화된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이를 화합하는 새로운 예술의 방식을 추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윤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