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5 SIDance : GRIND

무반주 독무대에서 그는 바닥에 누워 하늘을 향해 허리를 튕겼다.
글 입력 2015.10.2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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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집에서 푹- 쉬고 맛있는 음식들로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겼먹었던 하루!
이 날의 마지막 일정은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와 함께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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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Mnet에서 방송한 댄싱9 이후론 무용공연을 특별히 찾아서 보지 않았지만,
2015 서울세계무용축제(줄여서 SIDance, 시댄스)의 <그라인드>는
캄캄한 어둠속에서 인간의 감각을 곤두세워
공연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소개된게 매력적이였다.
무용이라면 중학생때 수행평가로 차차차를 잠깐 배운정도?ㅋㅋㅋㅋㅋㅋㅋ가
전부일정도로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다양한 문화예술을 섭렵해보고 싶어서 공연을 신청했다.
 
이번 공연은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 지연입장이 불가하고 공연 10분전까지 입장이 가능해서
2호선 신촌역에서 내려 부지런히 언덕길을 걸어 올라와 서강대 메리홀에 일찍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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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벽면 바로 옆자리에 앉으니 공연 사운드를 신명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연륜이 있는 한국인들이 내 자리 주위를 감싸고,
외국인 관람객들이 대부분 객석 앞자리에 삼삼오오 앉는 모습을 보고
잠시후 감상하게 될 작품이 세계적인 공연이라는게 실감났다.


공연 장면 2.jpg
 

조명디자이너 민나 티카이넨은
내가 눈을 뜨고 있는건지 감고 있는건지 졸고 있는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아주 희미한 불빛만을 안무가 예프타 반 딘테르에게 쏘았다.
 
안무가 예프타 반 딘테르는 바닥에 떨어진 잉크가 역행하여
위로 치솟아 올라오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는 발을 바닥에 고정시킨채 검은색 전선을 팔에 감고
한 곡당 100번씩 등을 벽에 튕겼다.
 조개끼리 부딪히는 소리, 드릴로 벽돌에 구멍을 내는 소리,
EDM으로 (도레미파솔라시의) "시"만 치는 소리 등
자극적이고 박자감이 정확하게 느껴지는 소리에 심취해 있었다.
 한편 관중들은 '이게 지금 무슨상황인가' 싶어 혼란스러워 했다.
 
장시간동안 등을 벽에 튕기는 행동을 반복하는데에 비중을 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진전 없는 행동과 심장을 관통할듯한 테크노 비트의 조화를 이해하기 위해
고뇌했지만 이내 지쳐 포기했다.
프리뷰와 프로그램북에서 읽었던것처럼
이 공연은 이성을 놓고 사운드에 홀렸을때
시야에 보이는 행위를 보고 느껴지는 감각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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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반주 독무대에서 그는 바닥에 누워 하늘을 향해 허리를 튕겼다.
그는 안무가 티아고 그라나투와 함께 한 에서처럼 본능에 충실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줬다.
 
자리에서 일어나 전선을 감을때마다 천장에서 무대바닥으로, 무대 뒤에서 앞으로 주머니가 움직였다.
깨질뻔한 유리멘탈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주머니가 무엇을 의미하는건지, 왜 이러한 구도를 잡았는지,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왜 전선을 감고 있는지 헤아리고 싶어할수록 무대음악이 들리지 않았다.
 
백열전구와 스피커를 절연테이프로 돌돌 감싸서 쥐불놀이를 하듯 돌리는데
반바퀴마다 불이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하고 조명이 꺼질때마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올라가는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철저한 암흑속에서 나이키 로고나 은하수처럼 보이는 모습을 보고
스피커에서 휘파람 소리만 울려퍼지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평온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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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공연이였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괴롭고 안무와 사운드에 자신을 맡긴채
온 몸에 흐르는 낯선 느낌을 가뿐하게 받아들여야 했던 시간이였다.
"THIS IS CONCRETE"처럼 공연이 끝난 후
공식적으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안무가 예프타 반 딘테르가 환상,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공감각,
어둠과 빛 노동, 기괴함, 목소리와 이미지를 다루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컨셉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응원해주고 싶었지만,
무분별하게 동작 자체에 대해서만 연구하는면에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았다.
 
 
 
 
 
▼ 문화·예술은 소통이다 ▼

아트인사이트 배너 캡쳐.jpg
 
 
 
 
[김여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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