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자 후속작, 하퍼 리의 "파수꾼" [문학]

Go Set a Watchman
글 입력 2015.10.2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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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 영문판

 

자그마치 50여 년만에, 하퍼 리의 신작이 발표되었다. <파수꾼(영문명: Go Set a Watchman)>이 바로 그것인데, 특이한 점은, 이 작품이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졌으며, <앵무새 죽이기>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되어 큰 성공을 거뒀고, 이듬해 퓰리쳐상을 수상하여 문학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후 하퍼 리는 신작을 내지 않고 은둔생활을 한다. <앵무새 죽이기> 이상의 작품을 써낼 수 없다고 생각했거나, 엄청난 성공과 그로 인한 독자들의 기대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듯 자그마치 50여 년간이나 <파수꾼>을 비밀에 부쳤던 작가가 출간을 결정한 데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령의 작가가 잘 판단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하여 주변 이들이 <파수꾼>의 출간을 멋대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에 대한 근거로, 하퍼 리의 대리인 역할을 했으며, <파수꾼>의 출간을 줄곧 반대했었던 그녀의 친언니가 죽고 나서 출간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앨라배마 주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저자의 의사에 따라 출간되었다고 결론이 났다.

출판사는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하퍼 리의 신작에 대해 독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국내 출간을 위해서도 번역가 공진호 씨는 창문이 없는 방에서, 매 번 정해진 분량의 원고의 사본을 전해 받아 작업하는 등 보안과 기밀 유지가 엄격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작품을 본 독자들의 반응은 시원찮다. 수정이나 보완, 편집을 거치지 않고 초고 그대로 나온 하퍼 리의 처녀작이 <앵무새 죽이기>에 비해 크게 작품성이 모자랐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앵무새 죽이기>에서 스카웃의 영웅이었던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의 캐릭터 변화가 독자들이 실망감을 표한 주된 원인일 것이다.

인종차별을 다룬 <앵무새 죽이기>에서 애티커스 핀치는 자신의 경력이나 삶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흑인을 변호한다. “만인에게 평등권을, 특권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했던 그는, 6살에 불과했던 어린 스카웃에게는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파수꾼>에서는 애티커스 핀치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앵무새 죽이기>에서의 애티커스 핀치는 그가 아이에게 보여주고픈 선택적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파수꾼>에서 어른이 된 스카웃, 그러니까 진 루이즈는 그동안 아버지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마주하고 큰 배신감을 느낀다.

역자는 이 책이 인종차별에 국한한 이야기이기 보다, 편견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책 속 인물들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진 루이즈 또한 그렇다. 그녀가 가진 대표적인 편견은 아버지가 도덕적으로 완벽하며, 정의롭고, 완전한 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편견이었다.



작가는 잔인하다. 편견을 낱낱이 파헤치며 스카웃의 영웅이자 독자들의 영웅이었던 애티커스 핀치의 실체를 까발린다. 그는 원래부터 그랬으니 편견을 가진 네가 잘못이라 말한다. 50년 만에 날린 작가의 뒷통수는 꽤나 충격적이다. 진 루이즈가 느낀 배신감을, 독자들 또한 느꼈으리라.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알려준 하퍼 리의 신작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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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한국판


[이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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