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과 동물, 서로의 모습을 하다 '애완동물'

글 입력 2015.10.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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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리뷰


생각해보면 아트인사이트에서 순수 현대무용 작품을 본 적이 없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와'굿모닝 광대굿'을 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극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극이었다. 있는 그대로 줄거리와 인물이 와 닿는 그런 공연들을 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절대 이런 공연이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래서 기대를 굉장히 많이 했었다. 과연 내가 실체가 거의 없고 상징성을 띄는 무엇인가들이 가득한 무대를 과연 잘 이해해 낼지, 또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해 스스로 약간의 궁금증과 기대가 있었다. 더구나 올가 호리즈 무용단이라니! 포르투갈 무용단 올가 호리즈가 창의적인 무용극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것은 프리뷰를 준비하면서 뇌리에 아주 강하게 박혀있었다. 외국 공연이지만 표현만으로도 잘 이해할 수 있기를 아주 간절히 바랐었다.


- PETS | COMPANHIA OLGA RORIZ


아주 넓은 무대엔 온갖 물건들이 있었다. 소파, 옷, 비닐봉지, 호스, 물, 책상, 마이크, 선풍기, 가방 등 셀 수도 없었다. 이것들이 대체 어디에 사용이 되는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그 가방 사이사이로 배우들이 등장해 여러 모션들을 취했다. 계속 옷을 입었다가 벗었다가 그걸 또다시 입는 사람, 총을 들고 이리저리 춤을 추는 사람, 선풍기 앞에 서서 계속 뛰기만 하는 사람, 랩 비닐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도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꼭 도구를 이용하지 않아도, 여자를 끌어당겨 한 자리로 계속 데려다 놓는 남자도 있었다. 그러면 여자는 다시 앞으로 나가고 그 남자는 또다시 여자를 당겨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았다. 성행위를 계속해서 묘사하는 커플과 머리를 물에 담그는 여자도 있었다. 온 무대가 격렬하게 뭔가를 하는 사람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서로를 통제하려 하지만 전혀 통제되지 않고 활기차 보이지만 어딘가 슬프고 가엾어 보이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불현 듯 이 무대의 제목인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제목이 없었다면 나는 정말이지 뜻 모른 그 상태 그대로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보니 아주 조금씩 무대의 모습들이 눈에 구체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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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굉장히 본능에 충실하다. 좋아해주면 똑같이 좋아한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애정을 주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더 쉽게 상처받는다. 그렇지만 화가 나면 아무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기도 하다. 성욕도 절제하지 못해서 인간들은 수술도 시키지 않는가. 사랑하고 슬퍼하고, 자학하고 위로하는 감정을 그대로 표출시키는 존재다.

시간이 흐르고 주인들이 돌아온다. 그들은 어지럽혀진 집에 놀라지만, 그곳은 원래부터 그들이 집이다. 그들은 곧 그곳에 익숙해지고 앞서 애완동물들이 했던 몸부림들을 다시 반복한다. 그 모습은 마치 애완동물 같았다. 아까와 똑같은 모습들이었다.
사람은 동물을 길들인다. 더 똑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 우리는 애완동물들과 다를 것이 없다. 서로 사랑하고 밀쳐내며 상처받는다. 또 자학하고 소리치고 아파한다. 제압하면서 구속받는 인간의 모습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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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어려웠다. 난생 처음 보는 퍼포먼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저기선 왜 저러고 있지?’를 생각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더 대담하게 해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고의 틀 없이 자유롭게 상상하며 의미를 만들어 내보는 과정이 꽤나 재미있기도 했다. 이런 해석도 해보고 저런 느낌도 가져보는 것이 예술을 감상하는 가장 기본 마음가짐이니 너무 자책하지는 않기로 하겠다.. 이번 공연은 나에게 무척이나 어려웠지만, 앞으로 작품을 감상할 때의 이런 자유로운 해석이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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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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