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IDance 2015 올가 호리즈 무용단 < PETS >

글 입력 2015.10.12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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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좋은 무용수들은 참 많은데 그들의 공연을 보기는 쉽지가 않다.
같은 공연 분야인 연극이나 뮤지컬보다 대중적이지 못한 느낌이 참 크다.
노래가 아닌 춤이 주가 되는 공연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낯선 것 같기도 하고,
장르 특성상 둘보다 공연 횟수 자체가 적어 홍보가 충분히 못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현대무용이라면 더더욱.
대중의 관심도가 낮은 것도 문제겠지만, 
'추상'이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이다 보니 대중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는 당황스럽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직관'의 매력이 가장 큰 장르 중 하나가 또 춤이다.
무용수의 몸짓,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와 에너지는, 직접 봐야지만 온전히 전달이 된다.
그래서 현대무용 공연을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었다.
비록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직관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었다.


★SIDance2015  시즌.jpg
 

그러다 가게 된 SIDance 2015, 서울세계무용축제.
올해에는 무려 32개국, 54개 단체, 43개의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올랐는데,
무엇보다 내가 관심있어 하던 현대무용이 주가 되는 축제라 
현대무용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10월 5일 월요일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내가 본 공연은 올가 호리즈 무용단의 라는 작품이었다.
작품 설명에 따르면 "인간관계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로 사랑하고, 쉽게 길들여지고, 
부드러우면서 거칠고, 위험하면서 잔인한‘우리 ’와 그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 
설명만 봐도 난해한 느낌이 드는데다 예전에 우연히 본 현대무용 거리 공연도
어렵게 느껴졌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조금 하고 갔다.


sub_01_PETS_photo by Alipio Padilha.jpg
 

공연장에 들어서니 종이박스부터 의자, 밧줄 등등 
각종 오브제들이 어질러진 듯 무질서하게 널려 있는 무대가 눈에 띄었다.
잠깐의 암전 후 불이 켜지자, 다섯 명의 무용수가 각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곧 음악이 흘러나오고, 무용수들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용수들은 남자 두 명과 여자 세 명이었는데,
처음 부분에서는 남자 한 명이 여자 한 명을 조종하는 듯한 동작이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나머지 세 명은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각자 할 일
(무대의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기거나, 누군가를 계속해서 부르거나, 가만히 앉아 있기)만 계속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처음보다 커졌고, 
서로 눈을 마주치거나 몸을 접촉하는 일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다섯 명이 일관된 동작을 한다거나 한데 모이지는 않아, 
어느 한 쪽을 집중해서 보면 다른 한 쪽은 어쩔수 없이 놓칠 수밖에 없었다
사랑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나오지만 
맨처음의 남녀처럼 서로를 구속, 억압, 협박하는 장면이 훨씬 많았다.
보다 보니 비단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미디어 속 폭력이나 권력에 의한 강제 등 '불편한 관계' 모두를 다루고 있는 듯 했다.

재미있는 점은 다섯 명 중 어느 한 명도 계속 억압받지도 않고, 계속 억압하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을'로 보이던 사람이 다음 순간엔 다른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기도 하고, 
그 반대의 상황도 계속 벌어졌다.


sub_02_PETS_ photo by Alipio Padilha.jpg
 

그 때문이었을까. 
억압을 하는 '갑'의 입장에 있는 순간에도 
무용수들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고통스러운 듯 움직였다.
공연 내내 박자와 상관없이 움직이던 무용수들이 
2부 중간쯤에 이르러 각자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장면이 있는데,
다섯 모두 서로 떨어져 있는 상태인데도 고통스러워하는 몸짓을 보였다.

장면 자체가 그로테스크하기도 했고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을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난 이 작품의 주제가 작품 설명에서처럼 "누가 누구의 애완동물인가"를 찾는 것보다도,
'서로를 길들이고 싶어하다가 스스로 망가져버린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은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를 억압하다가 끝난다.
사실 앞서 말한 것처럼 계속 인물들 간의 관계가 바뀌기도 하고, 이렇다할 줄거리가 없다 보니 
공연이 끝날 때까지도 멍한 상태였다.
객석에서 큰 박수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하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연출자와 출연자들이 관객과 함께하는 GV도 준비되어 있었다는데
나는 시간이 늦어 GV를 보지 못하고 부랴부랴 집에 왔다.
오는 동안 문득문득 공연의 장면들이 생각났다. 
감상자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게 추상으로 가득한 현대예술의 미덕이겠지만,
작품을 곱씹어볼수록 연출자가 말하는 작품의 의미도 궁금해졌다

이렇게 나의 첫 현대무용 직관이 끝났다.
분명 보기 편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계속 생각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매력.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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