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타그룹 '피에스타 콘서트'

글 입력 2015.10.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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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그룹 '피에스타 콘서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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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말했다. "기타는 작은 오케스라이다"라고 말이다.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과 표현력을 지닌 기타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클래식 기타는 섬세하고 단아한 음색으로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면모를 가졌다. 내게 클래식 기타 연주만으로 구성 된 공연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공연을 중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몇 있었다. 왜 악장과 악장 사이 연습하는 것처럼 현을 튕기며 소란스럽게 해야하는지(후에 알아보니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지만, 맥이 끊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따위의 것들이었다. 사실, 그런 것들이 감상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음악을 감상하는 데 있어 자유로운 감정이입이 일순위라 생각하니 말이다. 때문에 분석하려 노력하기보다는 보이면 보이는대로, 느껴지면 느껴지는대로, 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아무런 상념 없이 그대로 경험하기를 선호한다. 감상(鑑賞) 전, 감상(感想)하기를 원한다. 감성 충만한 상태에서 그 곡을 '온전히' 즐기고나면, 자연스레 궁금증이 생긴다. 작곡가는 누구인지, 언제 작곡된 것인지, 어디서 영감을 받아 작곡 되었는지 따위의 질문을 하게된다. 유튜브에서 한 곡, 한 곡 반복해서 들으며 한 곡을 '완전히' 알게 된다. 다시 연주회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 공연은 전반적으로 고요하고 잔잔하게 흘러갔다. 가끔 탱고와 삼바, 그리고 축제가 연상되는 흥겨운 곡들로 분위기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조용하고 잠잠한 노래들이 클래식 기타에는 더 잘어울리고 관객으로 하여금 더 진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고 느꼈다. 첫 곡이었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백조 L243,' '알폰사나와 바다' 그리고 마지막 앵콜곡으로 연주되었던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그러했다. 또한 익숙한 곡들에 더 쉽게 젖어들어 감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익숙함에는 장사가 없다. 클래식 기타 자체가 다른 악기들에 비에 작은 소리를 내는 탓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전율, 폭풍처럼 밀려드는 감동은 사실 없었다. 하지만 그대로 두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클래식 기타 그대로의 매력에 지금 빠진 상태니까 말이다. 알면 알수록 더 신비롭고 재미나다. 지금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듣고있다.


* 감상(鑑賞) : 주로 예술 작품을 이해하여 즐기고 평가함
* 감상(感想) : 마음 속에서 느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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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 'This is Fiesta'는 김진택의 솔로연주로 막을 연다. 이어 김현규와 이노영의 듀오, 네 연주자가 함께한 콰르텟 등을 선보였다. 또 퍼커션 연주자 전유영과의 합주로 기타와 리듬의 향연을 펼쳤다. 1부는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대왈츠,' 피아졸라의 '탱고 모음곡,' 로페즈의 '칸타빌레,' 페트릭 루의 '탱고처럼'과 '카나발'로, 2부는 아사드의 '블루질리안,' 퀴케 시네시의 '열린 하늘,' 벨리나티의 '종고,' 베이커의 '백조 LK243,' 라미레즈의 '알폰시나와 바다,' 고스의 '카르멘 판다지' 그리고 앵콜곡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로 구성되었다. 90분 간의 연주 중 감명깊었거나 흥미로웠던 몇 개의 곡들을 읊어보려한다.

첫 번째로 연주된 타레가(Francisco Tárrega 1852~1909)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Recuerdos de la Alhambra'은 기타 명곡으로 회자되는 곡이다. 타레가는 19세기 스페인의 천재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로, 경이로운 테크닉과 낭만적인 연주 스타일로 유명하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타레가가 사랑하던 여인에게 실연을 당한 후 알함브라 궁전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실제, 스페인 그라나다에 위치한 알함브라 궁전은 그 아름다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음악을 들을 때 음악 그 자체보다 내 감정과 떠오르는 이미지들, 장면들에 집중하는 편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몇가지 형용사를 떠올리게 했다. 고요한, 잔잔한, 애잔한, 우수에 찬, 애달픈, 쓸쓸한, 사랑, 상처 입은, 고독한, 슬픈. 그리고 이와 맞물리는 내 기억 속 몇가지 장면들을 상기시켰다. 그렇게 시나브로 연주에 빠져들었다. 나중에 동행한 친구는 나와 조금 달랐다. 어떻게 연주하는 가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기타 두 개를 가지고 연주한 듯 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클래식 기타 동아리원에게 물어보니 '트레몰로'라고 다운, 업 스트로크로 현을 빠르고 반복적으로 튕겨 음을 지속시키며 연주하는 주법이 쓰인 것이라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때서야 "아, 은구슬을 뿌리는 듯한 느낌이 트레몰로 주법으로 연주된 것이구나."했다.

 
3.jpg▲ 이미지 출처 기타그룹 피에스타 Guitar Group Fiesta 페이스북 홈페이지
 
4.jpg▲ 이미지 출처 기타그룹 피에스타 Guitar Group Fiesta 페이스북 홈페이지
 

부드러운 모래 위에/ 바닷물이 스치고 간/ 그녀의 작은 발자욱/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외로운 발자취/ 고통과 정적은 떠나갔고/ 검푸른 바다 속에는/ 슬픔만 가득한데/ 슬픔을 머금은 장미는/ 바다 물거품이 되었는가?/ 신이시여 이 괴로움을 아십니까/ 당신과 동반하던/ 오래된 아픔이/ 당신의 목소리를 없애버렸고/ 안식을 위하여/ 바다 조개들의 노래는/ 유행가로 노래합니다/ 검푸른 깊은 바다 속에/ 알폰시나 당신은 떠나갔습니다/ 당신이 외로움과 함께/ 새로운 시어들을/ 거기서 찾고 있습니까?/ 태고의 소리가/ 바람과 소금은/ 영혼을 부쉬어/ 멀리 보내버리며/ 멀리 바다 위를 떠다니게 하네/ 꿈결처럼/ 잠들어라 알폰시나/ 바다에 안기어서/ 다섯 명의 인어공주가/ 당신을 데려갈테니/ 산호와 해초로 장식된 길로/ 형광 빛나는 해마는/ 당신 주변에 반지모양으로/ 둥그렇게 만들어진/ 바다 속 안식처에서/ 당신과 친하게/ 장난을 칠거야요/ 램프불을 낮추어 주어요/ 조금만 더/ 잠이 와요/ 안식과 평화/ 그 이가 찾으면/ 제가 여기에 있다고/ 말하지 마세요/ 알폰시나는 떠났다고/ 그 이에게 말해줘요/ 그 이가 찾지 않으신다면/ 제가 여기에 있다고/ 말하지 마시고/ 떠났다고 전해주세요/ 당신은 알폰시나를/ 떠났습니다/ 당신의 외로움과 함께/ 찾으실 건가요/ 당신의 외로움과 함께/ 새로운 시어들을/ 거기서 찾고 있습니까/ 태고의 소리가/ 바람과 소금은/ 영혼을 부쉬어/ 멀리 보내버리며/ 멀리 바다 위를 떠다니게 하네/ 꿈결처럼/ 잠들어라 알폰시나여 바다에 안기어 - 스페인어 번역 조국건 2011.04.27


라미네즈의(A.Ramirez) '알폰시나와 바다 Alfonsina y el mar'는 시에 음을 붙여 만든 노래이다. 아르헨티나의 재능있는 여류시인 알폰시나 스토르니(Alfonsina storni)가 평탄치 않은 삶을 비관하여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하였고, 이를 추모하기 위해 휄릭스 루나라는 아르헨티나의 시인이 '알폰시나와 바다'라는 시를 발표하였다. 휄릭스 루나와 절친했던 작곡가 라미레스가 작곡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아름다운 시어로 기록된 알폰시나의 가련하고 애처로운 인생은 단조의 멜로디에 얹혀 구슬프게 울려퍼진다. 이 곡을 연주하기 전, 기타리스트 고의석씨께서 이런 배경을 설명해주셨는데, 그래서인지 연주가 더 아프고 절절하게 다가왔다. 연주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 시를 찾아서 가만히 읽었더랬다. 한마디로. 참. 슬펐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 1844~1908)의 '카르멘 판타지 Garmen Fantasy'를 기타 편곡한 고스의 '카르멘 판타지'는 스페인의 향취를 물씬 풍겼다. 카르멘 판타지, 혹은 카르멘 환상곡이라 불리는 이 곡은 오페라 '카르멘'의 명장면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일전에 소설 '카르멘'과 뮤지컬 '카르멘'을 봤는데, 오페라의 줄거리도 비슷하리라 생각이 든다(소설과 뮤지컬은 약간 상이하다). 연주에서 카르멘의 장면 장면이 연상되었다. 아름답고 정열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의 춤사위, 본능의 해방, 일탈의 충동, 사랑에 눈 먼 호세, 비극적 결말. 익숙한 멜로디 덕에 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카르멘 판타지'였다.

 

 

연주회가 끝나고 사인회가 있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날에 좋은 공연, 삶이 행복해짐을 느낀다. 하루의 행복을 선물해준 아트인사이트에 감사함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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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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