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조영창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글 입력 2015.10.10 00: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조영창첼로리사이틀1.jpg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린 <조영창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연주회를 보는 흥분도 있었지만 종일 학교에서 작업하다 온 피로감 더 컸기 때문인지 약간 졸기도 하였다. 하지만 몽롱한 의식 속에서 음악이 더욱 와닿았다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하하, 이것이 바로 연주회의 장점이자 음악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 깨어서 집중할 때도, 잠에 취했을때도 소리를 쫓아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결국 무의식까지 장악당했다!



 


< 10월 7일 프로그램> 
 
12 Variations on "Ein Maedchen oder Weibchen"
from the opera "The Magic Flute" by Mozart op.66 
   
L. v. Beethoven 
Cello Sonata No.3 in A Major Op.69 
 
Cello Sonata No.5 D Major Op.102-2 
     
7 Variations on "Bei Maennern, welche Liebe fuehlen"
from the opera "The Magic Flute" by Mozart WoO 46



이 연주회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프로그램의 구성이다.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곡들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것들이었다. 이러한 친근감을 주는 곡들을 통해 
인간미가 느껴지는 고전주의풍 정서에서부터 틈틈이 보이는 심원한 바로크풍의 정서까지 느낄 수 있었던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두 번째는 ‘소나타’라는 곡의 형식이다.
보통 ‘첼로 연주곡’하면 풍부한 표현을 지닌 바흐의 무반주 연주곡이나 피아졸라의 탱고나 재즈같은 치명적이고 비극적인 곡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기에 피아노와 어우러지는, 장중하기보다도 경쾌하고 고풍스러운 ‘소나타’는 나에게 경쾌하고 정갈한 인상과 함께 낯설은 느낌을 주었다.
 
고전파의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클라리넷 소나타는 보통 피아노 반주를 갖기에 연주를 들을 때 피아노의 비중이 크다. 특유의 고전주의 풍에 따라 선율과 소리의 조화를 추구하여 밝고 경쾌하며 무거운 정서의 악장에서도 내재적인 슬픔을 표현하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모차르트의 소나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에서도 이러한 표현이 돋보인다. 종교적이고 근원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바로크, 감정의 선적이고 회화적인 표현에 집중하는 낭만파와 구별되게 고전주의는 인간적인 감정을 노래한다. 절제를 통해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는 감정은 인간적인 약함과 강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피아노의 비중이 큰 특징은 피아니스트인 파스칼 드봐이용의 연주가 더욱 돋보이게 했다. 
실제로 첫 곡을 들으면서 첼로보다도 피아노의 음색에 더 귀기울여졌다. 가볍게 들뜨지 않고,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선명한 음색이 적당한 무게를 가지고 화사하게 피어났다. 이 소리는 첼로 음색과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며 그를 뒷받쳐주었다. 우정과 평화를 지향하는 그의 성향은 연주 뿐 아니라 얼굴의 선한 인상으로도 그대로 드러났다.
 
조영창의 첼로 음색도 그러했다. 그의 연주는 굉장히 신사답고 클래식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격렬한 진폭을 내기보다는 절제되고 품위있는 무게를 가진 듯 했다. 소나타 연주, 다른 악기와의 합주에 잘 맞는 스타일이라 생각되면서도 이러한 경쾌함과 단정함을 좀 더 풀어헤치는 것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이 조여지고 활이 짙게 그어지는 때에 정신이 퍼뜩 들고 가장 몰입되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첼로와 피아노가 주고받으며 이루는 교합이 매우 좋았다. 특히 첼로가 피아노를 뒷받침해줄 때의 매력이 컸다. 베이톤 음색을 낼 때에 소리의 깊이와 더불어 활을 킬 때의 중력감이 몸을 휘감고 끌어당기는 듯 했다. 반면에 피아노의 베이스 톤은 웅덩이에 발이 잠긴 듯한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이와 같은 미묘한 차이의 조화를 돋보이게 할 수 있던 데에는 역시 두 사람의 유대가 가장 큰 기여를 한 것 같다.
 
둘은 곡이 끝날때마다 돈독한 우정의 제스쳐를 취했다.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서로를 위한 배려와 절제를 조금 더 풀어헤쳤으면 더욱 환상적인 연주가 됬을 거라는 아쉬움 또한 남았다.

 

 
 
오랜만에 듣는, 특히 가을밤과 어울리는 첼로 연주회라는 것이 매우 좋았다. 
무엇보다도 이 공연은 여태껏 보았던 연주회와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작은 규모의 공연장이 주는 아늑함과 더불어 연주자 두 명과 관객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환대와 따뜻함이 남달랐다.
덕분에 훈훈한 기분을 간직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미지 출처- 인터파크
 

 
[최인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