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5 베세토 페스티벌(09.04-09.24)_불행(09.10-09.11 늦은8시)

2015 베세토 페스티벌_무브먼트 당당의 '불행'에 대한 리뷰이다.
글 입력 2015.09.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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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15 베세토 페스티벌(09.04-09.24)_불행(09.10-09.11 늦은8시)


무브먼트 당당.jpg
 

[한국 참가작 : 무드먼트 당당의 '불행' _ 불행한 시대, 불행한 기억을 지닌,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


2015.09.10 - 09.11 늦은8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연출 : 김민정
출연 : 김현아, 권택기, 한은주, 최정현, 마광현, 서재영,
이신실, 이도경, 이승환, 원채리, 신현경, 호인인 외


 지난 목요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제22회 베세토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한중일 3개국이 참가하는 이 연극제는 서울, 베이징, 도쿄에서 열리고 각국의 연극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이다. 나는 한국의 무브먼트 당당 작품 '불행'을 보았다. 작품을 보러 오기 전 시놉시스를 읽었는데, 사실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관객 참여 연극이겠거니.. 하고 조금은 색다르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두 번째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입장과 동시에 동물 탈을 쓴 배우들이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곤 배우 분의 손을 잡고 무대를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지금 생각해도 뭔가에 홀린 듯 마냥 돌아본 것 같았다. 배우와 함께 무대를 걸어다니는 것도 신기했고, 어디가 무대고 좌석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공간에 낯설었다. 무대를 돌아볼 때는 정신이 없었던 것 같고, 나중에 좌석 뒷쪽에 앉아 전체를 둘러보고나서야 어느정도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연관성이 없는 사건과 인물의 모습 가운데, 관객들은 공간을 이동하며 자신이 머무르고자 하는 곳을 선택해야만 한다. 공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관객의 상상 속에 연결되어 다른 이야기들로 재구성된다. 여러 이야기와 장면들이 쪼개지고, 흩어지고, 또 충동하는 가운데 관객들은 자신만의 공연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불행' 설명 중에서-


 연극을 보기 전 위의 글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정말 저 말 그대로인 연극이었다. 정말 제각각 다른 상황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산발적으로 무대에 있고, 관객들은 배우들이 있는 곳에 가서 연기를 보아야하는 그런 무대였다. 동시에 여러 장면이 함께 연기되기 때문에 선택해서 연극을 보아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떻게 보아야할까... 걱정이 되었다. 뭔가 매우 분주한 것 같은데 집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배우를 정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계단 아래 어두운 곳에서 혼자 비디오 게임을 하는 남자에게로 갔다. 분명 회사원같은 복장을 한 남자가 혼자서 비디오 게임을 열심히 하는 중이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그 공간에서 나와 다른 테이블에서 초콜릿을 칼로 자르기 시작했다. 그리곤 지나가는 배우들과 관객들에게 시식을 권했다. 정말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으면서도 나도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연극에 빠져들 듯 말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곤 나중에는 다른 여배우에게 종이들을 던지며 화를 내기도 한다. 아마 여자의 상사인 듯 싶었지만 더 이상 깊이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럴수록 머리는 복잡해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배우 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이와 같이 알 수 없는 행동들을 각자 하고 있는 것이다. 


IMG_20150910_211834.jpg
 

 배우 뿐만 아니라 무대도 독특하다. 위의 사진은 커튼콜 때 찍은 좌석인데 사실 무대나 다름 없는 공간이다. 배우들은 객석과 무대를 경계없이 오가며 연기를 하고, 객석에도 무대가 설치되어 있어 바로 옆에서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여러 장면들이 일어나는 만큼 공간들도 다양했다. 텐트, 종이박스더미, 고구마 굽는 기계, 침대, 의자더미, 바 등 정말 많아서 여러 공간들을 볼 수 있었다. 연극은 한정된 공간에서만 연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틀을 깼던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대사는 거의 없었고, 몇몇의 독백과 함께 노래가 연극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노래에 따라 연극이 흘러갔던 것 처럼 느꼈다. 특히 고조된 음악과 함께 폭력과 외면의 장면들이 보일 땐 정말로 온몸이 긴장되었다. 노래 중 들어본 적 있는 곡이 있었는데, 스페인 곡의 'Quizas, Quizas, Quizas(아마도, 아마도, 아마도)'였다. 멜로디는 그렇게 슬프게 들리지 않았는데 가사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우울해서 연극을 다시 떠올리면서 곱씹어 볼 수 있었다.


Siempre que te pregunto 항상 난 당신에게 묻고는 하지요
Que, cuando, como y donde 언제 어디서 어떻게라고
Tu siempre me respondes 당신은 늘 내게 대답하지요
Quizas,quizas,quiza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Y asi pasan los dias 그렇게 날들은 지나가고 
Y yo, desesperando 나는 절망에 빠져만 가요
Y tu, tu contestando 그런데도 당신은 대답해요
Quizas, quizas, quizas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Quizas, Quizas, Quizas 중에서-


 연극을 보는 내내 긴장을 하며 본 탓인지, 공연이 끝나고나니 몸이 피곤했다. 분명 낯설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연극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무브먼트 당당에도 관심이 생겨서 10월에 대학로에서 열리는 '벗어난 원리들 ver.2'도 보러가려 한다. 이번 기회에 연극에 대해 좀 더 알아갔던 시간이었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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